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끝의 고지, 「스웨스요드」라 불리는 땅에, 웅장한 산이 하나 있다.」 「그 산은 100 마일 만큼 길고, 100 마일 만큼 높으며——」 「천 년에 한 번, 한 마리의 작은 새가 이 산의 정상으로 날아와, 부리를 다듬는다.」 「그렇게 산이 다 닳아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영원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

주역:

이하 헨드릭(Hendrik Willem van Loon)의 작품 『인류 이야기』(The Story of Mankind)에서 인용.


High in the North in a land called Svithjod there is a mountain.

It is a hundred miles long and a hundred miles high

and once every thousand years a little bird comes to this mountain to sharpen its beak.

When the mountain has thus been worn away a single day of eternity will have passed.


p.s. 「스웨스요드」는 「스웨덴」의 옛 이름으로, 고대 노르드어에서 기원한다.

영웅들은 떠났고, 상처는 천천히 치유되어간다. 일상은 다시 사소한 일들로 가득해지고, 영원과도 같은 별들은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진다. 그렇게 거품 세계에선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안토니오는 왔는가? 여기 있습니다, 전하. 그대에겐 미안하게 됐군. 그대는 이제 금속처럼 차가운 심장을 가진 상대와 이 법정에서 마주해야 하오. 그는 연민이 뭔지도 모르고, 추호의 자비심도 인정도 없는 악한이지. 이미 전하께서 그가 너무 심한 걸 부탁하지 않도록 얘기하셨다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고집을 부리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합법적으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단이 없으니, 그…… ……그 이런 말이 있습니다. 침묵 속에서 폭발하지 않는다면, 침묵 속에서 멸망할 뿐이다, 라고! 그래서 전—— 전…… 부끄럽게도, 전 제 분수를 벗어난 일을 할만한 담량이 없군요. 그러니, 오늘도 여기서 묵묵히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 탈레스 씨…… 방금 말, 대본엔 전혀 없었던 건데, 선장? 하하하하, 그럼 뭐 어때? 배우들이 대사를 잊는 건 흔한 일이야——하지만 상황에 맞는 말만 해준다면, 이야기는 문제없이 계속 이어질 수 있어. 참. 그리고 여기선 날 「선장」이 아니라, 「극단장」이라 불러줘——「얘기를 제대로 하려면, 이름부터 제대로 붙여야 한다」라는 말도 있으니. ……아, 미안. 예전부터 그러던 게 습관이 돼서, 미안해. 하하, 그렇게까지 굳을 필요는 없어. 겸손하고 정중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네 소탈한 모습이 더 좋으니까. ……음, 리타도 종종 같은 얘길 하던데. 그래도, 이런 게 「성장」이지 않을까? 많은 일을 겪으면서, 잃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으니—— 결국, 겉모습은 과거와 많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은 다들 마음속 깊은 곳에 잘 간직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 수년 전의 자신이, 가장 진실한 자신이 아닐까.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비앙카. 비록 시간의 흐름은 너희 쪽이 훨씬 느리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우리가 보낸 10년보단, 훨씬…… 극단장! 곧 당신의 차례입니다! 어라, 내가 등장할 차례네. 비앙카, 내 대사 잘 받아줘야 해? 응. 채권자, 앞으로 나오시오! 우린 그대가 마음을 바꿔, 이 불행한 상인에게서 1 파운드의 살을 베어내는 것을 포기하길 바라오. 존경하는 공작 전하, 저는 이미 제 뜻을 당신께 아뢰었습니다. 저는 하늘에 맹세했습니다, 이 흰 종이에 검은색 글로 쓰여진 약속대로 반드시 처벌을 집행하겠다고. 전하, 베네치아의 법률도 명백히 저의 요구를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만약 왜 제가 금화 3천을 받지 않고, 그저 썩은 고기 한 점만을 원하느냐 물으신다면—— ——전 그저 이게 더 좋기 때문입니다. 이걸로 답변이 되겠습니까? 만약 제 집 안에 쥐가 들어왔다면, 전 금화 1만을 써서라도 이를 내쫓고 싶을 겁니다——이런 바람은 제 자유이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은 돼지가 킁킁대는 소리를 싫어하고, 어떤 사람은 고양이만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또 어떤 사람은 피리 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합니다—— ——이처럼, 우리들의 감정은 내면의 좋고 싫음에 따라 지배되어,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질 못합니다. 그렇기에, 제게 정말 끝까지 물어보신다 해도, 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호불호에 걸리는 게 있다면, 「충분한 이유」가 없어도, 누구든 그 추태를 밖으로 드러내고 맙니다. 저 역시도 개인적으로 안토니오와 이전부터 깊은 앙금이 있었기에,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이런 아무런 이득도 없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겁니다. ——제게 대답을 바라셨으니, 이게 저의 대답입니다. 이, 이 냉혹무정한 녀석! 이런 조금의 양심도 없는 답이, 네 잔인한 천성을 그 무엇보다도 돋보이게 하는구나! 나는 당신 마음에 들고 싶어서 여기 서 있는 게 아니오. 정신이 나갔군! 설마 누군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를 죽여야만 속이 풀리는 건가? 허허, 과연 죽이고 싶지 않은 것에 원한이 생길 리 있겠소? 실수만으로 그런 원한이 생긴다고? 세상에 그런 도리가 어딨나? 뭐?! 그대는 독사에게 한 번도 모자라, 두 번이나 물려도 괜찮다는 거요? 친구여, 저 차가운 심장을 가진 이와 이치를 따지는 것은, 마치 해변가에서 대해의 성난 파도가 스스로 멈춰주길 바라는 것이나, 마치 승냥이를 책망해, 어찌 암양이 새끼를 잃고 비탄에 빠지게 만들었냐고 묻는 것이나, 혹은 산 위의 소나무가, 강풍이 불어도 전혀 흔들리는 일 없이, 바람이 잎을 스치며 내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소리도 안 내길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네. 