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됐지…… 웰트는 거칠게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옆에서 다채로운 종이봉투를 들고 있는 핀란드인을 쳐다봤다. 박사들이 란제리 숍에 있는지라, 청년은 유일한 동성과 밖에서 얘기하는 것밖에 할 게 없었다. 금테 안경은 당연히 박사들과 같이 들어갈 기세로 가득했지만. 쇼핑에 이유 따위가 필요한지? 냉정한 금테 안경은, 어휴 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두 손바닥을 하늘에 향하게 했다. 게다가 이 쇼핑몰은 런던보다 싸죠. 금테 안경은 봉투를 드는 게 능숙했다. 손바닥이 위로 향하고 있는데도 봉투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어쩌면, 익숙한 건가? 부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 밖에서 지내는 고고학자인데? 여성이란 정말로 무서운 생물이다. ……쇼핑에 이유라. 테슬라 박사의 낭비벽……「하루살이 인생」도 그런 사고에서 나온 것이려나요.

주:

「하루살이 인생」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을 말한다(living from paycheck to paycheck).

반쪽짜리 정답. 그녀, 최근에 쇼핑에 빠졌거든요. 들은 바로는 상당한 양의 잡동사니를 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 박사한테도 큰일이겠네요. 하하, 그건 당신의 착각이에요. 어? 당신은 테슬라 박사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이래저래 더 재밌어진다고는 생각 안 해봤습니까? …… 여자를 만만히 보면 안 됩니다. 융통성이 없으면, 여자 친구를 못 만들지도 모른다고요? ……내버려 두세요. 오, 그 반응은 귀염성 있네요. 좀 더 새침하면…… ……? 험프리 보가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낼지도? 음, 『카사블랑카』의 「릭 블레인」 같은.

주:

험프리 보가트(1899년 12월 25일~1957년 1월 14일), 미국의 영화배우, 타계한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영화계에서 전설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942년에 출연한 『카사블랑카』에서는 훌륭한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영화는 지금도 명작으로 남아 있다. 또한 그가 연기한 「릭 블레인」은 미국인의 영원한 동경이다.

1999년, 미국 영화 연구소는 그를 영화 탄생 100년 이래 가장 위대한 남자 배우라고 평했다.

……?? 아. 혹시 그 영화를 본 적 없습니까? 다음에, 42 실험실에서 보여드릴까요? …… 요컨대, 멋진 남자는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알아둬야 한다는 겁니다. 금테 안경의 이야기는 전개가 너무 빨라서, 웰트는 무엇 하나 맞장구치지 못했다. …… ……그러고 보니, 계속 신경 쓰였던 점이 있는데요. 웰트는 애써 금발 안경에의 네거티브한 인상을 쫓아내면서, 화제를 바꾼다. 으음? 기관에 관한 거요? 아니면 우리가 지금부터 조사할 것? 상대는, 아무래도 어떤 화제가 되든 거절할 생각이 없나 보다. 아뇨……그 두 가지도 신경이 쓰이지만── 하지만, 지금 「그쪽」에게 질문하려는 것은 다른 거에요. 「저」에게서 듣고 싶은 것? 금테 안경의 눈에 의아하다는 눈빛이 나타난다. 조금 동요했나 보다. 네……그……저기…… 편하게 물어보세요. 박사님들에게 남자 친구는 없으니까요. 자, 잠깐!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억측으로 답할 수밖에 없잖아요. 금테 안경은 거창하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이? 쓰리 사이즈? 옷 취향? 어째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가요! 후후…… 금테 안경이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그런 부분은 그녀들이 직접 답해주길 기다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윽……!! 그렇게 보진 말아주세요. 답을 알고 놀리려던 건 아니니까요. 여하튼, 당신이 사적인 부분을 아무런 생각 없이 물으려 한다면…… 그는 종이봉투를 올린 채 「목을 긋는」 제스쳐를 한다. …… 그, 그럴 리 없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제 부인과 만났을 때, 바보 같은 것을 물었지요── 「그 나이에, 아직도 퀼로트를 입다니 부끄럽지도 않아?」라고. ──그랬더니, 힘껏 얻어맞았습니다. 용서 없더라고요. 하하하하. ……그건 맞아도 싸네요! 그래도……나이 30인데도 호박바지가 좋다는 여성을 만난다면, 당신도 놓쳐선 안 됩니다. …… 진심으로 말해서. 만약 상대방이 우연히 『이반 폴카』를 좋아하는 핀란드인이라면, 사우나를 같이 가보세요…….

