비앙카·아타지나와 리타·로스바이세가 양자의 바다로 모험을 떠난 지 18일째. 마침 화창한 날인 오늘, 남부 칠레 협만 사이로 파도가 넓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가 뜰 즘, 공화국 의장은 칠로에의 군항에 도착해, 라파누이 섬에서 「별을 얘기하는 자」인 사나다 유키무라를 구해낸 「칼레도니아호」 일행의 마중을 위한 준비를 하였다.

주역:

칠로에 섬(Isla de Chiloé, 갈매기의 섬)은 칠레의 동남쪽에 위치한 섬이다. 남온대에 위치하며 기후와 풍경은 북유럽과 비슷하다.

p.s. 고증에 따르면 칠로에 섬은 감자의 주요 원산지 중 하나라고 한다.

붉은머리 선장의 잠수함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에, 의장은 편한 표정으로 자신의 마멋을 데리고 해변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이때,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곧 세상을 개변시킬 계획이, 이미 비밀리에 시시각각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4일 전, 키토, 공화국 의장 관저—— ……그럼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드리기 전에, 결론부터 얘기해 드리도록 하죠. 붕괴의 위협에 맞서, 공화국은 적극적인 공세를 통해, 완전히 세계를 구할 계획을 준비해왔습니다. 이는 매우 대담하며, 허점도 거의 없죠—— ——이를 실행할 이가 부족하다는 점을 제외하면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운명이 당신으로 하여금 이 공화국에 이르게 하였으니까요. 그럼, 서론은 여기까지입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은 역할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바로 「세계의 절단자」를요. 여러분의 셰익스피어 선장은 「듀란달」로 붕괴능 방벽을 파괴시킬 계획이 있는 듯한데, 저희가 원하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상동합니다—— ——다만 파괴 대상을 「세계」 그 자체까지 넓힐 필요가 있지만요. ……「세계 그 자체를 파괴」? 대체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거죠? 문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첫 단계로, 여러분의 「성검」을 통해 거품 세계의 오염된 부분을 잘라냅니다——소위 「유럽 대륙」과 그에 상응하는 고차원 구조를요. 두 번째 단계로, 잘라낸 잔해를 폭파시켜, 철저하게 이 거품 세계에서 소멸 시킵니다. 여러분들께선 이 거품 세계의 구조는 본질적으로는 고차원 공간에 있는 「다양체」라는 것에 대해 잘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언뜻 보면, 하나의 완전한 우주처럼 보이지만, 실은 양자의 바다를 떠도는 여러 지역들이 하나로 엮인 「지도책」에 불과하죠. 이 비유에서 붕괴능 방벽과 그 뒤의 유럽 대륙은 그 지도책에서 자라고 있는 곰팡이, 혹은 종양 같은 존재입니다. 발키리 여러분, 그대들은 이제 막 여기에 도착했지만——우리 공화국은 이미 이런 악성 기생충들과 반세기가 넘도록 싸워왔습니다. 우리는 이 토지에 뿌리를 내린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 장기전에서 버텨올 수 있었습니다만, 이건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적은 이미 그들의 세계를 붕괴의 낙원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언젠가, 그들은 이 거품 세계 전체를 괴물들로 가득한 마경으로 만들어버릴 테죠. 그렇기에, 우리가 궁극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상대의 세력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는 그 토양까지, 모두 제거해야만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온전한 하나의 별로 된 세계가 아닌, 거품 세계에 살고 있죠. 즉, 이 「지도책」 안에서, 「악마들의 삽화들」이 있는 페이지를 뜯어내버릴 기회가 남아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해줄 「페이퍼 나이프」는, 바로 여러분의 손에 있는, 여러 세계를 거쳐 이곳까지 이르게 된 그 성검이 될 테죠. ——네, 비앙카 양, 놀라진 말아주시길, 완전해진 「듀란달」은 공간 그 자체를 자르는 게 가능한 무기입니다. 수년 전, 누군가가 이를 다른 관점에서 증명해냈고, 이를 시험해 보았습니다만—— 불행히도, 그 실험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당시엔, 그 성검을 다룰 만큼 강력한 「사용자」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우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사람은 물론, 별을 얘기하는 자도 완전체가 된 성검의 과부하를 버티는 건 불가능했죠. 롤랑 역시 불가능했습니다——그 가여운 아이는 불완전하니까요. 하지만, 당신들 발키리는 진정으로 붕괴에 대항하는데 특화된 전사이죠. 당신들은 우리들이나, 셰익스피어 선장, 슈뢰딩거 박사와는 완전히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앙카·아타지나 양, 저는 당신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특별한 퍼즐 조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듀란달」의 마지막 보석이 있는 곳을 알려드리죠—— 제가 가지고 있는 두 개와, 시구레 키라 양이 지닌 하나를 제외한 여러분이 찾고 있는 일곱 번째 보석은—— 남태평양에 멀리 떨어진 라파누이 섬에 있습니다. 보석을 회수하고 나면, 당신들이 우리 계획에 동의하는지와는 상관없이, 제 손에 있는 이 두 개의 보석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도록 하죠. 결국, 이 보석들은 생각이 다른 여럿이 각각 쓰는 것보다, 올바른 사람 손에 한 데 모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게다가, 전에도 말했듯,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전 이 보석들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어때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한가요? 발키리 분들? 셰익스피어 선장? 란달, 기분이 어때? 이제 한 시간만 지나면, 원래의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음…… 어떻냐고요? 실은 여전히 실감이 안되는데. 어쩌면 내 완전한 기능이 각각의 보석에 나누어져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공간 자체를 자른다」라는 게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안되네. 그래도, 슈뢰딩거 박사가 의장의 말을 부정하질 않은 걸 보니——완전해진 나라면 대략 그런 걸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나저나, 새 주인——평소엔 넌 나한테 말 거는 일이 없었는데? 어때, 실은 당신도 긴장한 거 아니에요? 야! 뭔 헛소리야! 내가 왜 긴장을 하겠어? 난 A급 발키리라고,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큰 풍파를 겪어왔는지 알아? …… 으, 방금 말은 너무 잘난 척한 것 같네. 그냥 잊어줘. 「너희는 알아야한다.」 「불멸자는 모든 것에 깃들어 있으며,」 「이 영원히 살아가는 자는,」 「그 무엇으로도 파멸시킬 수 없다.」 ——어라, 슈뢰딩거 박사님?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낳아 길러왔으니,」 「이 점을 응당 이해하여야만 한다.」 「나는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이며,」 「세상 모든 것의 파멸이기도 하다.」 음…… 시도 외우시나 봐요? 이건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글이라는 것이에요——아주 오래전, 인도 문화에 심취한 친구가 억지로 들려줬다는 것이에요.