그러니, 친구여, 그와는 더 이상 어떠한 조건도 흥정할 필요가 없다네. 더 이상 나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을 필요도 없네—— 얼른 내게 판결이 내려져, 저 야만인이 소원을 이루도록 해주시게. 자네, 자네는 어째서 스스로 포기하는 건가? 거기 어르신, 부탁드립니다. 그가 빌린 건 금화 3천이니, 제가 지금 금화 6천으로 갚아 드리는 걸로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내가 방금까지 그토록 얘길 했는데, 당신들은 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거요?! 잘 들으시게, 애송이들. 그 6천의 금화 하나하나가 6개가 되고, 다시 그 하나하나가 금화 3천이 되어도—— ——정말 그게 된다 해도, 난 전혀 그 돈을 원하지 않소. 나는 그 문자 그대로 약속된 처벌만을 집행하길 바라오. 그…… 그대가 이렇게 일말의 자비심도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엔 과연 누가 그대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겠는가? 무슨 얘기가 하고 싶으신 겁니까, 공작 전하? 저는 일평생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는데, 어찌 형벌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소위 당신들 같은 귀족들도, 수많은 노예를 사들이고, 그들을 짐승처럼 부리며, 온갖 더럽고 괴로운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어떻습니까? 노예를 사들이는데 쓴 돈은 신경 끄고, 전부 자유롭게 풀어줘, 그들을 당신의 자식들과 결혼시키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들의 침대도 당신들의 것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당신들이 먹는 맛있는 음식도 똑같이 맛보게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당신도 자비심을 베푸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 당연히 이렇게 말씀하시겠죠, 「그 노예들은 우리의 사유 재산이다」—— 저도 똑같습니다. 이 자의 1 파운드의 고기도 제가 거금을 들여 산 제 것이니, 저는 반드시 그것을 손에 넣고 말 겁니다. 그럼에도 이런 저의 요구를 거절하신다면, 베니스의 법률도 그저 이 궁전에 장식된 쓸모없는 종이 조각에 불과하겠군요! 무엄하다! 존경하는 공작 전하, 전 지금 판결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부디 빨리 답을 내려주십시오. 저는 이 1 파운드의 고기를 취할 수 있는 겁니까? ……이미 가장 학식이 풍부한 박사, 페·키호테에게 이 사건의 심리를 맡기게 했소. 만약 오늘 그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내겐 선고를 연기할 권리가 있소. 자, 잠깐? 그 「박사」 이름, 앞에서 이미 나왔는데, 그렇게 막 바꿔도 돼? 응, 이번엔 비앙카 말이 맞아. 세부적인 요소는 배우에게 맡겨도 되지만, 설정을 막 바꿔버리는 건 곤란하니. 「벨라리오」는 여주인공 「포셔」의 사촌으로, 제 3막 「포셔」의 대사에서 이미 설명됐어. 휴우…… 나이를 먹으니,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구나. 방금 박사의 이름이 안 떠올라, 「돈·키호테」로 헷갈리고 말았네. 하하, 그럼 이렇게 해보시는 건 어때요? 여기 바사니오에게 대사를 하나 추가해서, 그가 박사 이름을 말하게 할게요. 내가 확인시켜주면 된다는 거네? 응. 공작이 말을 끌면서 「내가 이미 누군가를 불렀는데……」 그리고 바로 네가 덧붙여 주는 거지, 「벨라리오 박사입니다, 전하.」 그럼 공작은 이어서 이렇게 말하면 되겠죠. 「맞아, 맞다네…… 벨라리오 박사, 그 누구보다도 학식이 풍부한 자이지——그에게 이 사건의 심리를 맡겼소.」 오오, 그 방법 괜찮군! 그럼 다시 이어가 볼까요? 흠흠, 내가 이미 사람을 불렀는데…… 그…… 벨라리오 박사입니다, 전하. 맞네, 맞아…… 벨라리오 박사, 그 누구보다도 학식이 풍부한 자이지——그에게 이 사건의 심리를 맡겼소. 만약 오늘 그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내겐 선고를 연기할 권리가 있소. 공작 전하께 아뢰옵니다. 음? 무슨 소식이라도 있나? 밖에 파두아에서 벨라리오 박사의 서신을 가져왔다는 사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딱 맞춰왔군. 서신은 내게 가져오고, 사자도 이리로 들여오게. 기운 내시게, 안토니오! 친구여, 지금은 의기소침할 때가 아니라네! 난 저 야만인이 내 가죽, 내 살과 뼈 모든 것을 빼앗아 가더라도——자네가 날 위해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는 일은 결코 없게 할걸세. 아…… 지금의 나는 양 떼에서 가장 쓸모없는 병든 양과 다를 바 없겠지, 도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의. 「가장 약한 열매가 먼저 땅에 떨어진다」라는 말도 있으니, 얼른 이 불운한 일생을 끝마치게 해주시게. 바사니오, 자네가 살아서, 내 묘비에 글을 남겨줄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네. 이봐! 그렇게 자포자기하는듯한 말은 하지 말게! 자, 사자가 왔다네. 공작 전하를 뵈옵니다. 그대가 바로 박사가 보낸 사자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벨라리오 박사가 안부를 전해달라 하였습니다. 이건 박사가 쓴 서신입니다, 받아주십시오. 스윽——스윽—— 스윽——스윽——스으윽—— 저기, 너무 시끄럽지 않은가! 네놈은 그 큰 칼을 갈아서 어디에 쓰려는 속셈이냐? 당연히 저 파산한 놈이 빚진, 1 파운드의 살점을 발라내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너…… 너 이 악독한 녀석, 그 칼을 네 구두창보다, 네놈의 심장 위에 가는 게 더 좋을 것이다! 그, 그 어떠한 강철도, 심지어 망나니가 목을 베는데 쓰는 칼도, 네 심장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드러울 것이다! 저, 정말——얼마나 더 간청해야 그대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가? ……지미 녀석, 왜 항상 저렇게까지 긴장하는 거야. 미, 미안해요…… 이, 이게 악당을 규탄하는 장면이라 생각하니, 그…… 하하, 나는 문제없어 보이는데? 소심하고 겁이 많지만, 그래도 자신의 소박한 정의관을 고집하려는 「그라시아노」, 이것도 나름 재밌는걸? 아…… 미안…… 난 이런 사람만 보면 참기 어려워져서. 하하하하, 우리 모두 아마추어니까, 캐릭터를 자신의 성격에 맞추면, 더 자신감 있는 연기가 가능할 거야. 