주:

『이반 폴카』(IevanPolkka)는 핀란드의 유명한 민요로 젊은 남녀가 봉건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 용감하게 사랑을 추구하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곡에는 하츠네 미쿠의 유명한 리메이크판이 있다.

……? 참고로 제 풀네임은 엘리아스 노키안비르타넨──진짜배기 핀란드인입니다. ……?? 전통적으로, 사우나에서는 모두 성실하게 마주하거든요──무슨 뜻인지 알겠습니까? ……??? ……저기, 아까부터 열심히 제게 「사우나」를 권하고 있단 느낌이 드는데요. 네? 당신이 「저」에게 묻고 싶은 것이라면, 분명 제가 잘 아는 것이겠죠? ……저기 말인데요, 당신이 말하는 「사우나」가 어떤 건지 저는 하나도 모르거든요! 어라? 사우나는 핀란드가 유일하게 세계로 보급시킨 문화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주:

사우나(핀란드어: sauna)는 핀란드의 고유 문화.

통계에 따르면, 핀란드 내에는 200만 개의 사우나가 있다──대략 세 명 중 한 명이 사우나가 있는 셈이다.

p.s.

고대의 사우나는 혼욕이었다.

저기요, 처음부터 제가 묻고 싶었던 건, 전혀 핀란드와 상관없는 거예요! ……결국, 박사들이 란제리 숍에서 나오기까지, 웰트는 그녀들의 취미에 대해 무엇 하나 알아내지 못했다.
일행이 드디어 시카고행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방금 산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햄스터같이 몽실몽실한 케이프에, 쇼트케이크처럼 팔랑거리는 스커트──빅토리아 시대 소녀의 드레스라고 한다. 왠지, 그녀가 드레스를 두르니, 뭔가 엄청나게 웃긴 느낌이 난다. 특히 그녀가 리만의 책을 얼굴에 올리고 기내 의자 위에서 잘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이 옷은 테슬라의 취향에 따라 골라졌다. 다시 말할 것도 없이, 이 옷은 테슬라의 사비로 산 거다. 더더욱 말할 것도 없이, 테슬라가 비행기 안에서 이런 전문서적 같은 걸 읽을 리 없다. 트럼프 하자! 모던한 스타일의 빨강 머리 트윈테일이 얘기를 꺼냈다. 그녀는 왜 스스로 저 서양 인형처럼 차려 입지 않는 것일까? 허접한 3명 뿐이네요. 핀란드인은 진지하게 놀거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자리 부족하다──이 금테 안경은 분명히 브릿지가 취향인 타입이다. 뭐가 허접이야! 아메리카에 왔는데, 텍사스 홀덤을 안 하면 쓰겠어? 텍사스 홀덤……잔돈은 충분하신지? 뭔 바보 같은 소리야, 핀란드인! 우리에겐, 이게 있잖아? 빨강 머리 트윈테일은 주변 신경도 안 쓰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아인슈타인의 가방에서 예의 초콜릿 상자를 꺼낸다. 초콜릿과 동전을 판돈으로 쓰다니, 정말로 아이 같네. 그거 알아? 시대에 따라선, 초콜릿은 황금과 동등하게 가치 있는 물건이었어. 아즈텍 제국에선, 카카오는 일종의 귀중한 전략자원이자, 화폐로도 사용되거나…… 오……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 후에는, 미군에게 정량 보급된 초콜릿이 서부전선의 통화가 되기도 했고── ──원하는 물건을, 전부 초콜릿으로 살 수 있었다고! 오오…… ……현대의 초콜릿은 일종의 특수한 결정화 방법이 쓰여서, 단단하면서도 식감은 그대로지. 초콜릿이 1번 녹고 나서, 다시 굳으면 식감이 변해버리는 원인이 바로 그거야. 분자 레벨에서의 변화로 결정화 방법이 바뀌었으니까! 아─…… ……한 마디로,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오늘날의 공업 문명에 감사하란 거야. 아멘. 저기…… 웰트 군, 무슨 문제라도 있어? 말해 봐. 「텍사스 홀덤」의 룰을 모르는데. ……별거 아니거든? 해보면 바로 이해돼. 흠…… 진짜라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들어 본 적 없어? 초콜릿에 관해서는 그렇게나 역설했으면서, 왜 룰은…… 웰트는 자신만 들릴 정도로 투덜거렸다. 뭐? 불만 있어? 아니지요. 설마 있을 리가. 도박 따위 어차피 운이다. 그렇게 지기만 하지도 않겠지. 웰트는, 이 정도까지만 생각하기로 하고, 참전의 의지를 굳혔다. …… 폴드. 폴드. 잠깐 잠깐! 테슬라는 불만이라는 듯 테이블에 낸 2장의 카드를 쥐어, 웰트의 손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폴드는 허락 못 해! 어……어째서? 아무튼! 연속 폴드는 금지! 하지만…… 흐흥, 초심자가 그렇게 「타이트」하게 해서 뭐 하려고? 이 게임은 플롭부터가 본편이야! 계속 힘없이 「체크」, 「체크」, 「체크」만 하고 말이야! 그게 무슨 재미가 있냐!? 웰트 군, 너는 도박에서 제일 틀려먹은 경우가 뭔지 알아? 음……져서 돈이 없어지는 거? 웰트는, 테슬라의 바닥난 판돈을 쳐다봤다. 아냐! 틀려! 틀려……너처럼 판돈을 너무 신경 써서, 게임 자체의 오락성을 손해보는 거야! 자신을 보라고, 손익만 너무 고려하고! 우유부단에! 움츠려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잖아! 그러고도 남자냐!!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잘 아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가, 덮여져 있던 리만의 책 아래에서 들렸다. 