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소년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는 손을 뻗어 문을 두드리려 했지만, 손은 문에 닿기 직전 멈췄다.

「왜 하필 나인 거야……」 불만과 무력감이, 소년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소년의 이름은 침옥(枕玉)이었다. 태허검파에 입문한지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제자였지만, 당문의 화를 받아내기 위해, 천궁봉의 정상에 있는 그녀의 방 앞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당문한테 혼나는 일을 나한테 떠넘기다니, 사저든 사형이든 다들 너무해……) 소년은 당문이 화난 모습을 상상하며, 불안감에 진정하기 어려웠다.

태허검파 당문――『헌원검』의 임조우.

올해 56세가 되어, 이미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섰다.

정위선인은 금색의 빛에 감싸여 하늘에 올랐고, 태허산은 화염에 휩싸였다.

그 후, 선인의 첫 번째 제자였던 그녀와 여섯 제자들은 천궁봉에 남아,

태허검파를 다시 세웠다.

십 년 남짓의 세월이 지나, 태허검파는 보란 듯이 부활에 성공하였고,

신주 무림계의 6대파로써 이름을 잇고 있었다.

이에 임조우의 명성도 몹시 높아져, 남편인 『축구검(逐駒剣)』의

마비마와 함께, 무림계의 모든 이가 선망하는 부부가 되어있었다.

한 문파의 문주인 임조우는 결코 고집부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상대가 누구든 상냥하고 온화하게,

평등하게 대하였다.

몇 가지 예외를 빼면.[\s]

그 예외를 접했을 때, 임조우는 언제나

사람이 바뀐 것처럼 격노하였다.

소년이 막 입문했을 때, 참견하길 좋아하는 사형들이 그에게 알려주었다.

「침옥, 넌 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여기 규칙을 알려줄 게.

당문 앞에선, 어떤 화제와 두 사람의 이름을 절대 입에 내선 안돼.」

「어떤 화제란 건, 부당문에 대한 얘기야.

부당문이 밖에서 하는 일에 대해선, 무슨 얘기를 듣든 당문에겐 말하지 마. 그 둘에 대한 얘기는 입 밖으로 내면 손해야.」

「그건 문제 없어요.」

침옥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 문제니까, 제3자가 사이에 낄 필요는 없다.

그는 말 수도 많은 편이 아니었기에, 딱히 실수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 화제가 뭔진 잘 알겠는데. 그럼 두 이름은 뭔가요?」 「하나는 우리 사부님의 사부, 즉 대사부, 정위진인(精衛眞人)이야……」 사형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주위를 살폈다. 「너희들은 아직 어리니까 그 이름을 아직 모를 수도 있겠는데, 옛날, 대사부는 엄청나게 유명했어. 하계로 내려온, 천년 동안 나이가 전혀 들지 않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대.」 「정위진인은 20년 전에, 선인의 세계로 돌아갔대. 그렇다 해도, 괜히 입 밖에 꺼내서 당문을 자극해선 안돼. 대사부가 하늘로 올라갈 때, 당문을 데려가지 않았으니까, 그게 계속 신경 쓰이시나 봐.」 「그렇군요.」 정위진인의 명성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색이 바래갔지만, 소년은 그녀에 대해 여러 얘기를 들어왔었다. 오히려, 『유일한 선인』이란 존재가 있었기에, 아득히 먼 천궁봉까지 와서, 태허검파에 입문했다고 하는 게 맞았다. 「다른 한 이름은, 『무쌍』의 소미야. 그녀는 당문의 사매이지만, 둘의 관계는 물과 기름과도 같거든……」 「이 이름은 입 밖에 내는 건 물론, 귀로 듣지도 마. 무쌍문의 사람과 맞닥뜨린다면, 그냥 멀리 떨어져. 녀석들과는 일절 상종하지 마.」 「네?」

무쌍문――약 20년 전, 새 태허검파와

거의 동시에 만들어졌지만, 규모는 전혀 달랐다.

지금의 태허검파는 6대파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무쌍문은 여전히 작은 종파였다.