그럼——리허설을 계속할까? 내일 공연은 전세계가 생방송으로 볼 거라고? ……소용없네. 자네, 아니 자네들 모두가 감정으로 호소한다 한들, 아무런 소용없네. 지,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독사 같은 놈! 하하, 계약서에 찍힌 이 도장을 욕하는 건 자유다만, 네가 그렇게까지 소리를 지르며 원망해 봐야, 자기 자신만 더 화나게 만들 뿐이다——정말 그럴 필요 있나? 애송이, 내가 충고 하나 하지, 더 이상의 추태는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네놈뿐만 아니라 다른 이도 수습할 수 없는 일까지 일어날 수 있으니. ——공작 전하, 저의 요구는 단지 법률에 따른, 그 무엇보다도 공정한 판결뿐입니다. ……서신에 따르면, 박사가 직접 법정에 출두하기가 어려워, 젊지만 유능한 동료를 대신 보냈다는군. 사자여, 그 젊은 동료도 자네와 함께 왔는가? 그렇습니다. 그는 밖에서 전하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전하가 허락하실진 모르겠지만. 매우 환영한다네. 자, 어서 너희 서너 명이 가서, 그를 이곳으로 데려오게. 젊은이, 자넨 박사가 보낸 이가 맞는가? 그렇습니다, 전하. 환영하네. 이리 와 앉으시게. 현재 이곳에서 심리 중인 사건과 양측의 입장, 모두 잘 이해하고 있는가? 이미 이 사건의 정황은 완전히 숙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 누가 그 파산한 상인이고, 누가 그 채권자입니까? 안토니오, 샤일록, 둘 모두 이리로 나오게. 당신의 이름이 샤일록입니까? 샤일록이 바로 내 이름이오. 정말로 이상한 소송이군요. 하지만, 베니스의 법률에 따라, 당신의 소송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안토니오, 당신의 목숨은 그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그렇죠? ……그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신은 이 계약을 인정합니까? ……저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니, 채권자 선생께서 조금 자비를 베풀길 건의합니다. 당신들은 왜 항상 내게 「조금의 자비」를 바라는 겁니까? 당신도 뭐 새로운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일개 학자이니, 제 말이 설교하는 듯 들린다면 미안합니다. 자비는 일종의 미덕입니다. 그렇기에, 이는 사람이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늘이 내려주는 단비와도 같은 구원입니다. 자비는 받는 사람만 행복할 뿐 아니라, 베푸는 사람에게도 행복을 줍니다. 이는 그 어느 권리나 부보다도 고귀하며, 우리의 영혼이 안식에 이를 수 있게 합니다. 선생님,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혹시나 당신이 원고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양보를 해줄 수 있길 희망해서일 뿐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원래의 요구를 견지한다면, 법률에 사심이 있어서는 안되니, 우리도 그 상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물러설 마음 없습니다. 그저 약속대로 벌을 집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만을 바랍니다. 그럼, 이 상인은, 더 이상 스스로의 생업만으로 변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제가 대신 이 법정에서 지불하겠습니다. 심지어 그 두 배라도 지불하겠습니다. 만약 그래도 채권자가 만족할 수 없다면, 제 머리와 심장을 저당으로 10 배의 금액을 갚는 계약이라도 서명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마음을 고칠 생각이 없다면, 그에게 제 친구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박사 선생님, 어떻게 직권을 써서라도, 법을 좀 융통적으로 다뤄주셨으면——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 이 잔인한 악마의 욕망이 실현된다면, 모든 법률이 살인의 공범이 되고 말 겁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베니스에선 그 누구도 임의대로 법률을 바꿀 수 없습니다. 이런 악례가 생겨나면, 법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어, 온갖 악행도 면제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절대 불가합니다. 보거라, 이 얼마나 공평한 법관인가! 이렇게나 지혜로운 젊은이는 정말 보기 드물 것이다. 난 그의 말, 글자 하나하나까지 전부 동의하오! 채권자 선생, 그 증서를 다시 제게 보여주십시오. 여기 있습니다.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박사님. 채권자 선생, 한 번만 더 재고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들은 빌린 돈의 세 배가 넘더라도 지불할 겁니다. 전혀 적은 돈이 아닙니다. 아뇨, 아닙니다, 저는 이미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에게 벌을 내리기로 하늘에 두고 맹세했습니다——스스로 맹세를 깨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니, 절대, 안됩니다! 심지어 베니스 전체를 제게 주더라도, 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약속대로 처벌을 내리도록 합시다. 법률에 근거해, 채권자는 그 상인의 가슴에서 1 파운드의 살점을 잘라낼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샤일록 선생,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재고해 주십시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세 배의 돈을 받고, 여기서 이 증서를 찢어버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건 그자가 약속된 대로 벌을 받은 다음에 찢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정말 좋은 법관입니다, 법의 진리를 꿰뚫고 계십니다! 당신의 말은 모두 이치가 맞습니다. 역시 법조계에 떠오르는 샛별—— ——그러니 법률의 이름으로 부탁드립니다, 지금 바로 선고를 내려주십시오. 저는 어떠한 화해나 변통도 없이, 그저 이 약속된 처벌만을 원합니다. ……제 절망적인 심정도, 얼른 선고가 내려져 이 고통이 끝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당신, 피고인 안토니오는, 원고 샤일록이 칼로 그대의 가슴에 찌를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십시오. 