아무래도 테슬라의 큰 소리가 결국 아인슈타인의 꿈을 방해한 모양이다. ──아, 깨워버렸어……? 직접 안 봐도, 테슬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간 것은 알겠다. 괜찮아요. 덮어진 리만의 책이 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였다. 저도 합니다. 어? 초콜릿. 머리가 평소 이상으로 엉망인 소녀는 놀라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손을 내민다. 빨강 머리 트윈테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남자의 각각의 「판돈」에서 몇 개를 쥐어 그녀에게 넘겨 줬다. 있잖아…… 아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게…… 웰트, 그 말대로입니다. 소녀는 그대로 초콜릿 포장지 하나를 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신은 초콜릿을 먹는 게 일입니다. 일행이 올라탄 비행기가 몬태나 주 빌링스 시에 내렸을 때, 해는 이미 저물었다. 만약 떠나지 않고 런던에 있었다면, 그들은 눈부신 아침 해를 마주했을 것이다. ……안개가 짙지 않다면 말이지. 빌링스는 작은 마을이고, 게다가 관광 비수기기도 해서, 거대한 터미널인데도 사람이 적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이 적은 만큼 누군가가 목소리를 내면 100미터 너머에서의 소리조차 귀에 들린다. 리제를 쨩! 테슬라! 큰 키에, 허리까지 닿는 장발의 여성이 멀리서 큰 소리로 부르고 있다. 여성의 옆에는 세로 롤을 옆으로 흘린, 다운재킷을 입은 소녀가 적당히 손짓하고 있다. 쳇, 역시 있었네. 테슬라가 분하다는 듯이 손톱을 깨문다. 키 큰 쪽이 플랑크 교수. 저의 박사 과정에서의 지도 교수고, 북미 지부의 명목상 책임자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한쪽이 수수께끼의 편지를 보냈던 슈뢰딩거인가 보다──테슬라 박사와 동년대로 보이는데……그녀도 박사인 건가? 그리고 「명목상」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지? 달리 「흑막」이라도 있는 건가? 후후후, 내 리제를 쨩은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네! 키도 조금 커졌으려나? 웰트가 아인슈타인이 말한 의미를 생각하려는 사이, 플랑크는 아인슈타인을 꽈악하고 끌어안았다. 제법 풍만한 가슴에 얼굴이 묻힌 탓인지, 천연 파마 소녀는 질식할 듯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 몬태나의 기후는 정말 춥단다. 얘들아, 제대로 방한 대책은 해왔니? ……흥, 말 안 해도. 테슬라는 언짢아하며 플랑크를 노려본다. 그것보다 당신, 귀여운 제자를 질식사시켜도 괜찮은 건…… 어머, 나의 리제를 쨩은 즐거워 보이는데…… 장발의 누님은 자신의 팔을 풀면서, 품 안에서 드러난 이마에 가볍게 입 맞췄다.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거기까지 하냐!!!!!! 빨강머리 트윈테일이 폭발했다. 같은 여자끼리니까, 괜찮잖아. 플랑크는 오른손의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대면서, 왼팔 속의 소녀에게 윙크했다. 크흡크흡…… 여러 충격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불쌍한 천연 파마 소녀는, 거기에 침묵하며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런…… 핀란드인은 평소처럼 미소를 띠고 있어, 웰트는 거기서 「예상대로의 전개네」라는 표정을 읽어냈다. 두 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고대 문자를 연구하고 있는, 엘리아스 노키안비르타넨 박사입니다. 이쪽은 웰트 조이스 연구 조수고요. 아, 테슬라 박사의 소개는 필요 없겠죠? 이 사람도 박사였나……이 시대에서 일자리 찾는 건 정말 어렵겠다. 고대 문자의 전문가……그건 다행이네. 플랑크는, 드디어 불쌍한 아인슈타인을 해방했다. 그녀는 핀란드인을 훑어보고, 그 뒤 시선을 웰트에게로 옮겼다. 연구 조수……? 네……명목상으로요. 모르는 누님에게 뚫어져라 쳐다보여, 웰트는 등골에 한기가 느껴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유럽 지부의 비밀서약과 관련돼서, 질문은 안 해주셨으면 합니다. 사, 살았다. 고마워, 아인슈타인! 역시 나의 구세주! 만세!! 정말……북미 지부는 뭐든 가르쳐 주고 있잖아? 자기 학생을 놀리는 듯했지만, 플랑크는 일부러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였다. 그럼……교수의 쓰리 사이즈와 나이는? 천연 파마 소녀는 거기에 반응했다. 94, 62, 92── ──17년 전에 17살. 리제를 쨩 말이야 드디어 선생님한테 관심을 주는구나~ 기뻐~ 플랑크는 자랑스레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 …… …… …… 어머……뭔가 이상한 소리를 해버렸나? Surely You're Joking, Miss Planck.(플랑크 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