역자 주:

「경재절염(驚才絕艷)」: 놀라운 실력과, 견줄 이 없는 아름다움.

하지만, 무쌍문의 제자들에게 손을 대는 이는 없었다.

그 이유는 당문――『경재절염(驚才絕艷)』의 소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세의 미모, 그리고 뛰어난 지성.

소미는 정위진인의 두 번째 제자였지만, 무림계에선

태허칠검(太虚七劍) 중에 가장 무서운 인물로 여겨져, 경외를 담아

『여제갈(女諸葛)』, 『무쌍선자』로 불려왔다.

「……그렇게나 무서운 사람인가요?」 사형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섭고 말고.」 「…………」 그가 멍해 있을 때, 방 안에서 당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옥아, 밖에서 뭘 멍하게 있는 거냐?」 「앗…… 넵! 제자, 침옥. 들어가겠습니다.」 소년은 긴장되었지만, 동시에 흥분도 되었다. 「당문…… 어떻게 저인 줄 아셨습니까?」 「어떻게? 제자 이름도 기억 못 할만큼 나이먹진 않았어.」

당문은 대답했다.

그 목소리엔, 비난보다는 자조하는 듯 느껴졌다.

「문파엔 217명이 있고, 모두 잘 기억하고 있다.[\s] 호흡이 흐트러져있고, 보법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명백히 기초가 안 되어있지. 그런 이는 입문한지 얼마 안 된 너밖에 없으니까.」 「……아, 네, 넵. 앞으로 더욱 수행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침옥은 순간 식은땀을 흘렸다.[\s] 그는 아직 입문한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태허진결(太虚眞訣)』의 입문인 『태역경(太易勁)』도 아직 익히지 못하였다. 이에, 입운계를 오르는 것만으로 숨이 찼다. 사부는 담담히 말하였지만, 침옥에겐 수행 부족을 지적받는 걸로 들려, 그는 갑자기 부끄러움을 느꼈다. 「여기 입운계를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너무 겁주실 필요는 없죠.」 침옥은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지금 목소리는, 당문이 아닌듯하였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 안에는, 소년이 지금까지 본 적도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 그녀의 뒤엔 당문, 임조우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소미…… 무쌍문의 네가, 언제부터 우리 태허검파의 제자를 평가하기로 했냐?」 「어라, 쓸데없는 얘기를 했나 봅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 침옥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이어서 임조우의 시선도 소년을 향했다. 「침옥. 무슨 일인 거냐?」 「앗……」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망설였다. 그는 사형과 사저들을 대신해 나쁜 소식을 전하러 온 것이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무쌍선자』 소미가 갑자기 천궁봉에 찾아와서는,

부당문의 말을 당문에게 전하러 왔다고 하였다.

사형과 사저들은 사부의 역린을 건드릴까 두려워,

그 누구도, 소미와 함께 산을 오르려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무쌍문의 당문은 사라져 버렸지만……

……설마, 이미 불운관에 와있었다니,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소년은 어찌할 바를 몰라, 있는 그대로 얘기하기로 했다. 「네, 사부님. 무쌍문의 소 당문이 뵈고 싶다고 합니다. 둘째 사저나 현이(玄離) 사형은 자기들이 멋대로 정할 수 없기에, 제게 산에 올라 사부님께 보고드리라 하여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후훗」 옆에 있던 소미는, 무심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당문은 명백히 진저리치는 얼굴을 하며, 차갑게 말했다. 「본인이 이미 여기 있는데, 그걸 보고해서 어쩌란 말이냐? 돌아가거라.」 「네…… 실례하겠습니다.」 침옥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리고,」 당문는 한숨을 쉬고는, 온화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제 심부름 같은 건 하지 말거라. 현이에게 태허검결을 알려달라 하고, 태역경과 태초동(太初勁)의 기초를 제대로 다지거라. 그럼 산에 오르더라도 그렇게까지 지칠 일은 없을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침옥은 당문이 그를 배려하는 게 느껴졌다. 소년은 감격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가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