하하하하!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법관이자, 그 누구보다도 우수한 청년이오! 제가 이렇게 선고를 내릴 수 있는 건, 이 차용증에 규정된 처벌이 베니스의 법률 조항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주 정확하십니다! 똑똑하고 정직하신 법관님, 겉은 무척 젊어 보이시는데, 일 처리는 정말 노련하십니다! ……안토니오, 가슴을 드러내시오. 좋습니다! 「그의 흉부」, 「심장에 가까운 곳」! 이 종이에 명명백백히 쓰여있습니다. ……그럼. 살점의 무게를 잴 저울은 준비되었습니까?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당신의 사비로 외과의사를 불러, 이 일의 뒤처리를 맡게 하여, 피고가 출혈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합니다. 저와 그가 맺은 계약엔 그런 조항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선한 일을 마다할 필요가 있습니까? 죄송합니다만, 외과의사는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게 그럴 의무는 없다고 봅니다. ……그럼, 상인 안토니오, 더 할 말 있으십니까? 없습니다——저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바사니오, 손을 내밀어 주시게,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합세! 내가 이렇게 끝난 걸, 결코 자신의 탓으로 여기진 마시게. 누구든 진심으로 자신의 친구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나와 같은 선택을 할 거니. 바사니오, 그대의 부인에게도 안부를 전해주시게. 이 안토니오의 결말를, 이 안토니오가 자신의 친구를 얼마나 아꼈는지를, 그리고 이 안토니오가 어떻게 죽음을 마주했는지를 전해주시게. 그리고, 얘기가 끝나면, 그녀에게 물어봐 주시게. 바사니오에게 그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친구가 있었는지, 그 친구는 진심으로 후회 없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을지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시게, 바사니오, 자네는 그저 친구 하나를 잃었을 뿐이니 부디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한다네. 저 녀석이 나를 칼로 깊숙이 찔러주기만 한다면, 내 빚은 단번에 청산될 테니. 아, 안토니오!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하고, 내 목숨과 같이 귀중하게 생각한다네. 하지만 내 눈엔, 내 목숨, 내 아내, 아니 이 세상 모든 것과 비교해도 자네의 목숨만큼 귀중하진 않다네! 그저 자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악마에게라도 나의 모든 것을 바칠 걸세! ……흠흠. 부인께서 당신의 고견을 들으셨다면, 결코 달가워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아닙니다, 리타—— ——으. ……미안, 헷갈렸어. 풉. 아하하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이런 실수하기 쉽거나 웃기 쉬운 곳은, 나중에 몇 번 더 연습해두면 되니까. 그나저나, 이 부분 자체가 좀 농담도 있는 편이니, 다들 나름 자기 방식대로 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그럼 계속할까? ……응. ……흠흠. 부인께서 당신의 고견을 들으셨다면, 결코 달가워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아닙니다, 박사님. 이건 그저 일종의 비유로, 정말 제 가족을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 그렇습니다. 저도 아내가 있고, 제, 제 아내를 사랑한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만—— 하,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저, 저로 하여금 정말 이상한 상상까지 하게 만드는군요. 만약 지금의 아내가 이미 천국에 있어, 신에게 직접 저 자의 끔찍한 집념을 거둬들이도록 부탁할 수만 있다면. ……부인이 없는 곳에서 그런 헛소리를 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선생의 집이 며칠간은 소란스러워졌을 테니. 윽…… 봐라, 이게 댁들이 말하는 「문명인」의 「바람직한 남편상」인가 보군! 내게도 딸이 있다만, 차라리 해적이랑 결혼시키지, 너희 같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차려입은 짐승들과는 절대 결혼시키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빠른 선고를! 좋습니다. 상인 안토니오의 1 파운드의 살점은 샤일록의 것입니다——법률은 이를 허가하며, 이에 법정은 판결을 내립니다. 올곧으신 법관님, 정말 공평한 판결입니다! 원고, 당신은 피고 측이 낸 보상 방안을 일절 거절했기에, 반드시 저 자의 가슴에서 1 파운드의 살점을 잘라내야 합니다. 법정은 그렇게 판결하며, 법률이 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판결입니다, 박학다식한 법관님! 자, 나와라! 잠깐. ……또 뭐가 남아있는 겁니까, 법관 나리? 물론입니다. 원고, 이 증서는 당신이 그의 피를 한 방울이라도 가져가는 걸 허락한 적 없이, 명백히 「1 파운드의 살점」만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문자 그대로 1 파운드의 살점만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만약 살점을 베는 동안, 피고가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린다면, 당신의 토지와 재산은 베니스의 법에 따라 전부 몰수될 것입니다. ……어? 보, 보았냐?! 이, 이 사악한 흡혈귀 같은 녀석,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공평하고 공정한 법관이시다! 박, 박학다식한 법관! ……법률에 그렇게 나와있습니까?! 직접 읽어보십시오. 정의를 요구한 건 당신이니, 저는 그것을 주었을 뿐입니다——그대의 요구보다 더 정확하게. 「대단한 판결입니다, 박학다식한 법관님!」 「올곧으신 법관님, 정말 공평한 판결입니다!」 ……그럼 됐습니다. 저는 밀린 대금을 받을 의향이 있습니다. 계약서의 세 배를 받는 걸로 만족합니다. 돈은 여기 있소. 기다리십시오, 피고의 친구분. 저는 이미 판결을 내렸습니다. 원고가 피고 측에서 제시한 절충안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그는 반드시 피고의 가슴에서 그 1 파운드의 살점을 잘라내야만 합니다. 