주: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는, 1984년에 출판된, 노벨상 수상자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비정규 자전이다.

1988년에는 속편 『남이야 뭐라 하건!』(What Do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이 출간됐다.

여러분…… 어색한 분위기 속, 침묵을 깬 것은 계속 아무 말 없던 슈뢰딩거였다. 우선 저녁밥을 정하도록 하죠, 인 것이에요. 슈뢰딩거는 포커페이스로 오른손을 마네키 네코처럼 움직여 보였다.
뭐야 이건? 공항 근처 바에서, 빨강 머리 트윈테일은 테이블 위의 튀긴 미트볼 비슷한 물건을 보고, 눈을 깜박거렸다. 로키 마운틴 오이스터야. 누님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면서 소개했다. …… 어째선지, 세로 롤이 무표정하게 한숨을 쉬었다. 교수는 이걸 좋아하는 것이에요. 여러분의 입에 맞을지는 모르는 것이에요 이지만. 오이스터라는 건 그냥 굴이잖아……안 먹어본 것도 아니고. 보아하니, 조금 다른 느낌은 들지만. 트윈테일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얼굴로 경단을 포크로 찔러, 스위트를 먹듯 입안에 넣었다. 음……우물…… 찌를 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입에 넣은 순간, 위화감은 더욱더 가속한다. 고무처럼 강한 탄력성, 해산물과는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중후한 맛……확실히, 이건 절대로 「굴」이 아냐── 닭고기도 아니고, 소고기도 아니고, 간도 아니고, 염통도 아냐──이건 대체 뭐야? 맛이 나쁘지는 않지만 테슬라의 얼굴엔 의심이 서린다. 로키 마운틴 오이스터는 일종의 가명이야. 테슬라가 경단을 다 먹은 것을 지켜보며, 플랑크는 느긋하게 설명을 시작한다. 보존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도 있던 요리지만, 알다시피, 이 일대는 산이잖니. 카우보이가 진짜 굴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래서 그들은 반은 위안으로, 반은 재미로 바닷가 근처에서 먹기 어려운 음식을 굴이라고 부르고 있어. 일상에서, 이걸 부르는 방법은 많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물학상, 우리는 이걸 「고환」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트윈테일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고환. 플랑크는 미소 지으면서 다시 말했다. 그건 송아지의 고환이야. 같은 테이블에 있던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이런 이런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웰트와 핀란드인은 손에 쥔 포크를 보며, 이미 입으로 옮겨버린 「튀긴 미트볼」 처리에 손을 놓아버렸다. 당연히, 가여운 테슬라에 이르러선── ──완전히 새파래졌다. 문자 그대로. 바에 있으면, 사람은 바깥 세계의 변화에 둔감해진다──여러 의미로. 웰트 일행이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끝내고 나오자, 어느샌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밤하늘에는 한줄기 달빛도 보이지 않고──춤추는 눈송이가, 오렌지색 가로등 아래로 천천히 떨어져 간다. 반짝반짝하고 빛이 나는 게, 마치 꿈속 같았다. 만취한 테슬라를 업고, 웰트는 힘겨워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이게 눈…… 직접 본 기억은 없지만……왠지, 그리운 걸. Déjà vu(기시감). 아인슈타인은 우산을 펴고,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어……뭐라고? 기시감이요. 눈을 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는 관계없습니다. 해마체가 과도하게 흥분한 탓에, 그리 생각했을 뿐이겠죠.