주역:

『바가바드・기타』(भगवद् गीता, 「거룩한 자의 노래」라는 의미), 힌두교의 중요한 경전으로, 쿠루 왕국의 왕위쟁탈전이 시작되기 전 아르주나와 크리슈나가 나눈 긴 대화를 다루고 있다——그래서 현재는 『마하바라타』에도 전문이 인용되고 있다(학계는 『마하바라타』가 완성되기 전인, 기원전 5세기에서 3세기 사이에 쓰였다고 보고 있다).

p.s. 『바가바드・기타』는 유일하게, 「신의 대리인」이나 「예언자」가 아닌, 「신 본인」이 직접 기록한 힌두교 경전이기에, 힌두교와 인도 문화권에서 유일무이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동아시아의 『논어』와 비슷한 위치라 볼 수 있다).

……제가 보기에, 지금 당신의 심정은 「큰 싸움을 앞둔 아르주나」와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에요. ……아르주나가 누구예요? 인도 신화에 나오는 왕자라는 것이에요. 대영웅이기도 하다는 것이에요. 그는 쿠루에서 큰 싸움을 시작하기 전, 그의 친척과 친구들이 적의 편에 서있는 걸 보고,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다는 것이에요. 『바가바드・기타』는, 「바가바드」로도 알려진, 신 크리슈나가 아르주나로 하여금 전투를 주저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얘기를 담은 노래라는 것이에요. ……근데 전 전장에서 적으로 상대할 만한 친구나 가족이 없는데요? 네, 여기서 당신이 친구나 가족을 만날 일은 없다는 것이에요. 비앙카, 당신의 경우는 아르주나와는 정반대—— ——오히려 그렇기에 당신과 그의 마음이 비슷하다는 것이에요. ……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 말은——당신과 앞으로 당신이 만나게 될 적은, 본질적으로는 당신에게 있어 아무런 접점도, 충돌할 일도 없었을 것이에요. 그래서 당신은 반대로 이런 이유로, 싸움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당신의 마음속에 여전히 망설임, 혼란, 그리고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이에요. …… 당신과 같은 발키리는 그저 이 세계에 있어선 지나가는 손님이라는 것이에요. 양자의 바다를 넘어온 이유도 「이 세계의 구원」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오히려——제가 알고 있는 천명이라면, 그들은 당신이 이 세계의 무언가를 「회수」하는 것만 기대하고 있을 거라는 것이에요. …… 상관없다는 것이에요, 당신들이 란달을 데리고 돌아가 버려도——본인 스스로가 그걸로 행복하다면. 그리고, 의장의 계획이 잘 풀리게 된다면——「에테르 앵커」의 모든 내용을 복사해달라고 하라는 것이에요. 그건 문제없을 거란 것이에요. 그러니, 이 부분은 안심해도 괜찮다는 것이에요——비록 제게 있어 「오토·아포칼립스」는 불구대천의 원수지만, 제가 당신의 임무를 방해할 일은 없다는 것이에요. 잠깐만요…… 「불구대천의 원수」? 그…… 오토가 무슨 나쁜 짓이라도 했나요? 그렇다는 것이에요. 「불구대천의 원수」, 「물과 기름 같은 관계」, 「양립 불가」, 「당장이라도 제거해야 할 존재」. 하지만, 이런 상세한 역사를 설명을 해주는 건, 당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다는 것이에요——그리고 제가 말하려는 요점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에요. 비앙카 양, 여기에 오기까지 당신은 그저 선장과 의장의 계획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러한 사건 전체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는 없었다는 것이에요. 책임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것——이것이 바로 지금 당신이 느끼는 긴장감의 근원이라는 것이에요. 당신은 시종일관 스스로를 외부인이라고 느껴왔다는 것이에요. 당신은 이곳 사람들의 간절한 기대를 저버릴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 리타 양에게 당신의 과거를 물어보았다는 것이에요. 당신은 누구보다도 앞서가고 있는 발키리라는 것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느끼는 즐거움은 언제나 임무나 사건의 결과에서 얻었지, 과정 그 자체가 아니었단 것이에요. ……이런 방식은 힘들 뿐이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그래도—— 비앙카 양, 결과로만 본다면, 이 세상의 수많은 것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는 것이에요. ……혹은, 적어도 그 의미가 희석되고 만다는 것이에요. 