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신공과 절기, 하나의 초식에 또 다른 초식으로 받아치는 기대하던 비무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노도와 같은 긴장감과 단조로운 공격, 그리고 정형화되는 방어만이 있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노응」이 구사하는 권법에 익숙해져 있었고,
「검심」으로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 호후진구소에도
파훼법이 있었다.
그리고 「허점」이 나타났다.
「노응」의 오른 주먹은 명백한 헛손질로 위력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s]
하지만 이 헛손질은 적을 유인하려는 것도, 공격을 막으려는 것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소상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실로 두서없는 수였다.
소상은 그 짧은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검·운응(化劍·雲鷹)」으로 공수를 전환하고,
순식간에 「개검·순진(開劍·瞬塵)」으로 바꿔 「노응」의 목을 노렸다.
태허검기는, 검이 없어도 실체를 가진다.[\s]
만약 소상의 손에 검이 들려 있었다면, 검에 진기를 불어넣은 이 초식은, 곧바로 적의 급소를 찔러버리는 치명적인 검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소상의 귀신과도 같은 날렵함에, 상대는 이 검을 억지로라도 받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검을 대신해, 「노응」의 변칙에 대비했다.
하지만 「노응」은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다.[\s]
오히려, 그의 상체가 열려, 도처에 허점이 생겼다.
승리에 가까워질수록, 그 위험도 더 커져간다.
그리고, 사람은 생사의 기로에서, 언제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순진」의 빠른 속도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태허검기는, 검이 없어도 실체를 가진다. 「노응」이 응수를 그만두면, 그는 이곳에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이 중요한 순간, 이소상은 문득 깨달았다,
사실, 자신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시검을 할 각오도, 전투를 할 각오도, 승리를 할 각오도, 살인을 할 각오도……
그녀는 그저 강호에 막 발을 들이려는 열다섯 살짜리 소녀였고, 상대가 인명에 대한 소중함과 경외가 말살돼있다는 걸 알 리가 없었다.
곧 자신의 손에 죽게 될 극악무도한 악인을 눈앞에 두고……
목숨을 건 내기, 따귀의 빚 같은 건 모두 뒷전이었다.
이소상은 이를 악물고, 공격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태허검기를 억지로 거두자,
그 반동으로 손가락에 실었던 힘이 다시 몸으로 돌아와, 팔에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그녀는 위력을 줄이기 위해, 발끝을 가볍게 하였고,
「비연귀소(飛㷼歸巢)」를 사용해, 그 회전력을 빌려 힘을 죽였다.
순간, 발끝에서 갑자기 쉬익 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 줄기의 빛이 눈앞에 번뜩이며, 그녀가 방금까지 있었던 공간을 갈라버렸다.
소상이 물러남과 동시에,
「노응」의 왼손이 「헌원」을 뽑아, 위로 베었다.
소녀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그녀의 몸뚱어리는 이미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
이소상의 자비심이 지금 상황에 적절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의 목숨을 건져다 준 건 분명했다.
(이건 달빛이 반사된 걸까? 등불이 반사된 걸까?)
죽음이 임박한 순간, 이소상은 문득 생각했다.
십 년을 수행한 검심은 파도 없이 평온했다.[\s]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소녀에게, 죽기 직전의 순간은 굉장히 공허하게 느껴졌다.
어느 여인의 목소리,
저 멀리, 아주 먼 곳에서……
그녀는 몸의 한 치 앞까지 다가온 검을 막아냈다.[\s]
이어서, 손가락을 튕긴다.
완벽한 튕기기, 수년 전 사부가 보여준 것에 필적할 정도로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