주:

Déjà vu는 「이미 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처음 보는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알고 있다」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흔한 생리현상이다.

이게…… 사람의 대뇌는 때론 자신도 속이거든요. 하지만…… 감정은 진짜지만, 그 뿌리는 가짜인 것도 있습니다. …… 미안합니다. 흥을 깨버렸네요. 아니……나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해. 아무 말 없는 것보다, 즐거워.
어머나, 사이 좋구나. 긴 머리 누님이 어느새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교수, 젊은이의 대화에 연장자는 끼지 말아주시죠. 우우읏……나의 리제를 쨩까지 너무햇! 플랑크는 크게 우는 시늉을 했다. 언니 상처받았어! 지금부터 너희에게 좋은 걸 알려줄까 생각했었는데! 교수, 귀여운 척은 매우 재미없는 행위입니다. 흥, 친절한 마음에 알려주려고 했는데! …… 모두 야습을 조심하렴! 나이가 17의 배수인 「소녀」는 갑자기 광고모델처럼 「하트를 쏘는」 포즈를 취했다. 예!? 청년은 분명 「야습」이란 단어를 이상한 의미로 파악했다. ……저는 천체 관측엔 딱히 흥미 없는데요. 천연 파마 소녀는 한 마디로 「야습」의 진짜 의미를 추려냈다. 그녀들은 마치 가족처럼,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흐흐ー응? 런던 시내로 돌아가면, 다시 보고 싶어도 못 본다구~ ……쳇. 어머 어머, 솔직하지 않구나? 긴 머리 누님은 도발적으로 검지손가락을 흔든다. 하지만, 오늘 밤은 푹 자렴──내일은 현장에 가니까, 모두 일찍 일어나야지. 끈덕지군요. 「야습」 얘기를 꺼낸 것은 당신 쪽입니다. 연장자는 잔소리꾼이지. 왜인지, 플랑크는 갑자기 머리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머리 너머로, 웰트를 지긋하게 보았다. 응, 그치? 예……예? 리제를 쨩처럼 귀여운 여자아이──오빠, 괴롭히면 안 된다구. 예?──오빠? 어라, 틀렸나…… 긴 머리 누님은 일부러 생각하는 척을 했다. 그럼, 역시 펫인 거지? 페, 펫이라니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지. 만약 좀 더 과장한다면……노예? 살아있는 장난감? ……그건 너무 무섭죠! 에이, 좋은 주인님이 있으면, 어떠한 걱정도 없이 유유히 살아갈 텐데──뭐가 안 된단 걸까나. …… 슈뢰딩거가 어느새 틈을 비집고 들어와, 차가운 눈으로 플랑크의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힐끗 본다. 교수,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이에요. …… 왔구나, 분위기 깨는 말만 하는 슈뢰딩거! 칭찬해주셔서 황송한 것이에요―― ――링컨이 재건한 이 나라에서, 아까 같은 발언은 부적절하다 생각되는 것이에요. …… 정말, 진짜로 재미있는 소리는 안 하는구나!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