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와 고통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이는 소녀에게 아직 신체의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였다.[\s]
……단지, 알려주는 방식이 너무나도 가혹했을 뿐.
입안은 피비린내로 가득하고, 괴로움은 소녀로 하여금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s]
내장이 파열된 건 아니겠지?
……검에 베인 허리가 이에 답하듯 갑자기 통각 신호를 보내왔다.
무술 수련에 부상은 언제나 함께하는 것이지만,
이렇게나 심하게 다친 건, 소녀에겐 처음이었다.
[em italic color=#FAFAD2]이게 바로 승리의 맛이려나……
승리의 맛은 정말 씁쓸하네.[/em][\s]
이소상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고통으로 인해 얼굴을 찡그렸다.
소녀는 간신히 소리를 높여, 하늘에 뜬 달을 향해 물었다.
대답은 없고, 발소리만이 들렸다.[\s]
터벅, 터벅.[\s]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걸어왔다.
이소상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연약했고, 귀 근처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탓에, 그녀 자신조차도 듣기 어려웠다.
금발 녹안의 나찰인은 그녀의 곁에서 한쪽 무릎을 꿇더니,
[em italic color=#FAFAD2]이게 안 심해?[/em]
이소상은 되묻고 싶었지만,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그녀는 가만히 누운 채, 잘생긴 나찰인을 슬쩍 보며, 또 그가 또 무슨 요술을 부릴지 궁금해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나찰인이 손을 펴자, 약간의 금색 빛과 푸른색의 빛이 흘러나오더니, 이상한 물건이 만들어졌다.
소상의 눈에는, 묘한 무늬가 그려진 흰색 종이 양산처럼 보였다.
그 양산은 길쭉했다. 그것의 머리 부분은 원뿔모양으로, 매우 예리했다.
나찰인이 거듭 말했다.
풀어진 장발이 그의 눈을 가렸고, 소상은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그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s] 나찰인은 양산의 검은 손잡이를 잡고, 그 끝으로 소상의 상처를 누르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
소상은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상처를 건드려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에 그녀는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도 못 했다.
양산의 끝이 닿은 곳부터, 꿈틀대던 고통이 조금씩 사라졌다.[\s] 검심을 통해 그를 바라보니, 소상은 나찰인이 계속해서 양산에 진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진기의 소모가 막심한지, 그의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em italic color=#FAFAD2]금발인 나찰인은, 흘리는 땀도 금색일까?[/em]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소상의 마음속은 3할의 부끄러움, 3할의 기쁨, 3할의 수줍음으로 차올라있었다. 나머지 1할은 나찰인을 향한 미안함이었다.
나찰인이 혼잣말을 하였다,
나찰인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소상도 입을 닫았다.
밤바람이 가볍게 지나가며, 나찰인의 금색 장발을 흔들었다.
머리털이 얼굴을 훑어, 약간의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이소상은 이를 말할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s]
나찰인이 말한 대로, 그녀는 신체 곳곳에 시림과 저림이 느껴졌다.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참을만했다.
이소상은 우여곡절로 가득했던 하루를 회상했다.
네명의 도적을 격퇴하고, 이어서 죄수 체험도 해보고,
「노응」이라는 호를 가진 남자와 강호의 비무를 해, 힘겹게 겨우 이기고,
금사방 두목에게 중상을 입혔지만, 자신도 크게 다치고 말았다.
그리고 기이한 외국인을 만나, 요술로 자신을 치료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em italic color=#FAFAD2]정말 긴 하루였어……[/em]
생사의 경계를 넘어, 소녀는 마치 하늘이 갈라진 틈을 넘은 듯,
오늘 아침의 자신을 떠올리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만족과 공허함, 기쁨과 슬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소상의 마음속을 흔들었다.
알게 모르게, 통증이 점점 사라져갔다.[\s]
성장했다는 작은 자부심이 소녀의 가슴을 가득 채워간다.
이소상은 하늘 위로 떠있는 은월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찰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계속해서 흰색 양산에 진기를 불어넣었다.
소녀는 호기심이 생겼다.
나찰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묻는다.
나찰인이 정신을 가다듬자, 손에 있던 양산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소상은 의기양양하게 입술을 삐죽 내민다.
나찰인은 소상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돌연 활짝 웃었다.
그도 깨닫지 못했지만, 서역을 떠나 신주대륙에 온 이래, 이렇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웃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소상은 그의 과거도, 고통도 몰랐다, 그저 지금 즐겁게 웃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s] 갑자기 어떤 충동심이 그녀를 사로잡아, 그녀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전기 갱신: 「나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