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격투의 전개는, 이소상의 예상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각종 신공과 절기, 하나의 초식에 또 다른 초식으로 받아치는 기대하던 비무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노도와 같은 긴장감과 단조로운 공격, 그리고 정형화되는 방어만이 있었다.

……이건 이소상이 바라 온 모습의 비무가 아니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노응」이 구사하는 권법에 익숙해져 있었고,

「검심」으로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 호후진구소에도

파훼법이 있었다.

그리고 「허점」이 나타났다.

「노응」의 오른 주먹은 명백한 헛손질로 위력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s]

하지만 이 헛손질은 적을 유인하려는 것도, 공격을 막으려는 것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소상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실로 두서없는 수였다.

소상은 그 짧은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검·운응(化劍·雲鷹)」으로 공수를 전환하고,

순식간에 「개검·순진(開劍·瞬塵)」으로 바꿔 「노응」의 목을 노렸다.

태허검기는, 검이 없어도 실체를 가진다.[\s]

만약 소상의 손에 검이 들려 있었다면, 검에 진기를 불어넣은 이 초식은, 곧바로 적의 급소를 찔러버리는 치명적인 검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소상의 귀신과도 같은 날렵함에, 상대는 이 검을 억지로라도 받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검을 대신해, 「노응」의 변칙에 대비했다.

하지만 「노응」은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다.[\s]

오히려, 그의 상체가 열려, 도처에 허점이 생겼다.

(어——?!) 소상은 크게 놀랐다, 이건 그녀의 예상과 너무 달랐다. 적이 스스로 허점을 드러낸다는 것은, 저항을 포기하거나, 목숨을 걸 각오를 했다거나.

승리에 가까워질수록, 그 위험도 더 커져간다.

그리고, 사람은 생사의 기로에서, 언제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소상의 머릿속에선, 일순간 혼란만이 있었다. (이 자를 죽이게 될 텐데……)

「순진」의 빠른 속도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태허검기는, 검이 없어도 실체를 가진다. 「노응」이 응수를 그만두면, 그는 이곳에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이 중요한 순간, 이소상은 문득 깨달았다,

사실, 자신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시검을 할 각오도, 전투를 할 각오도, 승리를 할 각오도, 살인을 할 각오도……

그녀는 그저 강호에 막 발을 들이려는 열다섯 살짜리 소녀였고, 상대가 인명에 대한 소중함과 경외가 말살돼있다는 걸 알 리가 없었다.

「——!」

곧 자신의 손에 죽게 될 극악무도한 악인을 눈앞에 두고……

목숨을 건 내기, 따귀의 빚 같은 건 모두 뒷전이었다.

이소상은 이를 악물고, 공격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태허검기를 억지로 거두자,

그 반동으로 손가락에 실었던 힘이 다시 몸으로 돌아와, 팔에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그녀는 위력을 줄이기 위해, 발끝을 가볍게 하였고,

「비연귀소(飛㷼歸巢)」를 사용해, 그 회전력을 빌려 힘을 죽였다.

순간, 발끝에서 갑자기 쉬익 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 줄기의 빛이 눈앞에 번뜩이며, 그녀가 방금까지 있었던 공간을 갈라버렸다.

「쳇!」

소상이 물러남과 동시에,

「노응」의 왼손이 「헌원」을 뽑아, 위로 베었다.

소녀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그녀의 몸뚱어리는 이미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

이소상의 자비심이 지금 상황에 적절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의 목숨을 건져다 준 건 분명했다.

검의 서늘함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공중에 떠 있는 이소상을 보며 「노응」은 더 이상 그의 악랄한 미소를 숨기지 않는다. 「……놓치지 않는다!」 「노응」은 그녀에게 달려든다. 손에 있는 보검 헌원이 눈부시도록 차가운 빛을 반사시키며, 번개같이 갑작스럽게 내려왔다.

(이건 달빛이 반사된 걸까? 등불이 반사된 걸까?)

죽음이 임박한 순간, 이소상은 문득 생각했다.

(아, 지금은 이런 걸 궁금해하면 안되겠지?)

십 년을 수행한 검심은 파도 없이 평온했다.[\s]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소녀에게, 죽기 직전의 순간은 굉장히 공허하게 느껴졌다.

(아, 졌어——[\s]

졌을 뿐 아니라, 죽기까지 하다니.)

(무정하게 사람을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고,

빚진 따귀도 갚아주지 못하다니,

강호 경험이 없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죄송합니다, 사부.

죄송합니다, 어머니.

저 소상은—)

소녀의 생각은 마치 떨어진 낙엽처럼, 검심의 호수 위를 부드럽게 떠다니며, 작은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순간, 소상은 마음의 호수 한가운데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를 들었다. 「날 위해……」

어느 여인의 목소리,

저 멀리, 아주 먼 곳에서……

[em italic]어, 누구지……?[/em] 「너는 살아야 한다, 소상아, 잘 살아야 해…… 약속해라.」 [em italic]어머니의 목소리……[/em] 「약속해라!」 정신이 아득해져 있을 때, 신체는 이미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비연귀소가 만든 회전력을 추력으로, 소상은 자신도 믿기지 못할 만큼의 빠른 속도로 손을 내뻗었다. 소녀의 경공은 평소에도 엄청난 속도를 자랑했지만, 이 손가락의 움직임은 그녀의 눈에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번개같이…… 아니, 번개보다 빨랐다!

그녀는 몸의 한 치 앞까지 다가온 검을 막아냈다.[\s]

이어서, 손가락을 튕긴다.

정신이 깨어있고 검심이 밝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해도, 소녀는 이토록 능숙하게 태허검기를 운용해 본 적이 없었다.

완벽한 튕기기, 수년 전 사부가 보여준 것에 필적할 정도로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