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의 일. 「로즈웰」이 아직, 페코스 강 옆의 이름 모를 작은 거리였던 시절.

주:

로즈웰(Roswell)은 미국 뉴멕시코 주의 도시이다. 1947년 7월 4일 UFO 추락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음모론자들은 미국 정부가 당시, 사건의 진상을 은폐했다고 생각하며, 추락한 것은 하늘을 나는 원반이지, 기상 관측용 기구가 아니었다고 믿고 있다.

「비키니」가 아직, 작은 환초의 이름에 불과했던 시절.

주:

비키니 환초(Bikini Atoll)는 마셜 제도의 산호초 섬이다. 1946년부터 20차례 이상의 핵무기 실험이 이뤄졌다.

「비키니」는 핵폭탄의 상징이다――어느 획기적인 디자인의 수영복이 세상에 선보였을 때, 이 지명이 사용됐다.

제 나이도 겨우, 지금의 절반이었던 시절.
1946년 스위스 취리히 ……. 리제를, 오늘은 아주 멋진 아저씨가 이야기하러 와줬단다. 지금까지의 무능했던 정신과 의사들과는 비교도 안 돼──잘 이야기해 보렴. ……. 걱정 말거라. 학교에서 재미없는 수업이나 들어라 같은 말을 하려는 게 아니야. 유명한 전문가 선생님이란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거야. ……. 그렇지……덧붙여 말하자면. 이 사람은 저의 어머니. 회계사라 언제나 바빠서, 일요일과 크리스마스에만 집에 계셨습니다. 재미없는 일을 하고 계시죠? 이쪽이 저의 아버지. 디자이너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계의 바늘을 설계하고 계셨습니다. ……훨씬 더, 재미없는 일을 하고 계시죠? 상상해 보세요. 이런 가정에서 유일하게, METAPHYSICS 사고를 좋아하는 제가,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어 얼마나 외로웠을지. 상상해 보세요.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제가, 3개월에 걸쳐서 5명의 「정신과 의사」를 억지로 만나게 된 것을. 아……그렇지, METAPHYSICS(형이상학). 당시 이야기를 하니까, 저도 당시의 사고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예이! 칼이라고 합니다……칼 구스타프예요. 「칼」이라 불러도, 「구스타프」라고 불러도 좋아. ……. 「칼」이나, 「구스타프」나……어디 스웨덴 국왕 이름이야? 아하하……다들 그렇게 놀리더라. ……그래그래, 요즘, 재미있는 연구를 한다며? 내게도 가르쳐 줄래? ……. ……아ー. 「이런 삐쩍 마른 아저씨는 이해 못 할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나? ……. ……일단 시도는 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뭐든 일단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그렇지 않니? ……. 자랑은 아니지만――대학에서 이과 성적도 괜찮았어. ……. 진짜라니까. 제일 점수가 좋았던 건, 힐베르트 교수가 직접 교편을 잡았던 『기하학』이었어. ……. 그럼. ……공간에서, 수직을 만들 수 있는 직선의 수는 최대 몇 개? 못 맞추면, 그만두고 돌아가 줄 수 있어? 나중에서야 생각해보니……그 아저씨, 보통내기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때, 얼마든지 정답을 바꿀 수 있는 이 문제를 내서, 그를 쫓아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입을 열어 문제를 냈던 시점에서 이미 그의 승리였어요. 적어도, 지금까지 온 4명의 「전문가」보다는, 훨씬 뛰어났어요. 직교하는 직선들인가……? 그렇다면, 얼마든지 무한대로 수직인 직선을 만들 수 있겠네. ……! 공간의 차원에 제한은 없지. 그렇다면, 좌표 축만으로도 수직을 이루는 직선이 무한히 존재하게 되겠지. ――즉, 공간이냐 직선이냐는 인위적으로 정해진 허구의 개념에 지나지 않아. ……. 어음……왜, 왜 그래? ……. 그, 그런 식으로 나를 보며 웃진 말아 줘……부처님에게 설법을 한 격이었나? 아니……. 그게 아니라……. 나, 나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래요, 그때, 저는, 한심하게도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외지에서 고향 사람과 만났다」 그런 상태의 어린 저를, 지금의 제가 본다면 분명 놀렸겠죠. 하지만……누구에게나 감정이 격한 시기가 있습니다, 그렇죠? 그건 추한 게 아니라……아름다운 겁니다. 저의 삶이란 시계에 새겨진, 제게 있어선 몸 둘 바를 모를 만큼, 아름다운 시간이었어요. 그게 18살에 찾아오는 사람도, 80살에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8살이었다, 단지 그것뿐. 다시금 생각하니, 저의 광기에 어울려줬던 그야말로……정말로 대단했습니다. 「동일한 밑면과 동일한 높이를 가지는 사면체의 부피가 같다는 것을 연속변형 없이 증명할 수 있는가」 그거, 1시간 더 읽어봐도 진전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럼, 넌 알아낸 거냐? ……조용히 하세요. 지금, 생각하고 있어요. 오……그렇다는 말은, 나도 너도 모른다는 거네. 답을 보자! 뭣!? 안 돼? 우리는 미지를 향해 탐구를 하고 있는 거야. 퀴즈 대회에 나간 게 아냐. 하지만……. 그렇게 분해할 거 없어. 누구에게도 상상력에 한계는 있지.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빌려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단다. 그러면, 우리들 스스로의 경험만으로는 찾지 못할 멋진 경치도 더 많이 즐길 수 있겠지. ……. 어디어디……. 다면체에서 모서리의 길이와 모서리에서 만나는 두 면의 이면각에 기반해, 하나의 변수를 정의하면……. ……뭐라고? 잠깐 보여줘요! 야야! 갑자기, 낚아채지 마! 책 찢어져! 실은, 아저씨와 함께 생각했던 문제로 기억에 남는 건, 이것 뿐입니다. 그 해답이 인상 깊었던 게 아니에요. 훗날, 플랑크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을 때―― 「어? 힐베르트의 제3문제를 그대로 써서, 너를 시험했단거야? 그 인간, 머리가 괜찮긴 한 거야!?」

