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거침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수줍게 나찰인을 보았다, 그가 흥미롭다는 듯이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을 알자, 조금 기뻐졌는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목소리도 엄숙해졌다.
조금은 과장된 얘기여서, 소상은 내심 꺼림칙했다.
하지만 나찰인이 별말 없이 들어주는 것을 보자, 소녀는 이 금발의 이국인이 아주 훌륭한 대화 상대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소녀가 두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s]
비록 그녀의 말은 두서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았지만, 나찰인은 재미있게 듣고 있었다.
나찰인의 질문은 절묘했다, 그의 신주어는 별로였지만, 소상은 신경 쓰지 않았다.
나찰인이 대답하자, 소상은 그가 관심을 가지는 줄 알고, 기쁜 기색이 만연해졌다.
손목에 족쇄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양 팔을 당겨 팔에 통증이 왔다.
금사방이 그녀에게 준 『절기산』은 극약으로, 하단전의 진기를 흔들어 경맥에 흐르는 것을 막아, 깊이 쌓아올린 내공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하지만, 소녀가 배운 것은 『태허검기』.
정위진인의 절학은, 강호의 수많은 무공과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내공으로 단전을 단련하고, 그곳에 진기를 저장한다.
『태허검기』는 달랐다.
『검심』을 단련한 자는,
천지를 단전으로 삼고, 육체를 경맥으로 삼는다.
『무(武)』야말로 『기(気)』의 근원이니, 숨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상에겐 하단전이 막힌 것은 조금 불편하긴 해도,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소상은 단단했던 두 족쇄가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며, 손발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s]
그녀의 두 손과 다리 모두 상처 하나 없고, 그녀의 옷 역시 흠집 하나 없었다.
이소상의 말문이 막혔다, 이 아름다운 나찰인을 만났을 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요법으로 의자와 유리잔을 사라지게 하니, 족쇄를 조각내는 것도 무리한 일은 아니려나……[\s]
……설마!!!!
그녀는 눈앞의 관과 함께 다니는 이상한 사람을 다시금 바라보았다.[\s]
「그」는 혹시 숨어있던 절정 고수가 아닐까?
소상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무림고수의 모습은 사부, 어머니, 혹은 훗날 자신의 모습,
이 눈앞의 나찰인과 그녀가 생각하는 무술의 달인의 모습엔 너무나도 거리가 있었다.
[em italic]하지만, 분명 재주는 비범한데……[/em]
그녀가 정신이 팔려있을 때, 나찰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
왠지 모르게, 나찰인의 실력을 보고 난 후, 갑자기 그녀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소녀의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졌다.
소상이 고개를 떨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찰인이 그 단어를 음미했다.
이소상이 힘껏 대답했다.
이소상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나찰인의 손이 허공을 젓는 모습은, 꽤 시원스러웠다.
나찰인이 살짝 웃자, 하늘을 떠다니던 불꽃이 사라졌다.[\s]
……아니, 불꽃은 남아있었다.
불꽃은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나찰인의 손 근처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점점 더 격하게 타올랐다.[\s]
불꽃의 모습은…… 마치……
검?
소상은 나찰인의 『요법』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s]
정신을 차리고 나니, 불꽃은 이미 사라졌고, 감옥 문은 부서져 있었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소상은 말없이 앞서가다 이내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고개를 돌려 한탄하였다.
나찰인이 한숨을 쉬는데, 그 목소리엔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듯하였다.
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선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그가 처음 흑뢰에 갇혔을 때, 여기를 지키던 사람은 두 명이었다.
그중 하나는 감옥에 나찰인을 얌전히 집어넣고 나서,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자리를 떳고, 다른 하나는 먹을 걸 주러 가다 혼비백산하여 다시는 그곳에 발을 들이려 하지 않았다.
「저게 사람이냐? 저건 요괴야! 등불이랑 얘기하는 거 너도 봤지? 나 못 가, 죽어도 못 가.」
그에겐 감옥의 이방인이 「노응」보다도 더 무서운듯했다.
더 이상한 것은, 「노응」이 그 말을 듣고도 땅이 뒤집힐 정도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백회인이 며칠 안에 올 테니, 인원을 조금 더 늘려라.」
그는 『증원』을 하기로 했다, 사람 십여 명이, 칼 열몇 자루와 함께 보내졌다.
새로 온 이들은 전전긍긍하며 감옥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고, 모두가 안심하며, 앞서 감옥을 지킨 두 사람을 비웃었다.
웃고 넘어가긴 했지만, 도적들은 방심하지 않고 스스로 2교대로 나눠, 5명씩 감옥의 문을 지켰다.
그때, 이 5명은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늘 밤은, 어딘가 이상했다. 맹주를 화나게 한 소녀가 감옥에 들어간 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목소리도, 잡음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경비들은 소리의 이상을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언가가 불에 타는 냄새였다.
타는 냄새는 점점 더 강렬해졌다. 다섯 명은 각자 칼을 쥐고, 문 앞에 모였다.
「내려가 볼까?」
한 경비가 작은 소리로 모두에게 물었다.
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문이 폭발했다.
5명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적홍의 불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