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상은 낮은 자세로 왼쪽 무릎이 거의 땅에 닿을 듯 몸을 굽혔고, 왼손의 엄지와 약지, 새끼손가락을 땅에 가볍게 대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면, 가소롭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소상의 몸 움직임은 매우 재빨라서, 일반인의 동체시력으로는 이 이상한 손동작을 포착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이는 태허검기가 아닌 아버지 쪽의 이씨 가문으로부터 내려온 경공술, 「비연공(飛燕功)」이었다.

푸른 일섬과 함께, 이소상은 이미 「노응」의 앞까지 도약하며 다가왔다. 그녀가 꺼낸 첫 공격은 수도(手刀)였다.

오른손으로 「노응」의 손목을 쳐, 「헌원」을 떨어트리고,

이어서 번개처럼 손을 뒤집어 남자의 명치를 가격해, 충격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왼손은 이미 그 고대검을 정확하게 회수하고 있었다.

소상은 일종의 익숙한 안도감이 마음속에 흐르는 게 느껴졌다.

다시 검을 쥐니, 기분이 좋았다.

이소상은 보검을 흔들며, 「노응」을 향해 싱긋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투는 남을 속이려는 의도 없이 사랑스러웠지만, 「노응」에게는 엄청난 모욕으로 들렸다.

그가 막북에서 지낸지 몇 해나 지났지만, 이렇게나 좌절스러운 적은 없었다.

「노응」이 살의를 불태움과 동시에, 강렬한 복수심도 따라 끓어올랐다.

이소상을 그냥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더없이 잔혹하게 죽여야 한다.

금사방의 두목은 적의 공격을 받아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눈앞의 소녀를 진정한 『강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이건 전쟁이다.

비무도, 결투도 아닌, 전쟁이다.

규모도 작고, 목적도 단순하지만, 전쟁이다.

그러니,

이곳은 「노응」에게 가장 익숙한 전장(戰場),

지금은 「노응」에게 가장 익숙한 전시(戰時)였다.

그 짧은 몆 초 안에, 그의 머릿속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우세와 열세, 변수를 모두 계산해냈다.

열세는, 바로 「실력의 차이」다.

「노응」은 이를 분명히 잘 알고 있어서, 수치심 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작은 소녀는, 내공과 외공을 막론하고 모든 면에서 그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다.

심지어 그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강호인들보다도 강했다.

하늘과 땅 차이 같은 거대한 실력의 차이는, 처음부터 이 비무의 결말을 결정짓고 있었다.[\s]

——물론, 이것이 그저 비무에 불과했다면 말이다.

변수는, 바로 「미지의 일」이다.

방금 두 번의 공격엔 내공이 담기지 않았는데, 이는 「절기산(截氣散)」의 효과가 아직 남아있다는 건가?

지하 감옥에서 탈출한 건 두 명인데, 「나찰인」도 아직 근처에 있으려나?

이 두개의 불명확한 사실들 역시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들을 최악의 경우로 생각한다면, 「노응」에게는 일말의 승산도 없을 것이다.[\s]

——물론, 이것이 불운이 확정된 노름판이었다면 말이다.

……이런 너무나도 나쁜 상황에서, 그의 그가 이겨낼 계책은 거의 없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노응」은 여전히 승리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s]

왜냐하면, 그는 「우세」까지 계산에 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우세는 세 가지. 「하하하하하——」 남자가 호쾌하게 웃었다, 「대단하군! 소저, 좋은 무공이다!」

「널 하찮게 봤었다. 아니면 내가 늙기라도 한건가……

그런데 내 손의 물것을 빼앗다니, 하하, 십만 명의 나찰귀들도 해내지 못한 것을.」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본디 제 것이니까요.

결코 빼앗은 게 아닙니다, 주인에게 되돌아간 것뿐입니다.」

「흐흐흐……」 남자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물건이 주인에게 돌아갔는데, 왜 떠나지 않는 건가?」 「아직 당신을 이기지 못해, 떠날 수 없습니다.」 「……」 「그런가…… 날 죽이러 온 것이군.」 「아닙니다,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았는데…… 죽일지 말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맞은 따귀 두 대는, 광명정대하게 돌려드리겠습니다.」 「훗.」 「노응」이 비웃음을 지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첫 번째의 우세, 「경험」이다.

그녀를 다른 오랜 강호인들과 비교하면, 이소상의 사회경험은 거의 없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는 「노응」의 말속에 묻힌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고,

무지하게 함정에 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우세. 「성격」이다.

「노응」은 패배를 맛본 적이 있다. 그러기에 그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반면, 이소상은 정직하고 완고한 꼬맹이, 그녀의 마음속엔, 여전히 공평함과 정의감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우세를 활용하여,

세 번째 우세를 얻어야 한다.

변수를 하나 더 만든다.

「노응」은 「승리」의 저울이 자신에게 기울 것이라 믿고 있었다.

「광명정대라…… 좋다, 나도 동의한다.

어떤가, 소녀, 내기를 하나 하는 것은.」

「도박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들어는 보겠습니다.」 「하하,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광명정대하게 겨루도록 하지. 날붙이를 쓰지 않고, 손과 발로만.

내가 지면, 이 머리는 네 것이다. 네가 지면, 보검을 두고 떠나라.」

「그건 할 수 없습니다.」 소녀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어머님께 검을 제 몸에서 떨어트리지 않겠다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지면, 제 머리는 당신 것입니다. 공평하죠?」

「…………」 「노응」은 잠깐 멍해있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공평해! 하하하하하, 아주 공평해, 정말 공평을 좋아하는군!」 「그럼…… 결정한 겁니다?」 「결정이군.」 「예.」 이소상이 손을 흩뿌린다. 그러자 헌원검은 땅에 박혀, 칼자루만이 오래된 청석 위에 우뚝 서게 되었다. 「먼저 가도 되겠습니까? 제 나이가 더 어리니까요.」 말하는 사이, 소상은 검심(劍心)을 운용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마음은, 지수(止水), 잔잔한 호수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