다른 방법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이 세상 어디에도 당신보다 공정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법관님! 그러니, 샤일록 씨, 지금 당장 살점을 잘라내주십시오. 당신은 그가 피를 한 방울도 흘리게 해선 안되며, 1 파운드를 초과하거나 부족하게 베어내서도 안됩니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털끝만큼의 차이라도 있다면, 당신의 목숨과 재산은 모두 몰수될 것입니다. 「보거라, 이 얼마나 공평한 법관인가! 이렇게나 지혜로운 젊은이는 정말 보기 드물 것이다. 난 그의 말, 글자 하나하나까지 전부 동의하오!」 원고, 시작하십시오. ……원금만이라도 돌려준다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문제없다, 돈은 여기 있다. 피고의 친구분? 방금 말했듯, 원고는 이미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제 원금도 돌려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입니까? 불가능합니다. 당신은 오직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에게서 한 점의 살점만을 취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법률은 그 이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법률은 이미 피고가 약속을 깬 것에 대한 선고를 내렸으니, 당신도 이를 깨서는 안됩니다. 쳇, 악마의 가호가 그 금화와 함께하길! 이 소송을 그만 둘 순 없습니까?! 잠깐, 원고——법률상 당신과 관련 있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베니스의 법률상, 모든 이방인들은, 직접 혹은 간접적인 수단으로 본국 시민을 모해하려는 것이 의심되는 경우, 조사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재산 중 절반은 피해를 입은 쪽에 귀속되며, 나머지 절반은 국가에 몰수됩니다. 그리고 범죄자의 목숨은 공작 전하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원고,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공작 전하께 자비를 청하는 게 좋을 겁니다. 샤일록, 이제 진정한 「문명인」의 정신을 보여주마. 비록 너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지만, 사형만은 면하게 해주겠다. 네 재산의 절반은 안토니오에게 귀속되고, 나머지 절반은 국가가 몰수할 것이다——하지만 네가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친다면, 국가가 가져가는 부분은 벌금으로 감면시키겠다. 아니! 그냥 제 목숨과 전 재산 모두 가져가십시오, 그런 「용서」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되었는데——제가 더 이상 살아서 뭐 하겠습니까?! 안토니오, 그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습니까? 공작 전하와 법관님이 선처를 베풀어, 재산을 몰수하지 않으시겠다면, 저도 한 가지 약속할 수 있습니다. 제게 귀속될 나머지 절반은 그의 딸과, 최근 그녀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한 신사에게 넘겨줄 것입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샤일록 씨는 그의 사후 모든 재산의 그의 딸과 그의 사위 로렌초 씨에게 물려주게 하여, 이를 법정에 문서로 남겼으면 합니다. 좋소. 그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나 역시 사면할 것이오. 샤일록 씨, 이걸로 만족합니까? 다른 할 말이 있습니까? 전……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럼, 비서——이리 와 양도 문서 작성을 도와주십시오. 저…… 전 퇴정을 허락해 주길 바랍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작성이 끝난 문서는 제 집으로 보내주십시오, 저는 서명만 하면 될 거니. 가도 좋소, 그대에게 변덕을 부릴만한 만용은 더 없을 거라 믿겠소. 안토니오——우리는 이만 퇴정하지만, 나를 대신해 사적으로도 박사에게 감사를 전해주게. 이번 일은 전부 그 덕분이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휴우…… 이제야 겨우 숨 좀 돌리겠네..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실례인데——이번 막, 아직 좀 더 남지 않았나? ……아, 바사니오가 자신의 결혼반지를 박사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남았구나. 맞아요, 듀란달—— ——아니, 비앙카 님. 괜찮아, 이런 거 신경 안 쓴다고 했잖아. 선장——아니, 극단장의 다른 극본에도 이런 명대사가 있지 않았어? 「이름이란, 손이나 다리도 아니고, 얼굴도 아니며, 몸의 어느 부분도 아니다.」 「이름이란 본래 무의미한 것,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이 꽃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한들, 그 향기는 그대로일 것이다.」 하하, 그나저나, 그 「성검」 다시 고쳤다고 들었는데——네가 그 이름 쓰는 건 뭐라 안 해? ……괜찮대. 애초에 「성검」 스스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저기—— 「아니, 그냥 계속 써! 다들 이미 익숙해졌을 건데 바꾸기도 좀 그렇고, 나도 뭔가 네 조상이 된 기분인걸?」 아하하하! 걔도 올 수 있었다면, 더 떠들썩했을 건데. ……그건 그래. 선장, 우린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거야. 이 거품 세계의 「반전 경계」를 「허수의 나무」에 연결해, 이 세계의 안정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도록. 그날이 오면, 「성검」도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겠지——그땐 꼭 가져와 보여줄게. 하하, 우리 약속한 거다? 약속이야! 약속한 거예요. 좋아, 여러분! 이제 마지막 5분의 1만 남았어——생방송 때 전세계를 놀래킬 수 있도록, 다들 힘내자고! 아, 그 누구보다도 존경하는 박사님! 당신의 지혜 덕에 저와 제 친구가 오늘 이 불의의 화를 면하고 고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박사님, 저희가 존경을 표할 수 있게, 부디 이 금화 3천을 받아주십시오. 