태어난 것엔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에요? 죽음엔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에요? 자아엔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에요? 인류, 세계, 우주 등을 구분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에요? ……이런 것들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말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란 것이에요. 이것들은 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에요. 단지 결과론에는 속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에요. …… 예를 들어, 당신, 비앙카·아타지나, 당신의 존재 의의는 바로 「당신 그 자체」라는 것이에요. 발키리 선배들에게 있어서, 당신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경외감을 주는 존재라는 것이에요. 주교에게 있어서, 당신은 희기한 표본이라는 것이에요. 이 거품 세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당신은 의협심이 강한 초월자라는 것이에요. 당신 자신에게 있어, 당신 스스로는, 「비앙카」라는 이름으로 처음부터 다시 써가는 인생이라는 것이에요. 이것들은 모두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무」에서 시작해, 「무」로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에요. 비앙카 양, 이 거품 세계가 원하는 「구원」은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하나의 악장이라는 것이에요. ……악장? 그렇다는 것이에요. 일종의 「슈퍼 히어로」와 같은 정신적 지주, 모두의 마음속에 세워진 신전과도 같다는 것이에요. ——마치 바그너나 리하르트·슈트라우스의 음악처럼. ……다른 관점으로 보면, 시구레 키라 양의 아이돌 일과도 비슷하다는 것이에요. 발키리여, 당신은 「세계라는 무대」에서 「세계적인 공연」을 완성시킬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에요—— 이건, 당신이 이 세계의 구성원인지 아닌지와는, 본질적으로 소립자 하나만큼의 관계도 없다는 것이에요. 이해가 되었다는 것이에요? 바가바드・기타의 얘기처럼, 우리는 「운명」이라는 「감독」에게 선택된 「배우」들이란 것이에요—— ——그러니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에요! 우리 모두, 각자 스스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내면 된다는 것이에요! ……저, 정말 그렇게나 간단한 거였어요? 이렇게 간단하다는 것이에요. 이른바 「운명의 각본」이란 것이에요. 이곳으로 「천명의 발키리」가 온 적은 없었다는 것이에요. 그저 「마음속의 신전」 안에 있는 「예술가」나, 「무대 위」의 「아이돌」 같은 사람이 전부였다는 것이에요. 기억해달라는 것이에요.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한, 당신은 완벽하다는 것이에요. 게다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감독의 기대」에 부합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에요——나름 이렇게 풀어봤는데, 이해할만했다는 것이에요? ……! 네! 말씀하신 거, 잘 이해했어요! 뭐가 어떻든 매사에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제 진정한 스타일이 되겠네요! 고마워요, 슈뢰딩거 박사님! 이제 좀 마음속이 명확해진 것 같아요!
1시간 후—— 의장님! 빨간색 무사, 머리카락 하나 남김없이——그대로 데려왔어요! 후후, 감사합니다, 발키리 양. 역시 당신들이라면 모두에게 있어 최고의 방법을 찾아낼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나다, 고생이 많았어요. 「고생」은 무사로서, 그리고 사나다 가문으로서의 숙명입니다.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단,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따뜻한 메밀 소바를 먹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소바는 좀 어려운데…… 바움쿠헨은 어떤가요? 네? 바움쿠헨요? 그렇게나 귀한걸요? 물론 당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예요. 어때요? 입맛에 맞으려나요? 하하, 문제없습니다. 