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등불은 어두운 밤 속의 소녀를 비추며, 그녀의 모습을 더욱 커 보이게 했다.
반면, 그에 맞서는 남자는, 허리, 팔과 다리를 살짝 굽히고 있었다.[\s]
하동 낙(駱)씨의 절학 「호후진구소(虎吼震九霄)」.
남자와 소녀는 서로를 마주한 채, 움직임 없이, 상대를 탐색하고 있었다.
침묵은, 밤하늘의 달빛처럼, 이 작은 정원을 뒤덮고 있었다.
동방 사람들은 왜 결투 전에 저런 침묵을 가지는 걸까?
……
두 사람 모두 상대의 허점이 드러나길 노리고 있었지만,
이를 보고 있는 제3자에게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운용하던 진기가 정체되어, 그가 취하고 있던 범이 울부짖는 듯한 형세가 사라졌다.
짝![\s]
따귀 소리가 났다.
「노응」은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기의 흐름을 잘못 다루어 진기를 놓친 아주 잠깐의 사이에, 소녀로부터 따귀를 맞은 것이다.
비록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이 실수로 그의 체면이 크게 구겨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소상은 여전히 치명적인 수를 쓰지 않고 있다.
이는 그가 생각한 「변수」에 더욱 확신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그가 느끼는 굴욕감을 배로 만들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호후공」을 사용하지 않아, 서투름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s]
하지만, 적은 결코 방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에,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됐다.
공중에서, 두 사람은 세 합을 나눴다.
실력이 대등해, 그 누구도 우위를 점하지는 못하였다.
범이 울자 제비가 날아올랐다.[\s]
하동 낙씨 가문의 호후진구소는 맹렬하기로 유명했다.
변화무쌍한 수연십삼식과는 다른 장점이 있어, 단순히 우열을 가르긴 어려웠다.[\s]
하지만 실력 차이가 월등한 소녀와 「노응」이 비긴다.
이것 자체가 이미 소상에게 있어서는 믿기 어려운 실패였다.
「노응」의 노림수가 통했다.
결투의 시작부터, 이소상은 정말로 진기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녀가 태허계검형에서 가문의 무술인 수연십삼식으로 이어간 것이,
이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 약은 내게 효과가 없을 텐데……)
내공을 논하자면, 자재문의 「태허검기」는 천하의 그 무엇보다도 독보적이었다.
신주의 각 파벌마다 각각의 수련법이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모두 끊임없이 수련을 하는 것.
진기를 물에 비유하면, 일반적인 내공이란 물을 담는 그릇을 단련해, 그 용량을 끊임없이 늘리는 것이다.[\s]
이는 거듭된 훈련이 필요하고, 성장도 극도로 느린 데다가 신체에 큰 부담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태허검기」는 다른 무공들과는 그 본질부터 달랐다.[\s]
「검심」은 길이 되는 「잔도(棧道)」를 닦지, 「그릇」을 단련하지 않는다.
천지만물에서 진기를 얻어, 내공을 마치 흐르는 개울물처럼 몸속에 자유로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방법은, 태허일맥의 옛 사부 정위진인이 창시한 것.
신묘하지만, 이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예를 들어, 남성은 아무리 태허검기를 수련해도, 대부분이 중도에 막혀버리고, 조금도 나아갈 수 없게 된다. 천부적으로 뛰어난 자질을 가지지 않는 이상, 남자로서 이 기공을 연마하는 건 불가능하였다.
반면, 여자가 태허검기를 수련하면, 절반의 노력만으로도 배의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타고난 소질이 없는 평범한 이라도, 익히기만 한다면 걸출한 남성들보다 우월했다.
소상의 사부는 역대 최강의 검심을 가진 자로, 내공의 경지만을 논하자면 천하에 비할 자가 없었다.
그런 그녀가 가르친 소녀 또한, 조예가 남달랐다.
하지만 소녀는 진기를 운용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검심(劍心)으로 단련된 육체는 일반인의 육체 강도를 한참이나 넘어섰고,
그녀가 구사하는 검형(劍形) 역시 천하제일의 독보적인 깊이를 가진 무술이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주먹이 빗발치듯 날아왔지만, 이소상은 하나의 수검형(守劍形)만으로 완전히 막아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범의 주먹은 계속해서 몰아치며, 마치 사나운 폭풍과 거센 파도가 끊임없이 부딪쳐 오는 것과 같았다.
소녀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손을 검처럼 활용해, 그의 철권을 부드럽게 흘려내고 있었다.
지치는 것도 잊은 금사방의 두목은,
버들처럼 늘어진 소녀의 부드러움에 그의 주먹이 전부 막히고 있음에도,
잠시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노응」이 모를 리 없었다.[\s]
그런데 왜 그는 변함없이 맹공을 계속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