이 돈은 원래 그 샤일록에게 돌려주려 했던 것이지만, 마침 이렇게 됐으니 사례로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두 분, 절대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제가 여러분을 도운 것은, 법이 나쁜 일에 쓰이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였습니다. 제겐 지금의 만족스러운 기분이 가장 큰 보수입니다. 그 이상의 사례는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다음에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여러분이 절 기억해 주시는 걸로 충분합니다. 그럼 몸조심하시길,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만요, 박사님! 박사님, 당신의 큰 은혜에 꼭 보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 아무거나 골라 가주십시오. 기념으로라도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사님, 제가 너무 요구하는 듯해서 실례이지만, 제발 저희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이렇게까지 사양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이런, 여러분들이 이렇게까지 간청하니, 저도 정말 사양하기 어렵군요. 안토니오 씨, 당신의 장갑을 제게 주셨으면 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쓰고 기념품으로 간직하겠습니다. 그리고 바사니오 씨, 당신의 두터운 온정을 기념으로, 그 반지를 제게 주셨으면 합니다. 엇? 그게—— 저기, 손을 물리진 말아주시죠. 아까 「아무거나 골라가라」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렇긴 한데, 이 반지는 제…… 제…… 제 말은! 이건 그저 싸구려 장식품에 불과한지라, 이걸 드리는 건 좀 좋지 않아 보입니다. ……뭐가 좋지 않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더 가지고 싶어졌습니다.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오직 그 반지만을 원합니다. ……후우. 이 반지 자체에는 큰 가치가 없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있어 남에게 주는 건 불가능합니다. 박사님, 이 싸구려 반지를 놓아주신다면, 기꺼이 베니스에서 가장 귀중한 반지를 사,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저기, 결국 당신은 말로만 감사했나 보군요? 당신의 왼손은 제게 어떻게 구걸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오른손은 어떤 물건을 구걸하는 게 가장 좋을지를 알려주고 있으니. 하하 저…… 전—— 박사님, 부탁드립니다. 이 반지는 사실 제 아내가 준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누구에게도 이를 넘기는 일이 영원히 없을 거라 맹세까지 했습니다. ……사람들이 선물하길 꺼릴 때 흔히 보이는 핑계군요. 좀 무례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당신 부인이 실성한 사람도 아니고, 그분이 제가 이 반지를 선물받을 만큼 충분한 사람이라는 걸 아는 한, 제가 지금 그 반지를 가져간다고, 당신의 결혼이 깨지거나, 가정이 불행해지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평안하십시오! 아,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자, 바사니오여, 그 반지를 가져가게 해주시게—— 그의 말처럼, 그가 한 공로를 생각하면, 부인과의 작은 약속은 크게 중요하진 않을 걸세. …… 그라시아노, 저들을 쫓아가, 이 반지를 박사님께 전달해 주시게. 그리고 그들이 괜찮다면, 안토니오의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도 알려주게. 알겠네, 지금 바로 쫓아가겠네. 자, 안토니오, 이제 자네 집으로 돌아가 축하 합세. 그리고 내일은 벨몬트의 별장으로 달려가도록 하지. 네리사, 서둘러 그 샤일록의 집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이 계약서를 전달해, 서명을 받도록 하세요. 우린 오늘 저녁에 떠나야 해요. 남편들보다 하루 일찍 집에 도착해야 하니. 로렌조네가 이 계약서를 본다면, 분명 많이 기뻐할 거예요. 바, 박사님! 네? 박, 박사님, 겨, 겨우 따라잡았군요. 바, 바사니오가 몇, 몇 번을 더 생각한 끝에, 겨, 결국 이 반지를 당신에게 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안토니오의 집에서 식사도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식사는 사양하겠습니다만, 반지는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절 대신해 그의 호의에 감사를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제 비서에게 길을 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샤일록이 사는 곳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무, 문제없습니다! 박사님, 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저도 제 남편의 반지를 뺏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어요. 그도 절대 반지를 손에서 빼는 일은 없을 거라 맹세했거든요.) (풉, 그러도록 하세요. 나중에 집에 돌아오면 여자가 아닌 남자에게 그 반지들을 줬다고 필사적으로 설명하느라 곤란해하는 모습이 기대되네요. 그리고 이것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전보다 더 맹세를 중히 여기도록 해야 해요.) 괜찮습니다, 그럼 얼른 가보도록 하세요. 제가 어디서 기다리고 있을진 잘 알고 있죠? 그럼 선생님, 길 안내를 부탁드릴게요. 이, 이쪽으로 오십시오, 비서분. 아하하하, 진짜 커플들이 나와서 연기하니, 더 흥미롭네! 음…… 난 오히려 지미가 불쌍해 보이는데, 아무리 봐도 너무 긴장하고 있잖아. 응? 너는 안 그래? 나? 내가 뭘—— ……야!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스캔들 극단장! 무슨 일 있으신가요, 비앙카 님? ……아무 일도 없어! 하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장난은 여기까지 할게.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는 사람들은 서둘러, 마지막 장면도 후딱 해치우자! 명대로 하겠습니다, 극단장! 이 얼마나 아름다운 별하늘인가! 산들바람이, 나뭇가지에 가볍게 키스하듯, 소리 없이 부는 이런 밤엔—— ——쉿. 들어보세요, 발소리가 들려요. 누구시길래 이런 고요한 밤에 서둘러 찾아오신 겁니까? 