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어, 황혼이 점점 서쪽으로 지고 있었다. 마비마는 하늘 위를 올려 봤다. 「……」

하늘 위엔 지는 해와 구름만이 있었다. 평범한 구름에, 지는 해도 딱히 특별한 게 없었다.

하지만 마비마는 매우 진지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뭘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가 뭘 기다리냐는 것이었다.

그는 기다리는 걸 즐기진 않았지만, 매우 익숙했다.

수십 년간, 그는 항상 기다림과 함께했다.

끼익—— 미약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귀에 겨우 들릴 정도였다. 마비마는 몸을 돌려, 문에 몸을 기댄 채, 그를 향해 눈살을 살짝 찌푸린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섯째야. 뭘 했길래 그렇게나 늙었냐?」 「흠. 적어도 사저는 날 모르는 사람 취급하지 않는군. 이십 년이나 지나면, 누구든 이렇게 늙는다.」 마비마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다섯째 사저는 그대로였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람은 늙어도, 그 마음까지 성숙해지진 않지.」 능상은 방안을 흘긋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넌 어렸을 땐 얌전했는데, 이젠 올 때마다 문제를 일으키는구나.

그 아이는 내 제자다. 네가 때리고 싶다고 때려도 되는 줄 아느냐?」

마비마는 놀랐다. 다섯째 사저가 제자를 들인 건 알았지만, 그녀가 제자에게 정을 붙일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기억하기로, 다섯째 사저는 절대 그런 감정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누구인가?」 「일곱째의 딸이다.」 「그래서 눈에 익었던 거였군, 그럼 소의의—— 이름이 뭔가?」 「이소상.」 「오, 딸도 비슷한 이름이군.」 「……」 그녀의 입술과 눈썹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좋아, 잡담은 이만하면 충분하겠군.」 마비마는 웃었다. 그가 손을 들자, 커다란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한 자루의 대검, 약 5척의 길이에, 검신은 붉은색으로, 은연히 이소상의 헌원과 닮아있었다. 다섯째 제자는 여섯쨰 제자의 대검을 차가운 눈길로 바라봤다. 깜박이는 그녀의 눈엔 이루지 못한 말들이 수만 개는 있는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한마디만 했다. 「뭐냐? 자랑이라도 하러 온 거냐?」

「하하하하, 사저 앞에서 내가 무슨 자랑을 하겠는가?

아무리 다섯째 사저에게 헌원검이 없다 해도, 난 상대가 안 될 거다.」

마비마는 크게 웃더니, 곧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고, 그녀를 향해 예를 담아 머리를 숙였다. 「못 본 지 이십 년이나 지났는데, 사저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다. 그간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봐줬으면 해.」 「너 정말 늙었나 보구나. 예전엔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음, 사람은 바뀌니.」 「흥, 나쁜 쪽으로 바뀌었군.」 능상이 걸음을 옮겨 마당에 이르렀다. 그녀의 소매가 가볍게 흔들렸다. 「네 청을 받아주겠다. 시작해라.」 「사저…… 무기는 필요 없나?」 「필요 없다.」 「알겠다.」 마비마는 손에 쥔 거대한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건 헌원검, 검에 담긴 태허검기는 진짜다. 사저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쓸데없는 말, 네가 검을 뽑은 걸 모르는 줄 아느냐? 네가 『헌원』을 들었든, 뭘 들었든 나랑 무슨 상관이냐?」

마비마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비무는 그렇다 치고, 그가 염두에 둔 다른 하나는, 그 여자아이가 가진 헌원검의 출처였다.

「그 소상이란 아이의 검, 사저의 것인가?」 「그건 『묵염향(墨染香)』이다. 일곱째가 딸에게 주었다.」 능상은 좌우를 살피더니, 땅 위의 빈 칼집 하나를 주웠다. 「그래그래, 네 말대로 무기를 들었다.」 마비마는 놀랐다. 「사저, 그 나뭇조각으로 내 『적절영』을 상대할 건가?」 「흥, 적절영이든 뭐든……」 능상은 차갑게 말했다.

「나뭇조각이라도 쉽게 보지 마라. 이것 또한 이름이 있다. 『인불파(刃不破, 부술 수 없는 칼날)』.

어떠냐, 충분해 보이냐? 네 적절영과 비교하면 어떠냐?」

「……」 「하하하하!」 마비마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매우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20년간, 그의 적수가 될만한 상대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적절영을 뽑는 건 더욱 드물었다.

비록 그는 무수히 많은 위기를 경험해왔고, 거의 죽을뻔한 적도 여럿 있었지만, 목숨을 걸 필요도 없는 이 비무는 그가 그 무엇보다도 꿈꿔오던 싸움이었다.

「좋다. 어디 한번 『인불파』가 내 검을 파훼할 수 있을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