주:

힐베르트의 23가지 문제는 독일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가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제2회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강연한 「당대에서 가장 중요한 23개 수학문제」.

「밑면과 높이가 같은 사면체의 부피가 동일함을 연속변형 없이 증명할 수 있는가」는 그 제3문제.


p.s. 23가지 문제 중 다른 유명한 것으로는:

제1문제「연속체 가설」,

제2문제「산술의 공리성과 무모순성」,

제8문제「리만 가설, 골드바흐 추측, 쌍둥이 소수 추측」,

제18문제「가장 밀도가 높은 공 쌓기는 무엇인가」등이 있다

――이렇게 소름 끼치는 일, 평생 기억나는 게 당연하겠죠? 아아. 당시, 어째서 제가 플랑크와 알고 있었냐고요? 그건…….
여러분, 소개드리죠. 이쪽은, 엠마 플랑크 양……프리스턴 대학 사상 최연소 물리학 교수입니다. 네! 엠마에요. 칼의 사촌 동생입니다. ――이 인간, 일부러인지,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사촌 남매라고 소개하는 걸 잊어버려요. 뭐 전혀 개의치 않지만, 그치? 아핫하……. ……크흠. 아……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죠. 이전, 따님을 대학으로 보내는 걸로 상담을 했습니다만, 동의를 받고 나서 바로 엠마에게 연락했습니다. 엠마같이 젊은 여성이 가까이 있는 게, 미성년인 아이를 교육하는데 좋다고 생각해서. 그것만이 아니에요! 저도 따님에 대해, 몹시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부디 따님과 함께, 이 세계의 진리를 탐구해 보고 싶습니다! ……. 하하하……죄송합니다. 엠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흥분하는 경우가 있어서. 아뇨, 좋다고 생각합니다……우리 딸과 분명 맞지 않으려나. ……. ……그건 나도 동감이야. 아마, 칼이 제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인물이라 할 수 있다면, 엠마는 제게 있어 항해장이었어요. ……언제부턴가, 우스워하며 「플랑크 교수」라고 부르게 되었지만, 당시의 엠마는……뭐라고 할까, 지금의 「중년의 위기」의 그림자 따위 티끌도 안 느껴지는 여성이었습니다. 순수한 학자, 순수한 미인. 그 빛은 앞으로도 영원히 저를 비춰주고 있을 거예요―― 함께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밤하늘의 별을 봤어요. 피가 이어진 그 사람보다도……훨씬 어머니 같았습니다. ……물론, 칼의 어딘가가 아쉽단 게 아니에요. 이건 단순히 「같은 성별」이라 그런 것뿐입니다. 칼, 내일 독일로 돌아가요? 그래……. 이번 주말로 휴일도 마지막이라, 사령부에 돌아가야지. 사령부? 동맹국 베를린 방위군 사령부의 심리 센터. 흐응……그렇다는 건, 정말로 「전문가」였던 거예요? 하하하……설마, 이제서야 믿어주다니, 나도 어지간히 인상이 안 좋네. 뭐, 본인 스스로도 느낄 만큼 좋다 하긴 어려우려나요. 그나저나……사령부에서 일한다는 건, 전쟁에서 PTSD가 생긴 병사의 치료라도 하는 거예요? 그런거지……전문가가 아니면, 상당히 힘든 일이야. 대다수의 사람은, 타인이 토해내는 괴로움에 버틸 수 없으니까──듣다 보면 같이 괴로워하게 되거든. 그럼, 전문가는 어디가 달라요? 전문가는 상대를 분석 대상으로 봐. 그 괴로움을 분석해서 치료는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괴로움을 투영하지는 않지. 만약 개인적인 감정이 생겨나면, 반드시 타인에게 인계하고 본인도 치료받아야 해. ……그럼, 칼은 나를 엠마에게 떠넘긴 거예요? ……아니아니, 전혀 다르지. 우선, 넌 환자가 아냐. 나도 치료 같은 거 안 했어. 그리고 엠마도 의사가 아니잖아. 크크큿, 칼이 허둥대는 모습, 재미있네! ……어? 놀린 거였냐? 이 나쁜 꼬맹이, 각오해라! 앗! 칼 아저씨가 손을 들어 올렸다! 자, 잠깐, 이상하게 말하지 마! 야, 기다려! 하아하아……지, 지쳤다……. 겉모습은 젊은데, 체력은 노인네랑 다를 바 없네요. 시, 시끄러……. 하여튼, 스위스가 정말 좋은 곳이다 보니……. 진짜, 베를린으로 돌아가기 싫어지네! ……. ……또, 볼 수 있어요? ……. 그럴지도, 휴가가 나온다면 말이지. 칼이, 좀 더 젊었으면 좋았을 건데. 뭐? 10살 정도 젊었으면, 엠마 언니랑 맺어줬을 텐데. 뭐! 이 꼬맹이가, 점점 더 음모에 능숙해지네. 흐흥……. 엠마가 말했어―― 「남자라는 건 입으로는 이렇다저렇다 말해도, 내심 자신은 더 나빠지길 바라고 있어」라고. 