친구입니다! 친구요? 로렌조랑 전 당신이 누군지 모르는걸요. 제 이름은 스테파노이고, 여러분께 특별히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저희 집 여주인은 오늘 날이 밝기 전에 도착할 것이고, 여러분들께 아주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겁니다. 무슨 좋은 소식입니까?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여주인께선 그저 「좋은 소식이 있다」고만 알려주셨습니다—— 길을 비켜라! 여기 전갈이 왔다! ……어라? 할아버지, 제 아버지를 돌보시는 거 아니었나요? 어쩐 일로 여기까지 편지를 가져오신 거예요? 아, 제시카, 착한 아이——이번엔 주인님의 원수를 위해 소식을 전하러 왔다. 그는 내일 여기로 와, 너희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줄 거다. 무슨 좋은 소식입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오. ……무슨 일이지, 다들 뭔가 수상한데. 어쨌든, 다들 들어오시죠. 곧 여주인께서 돌아오시니, 제대로 준비를 해야겠군요. 음? 어째서 우리 집에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고, 아름다운 음악 소리까지 흘러나오는 거죠? 설마…… 남편들이 이미 도착한 걸까요? 당황하지 마세요, 네리사. 당신도 그들이 안토니오와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 잘 알잖아요. 분명 도시에서 밤새도록 먹고 마시고 있었을 거예요.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 목소린 분명 저희 여주인이시겠군요. 풉, 제 목소리가 좀 귀에 거슬리다 보니, 단번에 알아차리시네요. 부인, 농담도 잘하십니다. 잘 돌아오셨습니다! 우린 어제 우리 남편들의 평안을 기도하고 왔어요, 부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으면 하네요. 근데 다들 이미 돌아온 건가요? 부인, 아직 돌아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자 여럿이 연달아 도착해, 뭔가 좋은 소식을 가져올 거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무슨 좋은 소식인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더군요. ……어라, 그럼 남편들도 곧 도착하겠네요. 네리사, 모든 하인들에게 저희가 외출했다는 걸 숨기도록 하세요. 로렌조, 당신도 제시카와 함께 비밀을 꼭 지켜주세요. 그리고 좋은 소식은, 때가 되면 알려드릴게요. 부인, 안심하시길, 여기에 그런 세세한 걸 따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 들리십니까——멀리서 바사니오 씨가 나팔을 부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여보, 어서 오세요! 고맙소. 당신의 기도 덕에, 안전하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소. 정식으로 소개하겠소. 여기는 안토니오, 지금까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오. 안녕하십니까, 부인. 바사니오, 그가 당신에게 많은 도움을 줬군요——제가 듣기론 당신을 위해 거의 목숨까지 잃을뻔했다던데. 별일 아닙니다. 이젠 완전히 해결되었습니다. ——자, 잠깐, 해명할 시간을 주시오, 네리사! 나, 나는 정말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소. 난 정말 그걸 박사의 비서에게 주었소. 저, 정말 별일 아니오! 애, 애초에 그 박사의 비서는 남학생이오! 어라? 무슨 일로 다투고 있나요? 제, 제가…… 흥, 제가 당신에게 그 반지를 줬을 때, 당신은 뭐라 맹세했나요? 「이 반지를 죽기 직전까지도 끼고 있겠소. 내가 죽고 나면 내 묘비에 함께 묻어주시오.」라고 말하고서는—— ——제가 억지로 시킨 일도 아니고, 자기 스스로 한 맹세인데, 더 중요하게 여겨야 했던 거 아닌가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냈어야죠. 근데 지금은 이게 뭐예요? 남자애한테 그 반지를 줘버리다니, 남자애한테! 마, 만약에 여자애였다면, 더 큰 문제였지 않겠소? 뭐라고요? 지금 상황에 그런 말이 나와요? 나, 난…… 하늘에 맹세코, 그 박사와 비서는 모두 우리에게 있어 큰 은인이었소. 그리고 그는 정말로 그 반지를 원했기에, 나도 체면이 있어,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소. ……실례지만 한 마디만 끼어들게요. 네리사는 당신의 아내인데, 어떻게 아내가 당신에게 준 첫 선물을 그렇게 쉽게 남에게 넘겨줄 수 있나요? 당신의 아내 앞에서, 당신네 남자들이 말하는 「체면」 같은 얘기는 절대 꺼내지도 마세요! 이미 그 반지를 영원히 자신의 손에 껴 빼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그건 이미 당신의 몸처럼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거예요, 당신의 손가락이나 발가락처럼. 저도 바사니오에게 반지를 선물해 줬는데, 그도 영원히 그 반지를 간직하리라 맹세했죠—— 제가 감히 말하건대, 어딘가의 국왕이 와서 그의 모든 금은보화로 그 반지를 사려 해도, 저의 바사니오는 절대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그라시아노, 아내에게 정말 미안한 줄 아세요. 얼른 아내에게 제대로 사과할 방법이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집에 오는 길에 왼손을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그럼 어떤 강도가 그 반지를 원해서, 주지 않으려고 저항하다, 결국 그 강도가 반지를 낀 내 손을 베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었을 건데.) 그, 그게…… 바, 바사니오 씨도…… 그 박사에게 반지를 줘버렸는데요? 그들은 저희가 소송을 이기도록 도와줬지만,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직 우리 손에 있던—— ——잠깐만요? 여보, 어떤 반지를 그에게 준 거죠? 설마 「그건」 아니겠죠?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해서 그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아니라고 했겠지만, 지금의 내 손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으니,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의 기분을 풀어줄 순 없구려. 세상에, 이제 와서 솔직해져 봐야 뭘 한다는 거예요? 당신의 거짓된 마음엔 조금의 진지함도 없어 보이네요. 