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나찰인』을 만났을 때,

「노응」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광경이 다시 재현된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등에서 식은땀이 느껴졌다.

직감이 그에게 『재앙』이 찾아왔다고 경고하는 듯했다.

그 『재앙』은 상단에서, 좁은 마차 하나를 혼자서 쓰고 있었다.[\s]

수십명이나 되는 상단에서, 오직 그만이 이런 비범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노응」이 칼로 가림막을 걷어올리자, 『재앙』이 말했다.

역자 주:

「Mach dir keine Sorgen.」: 독일어, "걱정하지 마."

「Mach dir keine Sorgen.」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s] 그의 어투는 평온하고 부드러워, 마치 친한 동료에게 무언가 부탁을 하는 듯 했다.[\s]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마차 안에 다른 이는 없었고, 오직 관 하나만 있었다.[\s]

마차 안에는 나찰인과 관 하나 뿐이었다.

역자 주:

「Ich werde lösen……」: 독일어, "내가 해결할게."

「Ich werde lösen……」

이 자가 하는 말은 나찰어가 아니었다. 그래서, 「노응」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섬뜩하고 괴이한 장면에 식은땀이 비가 내리듯 흘렀다.

그는 이 관과 대화하는 괴인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나찰인은 대략 20 세, 키는 크지만 건장해 보이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무술을 할 수 있는 듯했지만, 결코 고수일리 없어 보였다.

사람의 무공은, 그저 얼굴과 몸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대충 조금은 알 수 있다.

팽팽한 근육을 가졌다면, 외공을 수련한 무술가일 것이다.

이들은 힘은 팔과 다리 힘이 강해, 주먹과 발길질만으로도 금속이나 바위를 부술 수 있고, 일반적인 둔기를 막아내는 것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노응」에게 있어 이런 이들은 아무런 위협도 안된다.

뛰어난 외공 무술은 균형, 즉 힘이 전신에 고루 퍼지게 할 수 있는가를 무엇보다 중요히 여긴다. 한 가지 면에서의 강함만 추구한다면 유연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속도와 힘을 겸비한 자는, 중상급 정도의 수준이 된다.

그리고 내공의 고수에게는, 또 다른 숨겨진 요소가 있다.

내공은 몸에 내재된 힘, 즉, 경맥과 『진기』를 연마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몸과 정신이 내향적이라 실력을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숨길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눈빛과 호흡이 그러하여, 이를 관찰하면 그 사람의 깊이를 아는 게 가능하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노응」의 눈에, 이 나찰인의 외공은 평범해 보였다.

게다가 불규칙한 호흡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내공을 익힌 적이 없다는 것을 관찰해낼 수 있었다.

「나와라.」 「노응」은 그렇게 말하며, 칼자루에 손을 올렸다. 그에게 있어, 나찰귀는 무엇보다도 싫은 존재였다. 게다가 대낮에 관을 본 것 역시 더욱 그를 불길하게 만드는 듯했다. 이런 불길한 것들이 갑자기 두 개나 나타난지라, 「노응」은 당장 칼을 꺼내 피로서 씻어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의 손에는 이미 수많은 이들의 피가 묻어있었다. 이제와서 한 사람 더 늘어봐야 뭐가 문제일까?[\s]

하지만…… 그는 칼을 뽑지 않았다.

나찰인은 한숨을 쉬고, 관에다 낮게 속삭인 다음,

도적들의 두목을 힐끗 보았다.

그의 두 눈은 비취와 같은 녹색이었다. 마치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에메랄드 구슬처럼 보였다. 「……」 알게 모르게, 「예리함」이란 직감이 다시 마음속에서 경종을 울렸다. 전기 해금: 「나찰인」 나찰인은 태연하게, 서투르지만 또렷한 신주어를 사용해 물었다. 「도착?」 근본도 없는, 뜬금없는 질문, 하지만 「노응」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찰인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 너의?」 「이곳은 나의 것, 너 또한 나의 것이다.[em bold] 나와라[/em].」 「음……」 나찰인은 말없이, 천천히 허리를 피며, 힘겹게 무릎을 집고 일어나려 했다.

[em italic]건방진 나찰귀 녀석.[/em][\s]

「노응」은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욕을 하였다.[\s]

[em italic]백회인에게 널 팔아넘길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한번 두고 보자.[/em]

그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만약 10년 전의 그였다면, 이미 칼을 들어 그 예쁘장한 머리를 베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이를 가벼이 넘기려 하고 있다.

죽어버린 나찰인은 동전 한 푼의 가치도 없지만, 살아있는 나찰인은 오히려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백회의 노예상인은 이런 녀석들을 선호한다. 그들은 언제나 좋은 가격을 매겨준다.

「노응」은 말을 잘 듣는 나찰인을 살펴보다, 갑자기 호기심이 들었다.

왜 관에다 대고 대화했던 거지?[\s]

혼자서 마차 하나를 통째로 빌린 것도, 뭔가 매우 이상하다……[\s]

그래, 이자는 사람들이 관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저 안에 들어있는 건 대체 뭐지?

……뭐가 들어있는 걸까??

칼이 번쩍이며, 나찰인의 목 위로 떨어졌다. 「노응」은 그의 앞에 있는 관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열어.」 그는 간단한 명령을 내렸고, 의외의 대답을 얻었다. 「싫다.」 깊은 녹안이 그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

「노응」은 평생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마주했고,

그가 보아온 눈빛 또한,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공포, 고통, 분노, 불만, 원한……

그는 이런 정서를 보기만 해온 게 아니라, 그 스스로가 이것들의 원인이 될 때가 더 많았다.

목 위에 놓인 그 검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자백제이다.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마음을 철저하게 드러내준다.

「노응」은 죽어가는 이의 눈빛에 무감각했다,

죽기 직전의 감정 따위에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 것 따위, 이미 지겨울 정도로 보아왔다.

하지만, 나찰인의 그 눈빛만큼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거기엔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섞여있었다. 확고함, 광기, 잔혹함, 기쁨, 동정심과, 그리고……

…[em bold]경멸[/em]?

[em italic]그렇군.[/em]

「노응」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음을 느끼며, 침을 삼켰다.

애초에 이 나찰인은 그를 안중에 둔 적 조차 없었다.[\s]

이 사람의 눈에는, 금사방의 맹주 「노응」 또한 사막의 모래 한 알과 다를 게 없었다.[\s]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다.

심지어 그다음 순간에 이 나찰인이 이 모래알들을 모두 짓밟아버릴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마치 산책하듯 자연스럽게.

그래서, 그는 칼을 내려놓았다.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노응」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s]

그는 결코, 나찰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수치심보다 두려움이 앞서, 눈앞의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따라와라. 장난칠 생각 말고.」 이 말을 뱉고, 「노응」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저 멀리, 한 줄기의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금사방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다.

「아——」 「방주님!」 「……고생했다.」 근심으로 가득한 「노응」은 긴 말 않고 곧바로 역참으로 들어갔다. 역참을 지키던 도적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휴……」 그런데 한숨이 목에서 나오기도 전에, 위엄있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내가 출정 중일 때,」 금사방의 맹주는 팔짱을 꼈다, 눈빛은 매처럼 날카로웠다. 「여기 무슨 일이 있었나?」

그는 눈앞의 두 사람을 훑어보고는,

멀지 않은 사막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가,[\s]

다시 역참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다.

「노응」은 유쾌하지 않은 미소를 보였다. 「……뭔가 있었나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