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이 멎었다.

하늘로 솟구치던 불꽃이, 쇠와 바위도 녹여버릴 만큼 뜨거움이,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 어떻게 된——)

그것은 고통으로 바뀌어, 가슴, 배, 견갑골, 두개골에서 홍수에 둑이 터진 것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

(여긴 어디지――)

이에 화답한 건 요동치는 고통이었다. 머리를 두드리는듯한 소리와 심장박동이 뒤섞여, 시끄러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곧 일어날 거니까――) 이소상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 익숙한 나무집, 곁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도 익숙했다.

……익숙함은 사람을 안심시키고, 버릇을 들이게 한다.

「사……부?」 「응.」 능상은 더도 말고 한 글자로 대답했다. 「헤헤, 저―― 아야!」 소녀는 몸을 일으킬 생각이었지만, 곧 통증에 소리를 질렀다. 마비마와의 싸움으로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에 참기 힘든 고통이 느껴졌다.

어라?

마비마는?

「앗!」 소상은 꿈에서 깨어나듯 일어나며, 통증엔 아랑곳않고, 급히 물었다. 「안 돼, 사부! 사숙이 왔어요. 그가――」 「뭘 그리 당황하느냐? 여섯째가 그렇게나 무섭나 보구나.」 능상은 냉정히 답했다. 「넌, 누가 너희 둘을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별일 없다. 너흴 돌보고 나면, 그를 쫓아낼 것이다.」 「아……」 머리에 고통이 몰려와, 소녀는 더 이상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저——나찰인은요?! 사부, 금발을 한——」 「네 옆에 있다.」 들은 대로 옆을 보니, 정말 나찰인이 바로 옆에 누워 자고 있었다. 조금 의외였다. 그와 알게 된 후, 그의 눈을 감은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상의 마음속에 뭔가 동정과도 같은 슬픔이 솟아올랐다.

숙면 중임에도, 금발의 남자의 우아함은 마치 신선과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깨어있을 때보다 더 살아 숨 쉬는 사람처럼 보였다.

속임수도, 숨기는 것도, 과거의 번민과 미래에 대한 집착도 없었다.

나찰인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처럼 자고 있었다.

어쩌면…… 이게 본래의 모습일까?

……음? 그는 어디에 누워있는거지? 「아아아아아――――――」 소녀는 본능적으로 이불을 잡아당기며, 나찰인을 걷어찼다. 금발의 이방인은 마치 통나무처럼 침상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왜왜왜왜왜왜왜 저기, 그그그가 제제제제…… 제제제 옆에……」 소상의 얼굴은 완전히 붉어져, 두 눈엔 눈물까지 몇 방울 맺혀, 곧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능상은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침상은 하나뿐인데, 네 옆이 아니면 어디다 두라는 거냐? 바닥 위에?」 사, 사부도 그거 있잖아요, 으, 침상말이에요! 「——내 침상을 그에게 내어주면, 네 사부는 어디서 자란 말이냐?」 「아, 안돼요! 저, 전, 아직……」 소상은 순간 말이 막혀, 오열하기 시작했다. 「사부——남녀가 이렇게 가까우면 안 된다고요!」 「흠……」 사부는 밑을 내려보며, 생각에 빠진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녀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돌연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사부에게 상식을 이해하길 기대하는 건 어렵다는 것을.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