전 하늘에 맹세코, 당신이 그 반지를 손에 끼고 있는 모습을 다시 보지 않는 한, 당신과 한 침대에서 자는 일은 결코 없을 거예요. …… 사랑하는 포셔, 내가 반지를 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면—— 지금 누가 받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바사니오, 만약 당신이 이 반지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떠한 가치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면, 당신이 그걸 남에게 줄 일은 결코 없었을 거예요. 게다가, 대체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돈은 한 푼도 안 받고, 딱 그 반지만을 원하다니? 그 사람은 정말 세상 물정도 모르는 바보인가요? 이런 것에 무슨 기념할 만한 의미가 있다고? 전 지금, 다른 여자에게 그 반지를 주고 이러는 건지, 도저히 의심을 멈추지 못하겠네요! 아니오! 여보, 내 명예와 영혼에 맹세코, 그 반지는 정말 우릴 법정에서 도와준 그 박사에게 주었소. 그는 내가 제안한 금화 3천을 받기는커녕, 오로지 그 반지만을 원하였소. 그리고 내가 답을 하지 못하니, 그는 화가 난 것처럼 그대로 떠나갔소. 하지만——그는 내게있어 가장 소중한 친구의 목숨을 구해주었소. 어, 어떻게 그를 화나게 만들고 떠날 수 있겠소? 사랑하는 여보, 내겐 정말 그에게 반지를 선물하는 것 이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소. 그렇지 않으면, 평생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남게 될 테니. 나를 용서해 주시오, 사랑하는 여보. 하늘에 맹세코, 만약 당신도 그때 나와 함께 있었다면, 그대도 내게 그 반지를 박사에게 주라고 했을 것이오. ……그럼 제가 그 박사와 만나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해야 하실 거예요. 그는 이미 제 소중한 보물을 가져갔고, 그 보물은 당신이 평생 지키기로 제게 맹세한 것이었으니—— ——저도, 그렇게나 관대한 당신처럼, 제 모든 것을 그에게 바칠 거예요. 설령 그가 제 몸을 원하든, 이 집의 어떤 침대를 원하든, 전 결코 그를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부인, 부디 그렇게까지 노여워하진 말아주십시오——이건 전부 제 탓입니다. 제가 이런 소동을 일으키고 말았군요. 아니에요, 이건 당신과는 상관이 없어요. 저희 모두 당신을 좋아하고, 저희 집에 온 것도 매우 환영해요. 포셔, 내가 진심으로 잘못했소. 지금 바로 나는, 많은 친구들 앞에서, 당신께 맹세하오. 그대의 아름다운 두 눈에 비친 나 자신을 걸고—— 무슨 얘길 하는 건가요? 제 왼쪽 눈에 비치는 당신, 오른쪽 눈에 비치는 당신, 혹시 자신의 「이중인격」에 대고 맹세를 하겠다는 건가요? 아니오, 포셔, 내 말을 들어주시오. 내가 저지른 이 큰 잘못을 용서해 주시오. 나는 내 영혼을 걸고 맹세하오. 나는 앞으로 당신에게 한 어떠한 맹세도 어기지 않겠소. 부인, 저도 전에 이 친구의 행복을 위해, 제 몸을 담보로 금화 3천을 빌린 적이 있습니다——그리고 지금, 감히 또 다른 계약을 맺으려 합니다. 제 영혼과, 목숨을 담보로, 당신의 남편이 다시는 부인을 배신하지 않을 것을 보증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전 보증이나 계약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하지만 증인이 되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이걸 제 남편에게 전해주고, 이전보다 더 소중히 간직하라고 전해주세요. 바사니오, 얼른 손을 내미시게! 빨리 이 반지를 받아 영원히 간직할 것을 맹세하시게! ……이럴 수가! 이거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반지 아닌가?! 제가 그 「박사」에게서 다시 받아왔어요. 바사니오, 용서해 주세요. 그 반지를 되찾기 위해, 전 그 「박사」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말았어요. 저도 미안해요, 그라시아노. 저도 반지를 되찾기 위해, 그 소년 비서와 잠자리를 함께했어요. 뭐…… 뭐라고? 그, 그게…… 풉, 보아하니 좀 많이 놀라게 만들어버렸네요. 놀리는 건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여기 편지가 하나 있으니, 다들 천천히 읽어보세요——이건 파두아에서 온 편지로, 그 박사가 실은 포셔고, 그 비서는 네리사라는 걸, 알 수 있으실 거예요. 로렌조가 증인이 되어줄 거예요. 당신들이 출발한 직후, 우리도 즉시 파두아로 떠났어요. 그리고 저희도 방금 도착한지라, 아직 방에 들어가지도 못했죠. 그리고, 안토니오 씨, 당신에게도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요. 이 편지에 따르면, 상품으로 가득한 세 척의 배가 예정된 기일 전에 곧 항구에 도착할 거라고 해요. 이 편지가 제게로 올 거라곤 분명 생각도 못 하셨겠죠. ……이미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 그럼…… 당신이 그 박사였는데, 우리 아무도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단 거요? 후훗, 남자들 대부분 변장 경험이 없으니, 이렇게 속는 거야 당연한 일이겠죠. …… 아, 그런 문제는 그냥 넘어갑시다! 나의 사랑스런 박사님, 오늘 밤은 저와 잠자리를 함께해 주십시오. 내가 부재 중일 땐, 내 아내의 침대에 자도 좋소. ……음,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어머나, 바사니오가 갑자기 달콤한 말들을 배워왔네요——만약 지금의 당신이 그때의 법관이었다면, 분명 그 박사보다도 더 달변을 하고 있었겠죠. 맞다, 로렌조 씨—— 무슨 일입니까, 부인? 이건 당신을 위한 좋은 소식이에요. 여기 사채업자인 당신의 장인이 서명한 문서가 있어요. 그는 당장 제시카와 당신에게 자신의 재산 절반을 나눠줄 뿐만 아니라, 그가 죽고 난 후, 그의 유산도 모두 당신들의 명의로 돌아갈 거예요. 신이시여! 부인, 당신이야말로 행복을 퍼뜨리는 천사로군요! 날이 곧 밝겠지만, 다들 대체 정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던 건지 상세하게 알고 싶으실 거예요. 일단 다들 방 안에 들어가도록 하죠. 궁금한 게 있는 사람은, 제게 천천히 물어보세요. 앞으로 두 시간이면 동이 트겠는데. 우선은 다들 잠자리에 들고, 오후에 일어나 이 모험을 축하하는 게—— ——바, 박사 아가씨, 그래도 되겠소? 휴우…… 극의 마지막 장면이 제일 힘든 곳이 될 줄은 몰랐네. 네? 그런가요? 제 생각엔…… 비앙카 님도 분명 즐기시는 것 같았는데. 그, 그럴리가—— 내, 내가 여기 즐길 게 뭐있다고? ……후훗, 정말 그런가요? 「아, 나의 사랑스런 박사님, 오늘 밤은 저와 잠자리를 함께해 주십시오.」 「내가 부재 중일 땐, 내 아내의 침대에 자도 좋소.」 ……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