얌마! 대체, 엠마에게 뭘 배운 거야! 흥……내가 알려줄 거라 생각해요? 할 수만 있다면 20살 젊어져서, 같이 엠마에게 배우면 돼요! 어머, 그거 괜찮다! 칼, 힘내! 에, 엠마! 언제부터―― 에헤헤헤, 「10살 정도 젊었으면」 부분부터. 10살 젊어지지 않아도, 나는 상관없는데. 무무무무,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당시, 아직 어렸지만, 왠지 모르게 예상했습니다. 「아마, 다시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단지, 그때는 누구도 그것을 입에 내지 않았습니다……. 그 여름의 한 때가, 우리들의 인생이 교차하는 마지막 날이 될 줄이야. 칼은 바빠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플랑크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저도, 전혀 여유가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 「또, 분명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3년 전까지는. 예. 1952년 1월 1일. 도시 전체를 파멸시킨 붕괴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 칼은 베를린에 있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그래요, 베를린. 그 중심부에. 칼……다음 휴가는, 다른 아이들에게로 가는 거지? 어……아마도. 저 아이도 이젠 자신의 길을 발견했겠지? 이 세계에는 길을 찾지 못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으니까. 하하하……너 다운 걸. ……. 그럼, 엠마. 이제 갈게. ……. 아, 잠시만 기다려. 왜? 아니, 큰일은 아닌데. 대학 때, 분명 합창단에서 활동했었지? 좋아, 악기를 빌려왔어. 곡도 마음대로 골라뒀어――가사는 알 거야. 왜, 멍하니 있는 거야? 걔도 데려와. 저 애, 우리 「둘만의 공간」이라도 만들려 했나 보네, 괜한 참견이야! Oh, Danny Boy, the pipes, the pipes are calling(오, 나의 대니, 파이프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어) 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 side,(골짜기 골짜기마다, 산자락 아래에서) The summer's gone, and all the roses falling,(여름이 지나, 장미꽃들은 모두 말라 떨어지고) It's you, it's you must go and I must bide.(넌 결국 가버리는구나, 그래도 난 계속 기다리고 있어) But come ye back when summer's in the meadow,(제발 돌아오길 바라, 풀밭에 여름이 올 무렵에) Or when the valley's hushed and white with snow,(아니면 계곡이 눈으로 고요해지고 하얗게 될 무렵에) It's I'll be here in sunshine or in shadow,(나는 햇빛이 비치든 그늘이 지든 이곳에 있을게) Oh, Danny Boy, oh Danny Boy, I love you so!(오, 나의 대니, 진심으로 사랑해) But when ye come, and all the flowers are dying,(네가 돌아올 때쯤, 꽃들은 모두 지고 있을 거야) And I am dead, as dead I well may be,(만약, 내가 세상을 떠났다면) Ye'll come and find the place where I am lying,(내가 잠든 곳을 찾아줬으면 좋겠어) And kneel and say an "Avé" there for me;(그리고 무릎을 꿇고, 작별의 인사를 해 줘) And I shall hear, though soft you tread above me,(네가 내 위를 걷는 나지막한 발소리도, 나는 들을 수 있을 테니) And all my grave will warmer, sweeter be,(그러면 내가 묻힌 이곳은 아주 따뜻하고, 아늑해질 거야) For you will bend and tell me that you love me,(그야 네가 고개를 숙이고, 나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줄 테니) and I shall sleep in peace until you come to me...(나는 이곳에서 편안하게 계속 잠들어있을 거야. 네가 돌아오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