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세상은 잔혹하다, 소저.」 마비마는 몸 하나가 들어갈 만한 거리를 두고 서있었다. 그는 놀라워하는 기색도 없이, 떨면서 두 손으로 무릎을 지탱해 일어서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근성이 있는 건 좋지만, 넌 내게 이길 수 없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네 앞날은 아직 밝다.」

「전…… 지지…… 않습니다……」

소녀의 코 끝에서 핏방울이 맺히더니,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소상은 고개를 들었지만, 그녀의 눈은 흐트러져있고 초점이 없었다.

「으윽, 전…… 콜록…… 당신을……」 「……」

마비마는 이런 얼굴을 얼마나 많이 봐왔을까?

20년이 넘게, 수많은 이들이 그를 죽이려 했다.

수많은 협객들과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그에게 도전했다.

그중 많은 수가 이런 꼴이 되었다.

승리할 여지가 조금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숨이 다할 때까지 버티며, 그 희미한 가능성에 생사를 걸었다.

[em italic](쓸데없는 얘기였나? ……어쩌면 그럴지도.)[/em]

하지만, 마비마는 이를 싫어하진 않았다.

반대로, 그는 깊이 즐기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연기와 안개로 가득한 세상에서, 마비마는 고독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마주친 인연이라도, 두 번 다시 강호에서 만날 일이 없더라도——[\s]

도전하는 이가 스스로를 불살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걸 볼 때, 이 세상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비마에게 있어, 이런 사람의 형상을 한 연무가 자신을 감싸올 때, 자신이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상대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

그렇게,[\s]

그는 언제나 스스로의 죽음을 갈망했다——

소녀의 앞에 헌원검이 소리 없이 내려왔다. 「주워라.」 마비마는 말했다. 「네가 검을 들어야만——나와 싸울 수 있다.」 「난 적당히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정말로 날 죽일 각오로 모든 걸 쏟아부어라. 알겠나? 어서 검을 들어라!」 소상은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피 한 방울이 고검 위에 떨어지며, 마치 봉황이 우는 듯, 낮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당신이…… 어떻게…… 검신(劍神)을……」 소상은 입안의 피를 뱉어냈다. 좀 더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 「푸——하하!」

「검신이라 생각했나? 하하, 날 과대평가하는 군.

소저, 검신이 어떤 경지인지 잘 모르는 건가? 무림 대부분 사람들은 평생을 쏟아부어도, 발치에도 이르지 못한다.」

「적연 사부나 다섯째 사저와 같은 혼연천성인(渾然天成人)이어야, 신온(神蘊)을 깨달을 수 있다——소저, 내가 부린 재주는 검신이 아니라, 그저 검의(劍意)일뿐이다.」 「잘 봐라.」 그가 손을 뻗으니, 한 자루의 불타오르는 듯이 붉은 대검이 갑자기 형체를 갖췄다. 「이건 내 태허검, 『적절영(赤絶影)』이다.」 「우리 일곱 제자들은 각자 헌원검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 검들은 태허검기와 조화를 이뤄, 검의의 변화에 따라, 특이한 재주를 부린다.」 「이 『적절영(赤絶影)』은 빛을 조작할 수 있어, 내 의지에 따라 숨기거나 나타나게 할 수 있다. 난 평소엔 형체를 숨겨, 기회가 있을 때 검의를 단련한다.」 「아……」

소상은 검을 들고는, 그것을 지긋이 바라봤다.[\s]

만약 마비마의 말이 사실이면, 자신의 검은 왜 그대로인 걸까?

어쩌면, 그 희미한 영감은 진짜 검의가 아니라는 것인가? 「제, 제……」 「흠…… 네 헌원검은 원래 형체 그대로이니, 아직 검의가 미완성이라는 의미겠군. 네가 의온(意蘊)을 완전히 깨닫는다면, 그 검의 형체도 바뀔 것이다.」 「그래서…… 아…… 미완성.」

조금 유감이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기도 했다.

입에 가득한 피와 함께, 아쉬움, 부끄러움, 분함, 슬픔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괜찮아, 소상아, 지금이야말로 두 번째 시검(試劍)을 할 기회이지 않을까?

이소상은 허리를 곧게 펴고, 검을 쥐었다.

「당신도…… 검을……

그래야만………… 공평하니까요!……」

그녀의 몸은 여전히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었고, 그녀의 두 다리는 특히 더 심했다.[\s]

하지만 그녀의 눈은…… 그 눈빛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불태우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그 눈빛이었다. 「자재문…… 이소상, 다시금 사숙에게…… 가르침을 청합니다.」 「이것은…… 제 시검입니다!」 「——」 마비마가 콧등에 난 붉은 검상을 가볍게 만지니, 그 손가락 끝에서 미약한 열기가 느껴졌다. [em italic]아, 이런 고독감, 이런 불타오름.[/em] 그는 아직 살아있었다. 「잘 들어라.」 마비마는 말했다. 「나는 오직 개검·산붕(開劍・山崩) 하나만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