무사는 죽기 전까지 자신의 식욕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하니——오래전 지부(治部)님으로부터의 가르침이죠. 아, 아마 제 과거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겠군요…… 이시다 미츠나리 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후우, 자신의 명성에 자신을 좀 가지세요, 극동에서 가장 유명한 붉은 무사님. 그럼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죠, 비앙카 양—— ……네? 여기 약속드린 두 개의 보석입니다. 부디 받아주시길. 그럼, 그대들의 행동을 지켜본 아이돌 양은—— ——나도 문제없어. 비앙카, 이간 사랑과 완벽한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아이돌의 결정」이야. 지금 정식으로 네게 빌려줄게. ……고마워요. 그럼 여러분들——시간이 없어요. 이제 다 모은 거 맞죠? 응, 일곱 개의 보석, 지금 전부 원래 주인에게 돌아왔어. 전설 속의 성검이여! 다시 한번 모두에게 그대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주시게! 용맹함과 모험의 결의를 상징하는, 붉은색의 용기의 결정. 신념과 탐험의 꿈을 상징하는, 등색의 직감의 결정. 박애와 자아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황금색의 자유의 결정. 선량함과 정의의 힘을 상징하는, 초록색의 윤리의 결정. 활력과 생명의 끈기를 상징하는, 파란색의 번영의 결정. 이성과 통찰의 지혜를 상징하는, 남색의 이성의 결정. 고귀함과 만물의 통일성을 상징하는, 보라색의 지배의 결정. 「침묵하라! 우주의 귀결이여!」 「나는 시공 그 자체,」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의 근원.」 「나의 책무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멸망시키는 것.」 너…… 원래 이렇게나 강력한 무기였어, 「란달」? 그건 바로 제게 강력한 주인이 있기 때문이죠, 비앙카·아타지나 양. 당신의 수중이라면, 저는 의심할 여지없이 거품 세계의 어느 곳이라도 파멸시킬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이걸 잘 알아두시길 바라요. 모든 무기의 기능은 파멸과 폭력을 위한 것——이 「성검」도 예외는 아니죠. ……알겠어. 오래전, 발키리 교육에서 배웠어. 폭력은 그 자체로 원죄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선악을 따지지는 않는다고. ……진정으로 선악을 나누는 건, 폭력의 동기와 그로 인한 결과라는걸. 공자 왈, 「오직 인자(仁者)만이 능히 사람을 좋아할 수 있고, 능히 사람을 싫어할 수 있다.」 「진심으로 인(仁)에 뜻을 둔다면, 악은 있을 수 없다.」 볼테르가 공자를 존경한 것도, 공자에게서 이상적인 「인류를 위한 입법자」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죠. 그는, 공자의 「인」은 사람과 사회 사이의 도덕적인 조화를 상징하며, 인류에게 있어 진실된 선의와 자유를 대표하고 있다고, 여겼어요. 비앙카…… 지금의 당신은 「인의」의 힘을 대표하고 있어요. 볼테르가 당신을 봤다면, 분명 최고의 「발키리」라 칭찬했겠죠. 샹폴리옹 박사…… 가, 갑자기 너무 치켜세우진 말아주세요. 너무 쑥스러워요. 저…… 전 아직 한 게 거의 없는걸요. 하하, 미안해요. 사실 조금 감정이 격해져서, 어쩌다 옛 시절의 허풍이 나와버렸네요. 「만물의 다스리는 자를 진심으로 믿을 수 있다면, 모든 만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태양도 그저 밝은 별 중 하나에 불과해요. 타인의 말에 너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지금 이 시각, 진정으로 중요한 사실은 단 하나에요. 50년 만에——아니,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전략적으로 적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그러니, 더는 늦지 않도록, 지금 「파차쿠티 작전」의 구체적인 전술 계획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대지를 흔드는 자」의 이름으로, 이 세계의 대수술을 시작합시다!

주역:

파차쿠티(Pachakutiq, 직역 「천지를 뒤집은 자」, 통칭 「대지를 흔드는 자」)는 잉카 제국에서 가장 위대한 「사파·잉카」(「황제」에 해당됨)를 뜻한다. 「그가 왕좌에 오르기 전, 잉카는 그저 촌락 집단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잉카는 이미 확장주의의 대제국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