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주간, 웰트 조수의 책임은 중대하다. 슈퍼 컴퓨터 에이다가 해독에 전적으로 매달리면서, 42 실험실은 「휴가 비슷한」 상태에 들어갔다──라는 건 즉, 두 박사의 휴가를 어떻게 더 즐겁게 보내게 할지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휴가라고 했지만, 매일 일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명은 말했지만, 다른 한 명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건 도저히 무리인 이야기다.
주: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은 미국 작가 J. D. 샐린저가 1951년 발표한 장편소설.
출판 초기, 많은 학교와 도서관이 금서로 삼았으나, 지금 이 작품은 많은 미국 학교에서 지정도서로 여겨지고 있다.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도 나온다.
Ω:
네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벌써 31일이 되었으려나.
할로윈은 즐기고 있는가?
어딘가의 주교님이 할로윈을 아주 중시하는지라, 본부에서 매년 성대하게 장식을 달아야 한다고 들었다네. ……그래, 동봉된 사진은 올해의 장식이야.
덧붙이면, 이번 달부터 우리 실험실은 경사스럽게도, 나 혼자만 남아서──라는 이유로, 보는 대로 사진도 셀카로 찍을 수 밖에 없었어.
최근 답장이 없는데, 분명 새로운 만남으로 생활이 활기로 가득한 거지? 대서양의 왕복, 아주 즐거웠다고 들었다. 하지만, 본부의 북미 지부에 대한 평판은, 계속 좋지 않아. 만약, 서로 간에 뭔가 재미없는 일이 일어나면,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상당히 골이 깊으니까.
……크크, 나도 바보 같군. 신들의 다툼이, 우리에게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건지. 아무래도 좋아. 런던의 날씨는 어떤지 모르지만──빈은 오늘, 달이 아름다워. 이런 달은 여간해선 볼 수 없지. 술의 힘도 빌려서, 오늘은 평소엔 그다지 안한 이야기를 해볼까. 나는 그저 이야기할 뿐이고, 너는 그저 들을 뿐, 거창한 얘기는 아니야.
네가 독서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어. 근데……생각해본 적 있나? 붕괴와의 항쟁 중에, 우리 인류가 몇 번이나 좌절하고, 비참한 패배를 당했는지. 대체 어디가 모자라서, 번번이 붕괴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싸울 때마다 더욱 망가져가는 걸까.
혹은 이렇게 말해야 되나……어째서, 언제나 언제나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게 되는 걸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는 확실하게 진보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이 방해받은 적도 없지. 하지만, 내가 보고 온 것은 그 흐름의 선두에 서서,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고독하게, 상처투성이로, 때로는 같은 편에 배신당해 패배해버린, 뭐가 잘못된 지도 모른 채 괴로워하는 사람들. 그들은,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더라도 물질적으로는 취약하지. 그 정신은 긴 시간에 걸쳐 계승되어, 나중엔 누구라도 인정하는 최고의 보물이 되지.
전에 성녀 카렌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그 위대한 인격에 반해, 극히 평범한(카스라나의 혈통은 분명 평범은 아니다만……절대적 정의에서는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어) 소녀의 몸이 얼마나 연약하고, 작았는지──속물들에 의해 사형을 선고 당하고, 붕괴수 따위에게, 그렇게나 간단히 목숨을 잃게 될 줄은.
이게 정말 도리에 맞는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렇게나 논리에 맞지 않고, 등가교환의 법칙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다니!
카렌의 짧은 인생을, 나는 영원히 잊지 않아.
나는 확신하고 있어. 인류의 최대의 적은 붕괴 같은 게 아닌,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영웅은 모든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지.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영웅의 뜻을 의심해버려.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진정한 정의를 무시해버리고.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서로를 위협하며 잠깐의 평화를 얻고, 「질서」다 「윤리」다 화려한 단어를 늘어놓으며 비열한 마음을 숨기지.
성녀……그녀가 성녀인 연유는, 본질적으로는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연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녀만은, 우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연약함을 겁내지 않았다. 그 마음 안에서 솟아 나오는 용기는, 우리에게 있어 그야말로 태양과도 같은 존재지.
그에 비해 나는……그녀와는 달리, 연약한 겁쟁이일 뿐.
우리는 모두, 「공포」라는 이름의 원죄를 짊어지고 전전긍긍하며 인생의 답을 찾아다니고 있지.
성녀는 이런 우리를 비웃거나 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 자신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의식할 때마다, 매번 스스로를 때려죽이고 싶게 되어버려.
생각해 보게. 만약, 우리들이, 이러한 연약함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자신은 연약하다」라는 마음속 깊숙이 뿌리박힌 공포를 뿌리째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그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문화는 얼마나 관용이 있으며, 얼마나 자신감과 활력으로 가득할까! 그러면 그 「붕괴」도, 분명 우리 앞에선 사소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그런 세계야말로, 자신들의 성녀를 지키는 게 가능하다.
그런 세계야말로, 성녀에 의해 지켜질 가치가 있다.
만약, 만약 카렌이 다시 한 번 세계에 빛을 발할 수 있다면, 그때는, 너무나 작은 우리들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거다.
오랜만에 와인을 마신 탓인지, 오늘은 조금 술기운이 지나치게 돌았군. 이 편지도 네가 본다면, 의미 모를, 엉망진창인 문장이겠지.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이전까지는 계속 기관의 일원으로서 이야기했다만, 오늘은 아주 평범한 연구자로서 일방적인 푸념을 해버렸네.
아까 말한 동경하는 세계가, 정말로 찾아온다고는 생각 안 해. ……그래도 좋아. 그렇다고 해도 아직 할 수 있는 일은 많거든──그렇지?
오늘은 조금 이상한
너의 친구 광대 α가
1955.10.28
주:
테슬라는 크로아티아 출생, 오스트리아 국적을 가진 세르비아인이다.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는 역사적 이유에서 이러한 배경을 가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주:
포르말린(Formalin)은 포름알데히드 약 40%와 메탄올 약 15%의 혼합 수용액.
표본의 방부제로 자주 사용된다.
주:
푸아그라(프랑스어: foie gras)는 유명한 프랑스 요리. 거위 간으로 만든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오리 간을 원료로 하기도 한다.
푸아그라 농장에서는 파이프를 사용해, 먹이를 직접 위에 「억지로 주입해」 거위나 오리를 지방간으로 만들어, 푸아그라를 얻는다. 먹이 주입은 2주에서 4주, 하루 2~3회, 전용 유동사료를 파이프로 식도에 흘려보낸다. 대량으로 남은 영양이 간에 축적되어 최종적으로는 크고 결이 섬세한 지방간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