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예를 표하고, 그대로 등을 돌려 산을 내려갔다. 임조우는 제자의 모습이 돌계단 너머로 사라지기는 걸 지켜보다, 침묵하고 있는 소미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소미는 미소를 지은채 시선은 먼 곳을 향하게 했다. 그리곤, 이 작은 방 안을 훑어보았다.
임조우는 차갑게 코웃음으로 답했다.
두 사람은 잡담만을 이어가며, 본래 하려 했던 얘기엔 아직도 들어가지 않았다. 임조우는 계속 참는 듯이 보였지만, 소미는 사사로운 일들에 흥미진진한 모습이었다.
임조우는 약간 어이없어 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정위의 일곱 제자 중, 그녀는 가장 연장자로, 두 번째 제자보다 15살 위였다.[\s] 임조우도 처음엔 신경쓰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니, 게다가 가장 나이가 어린 마비마(馬非馬)와 결혼하게 된 것으로, 더욱 나이를 의식하게 되었다.
태허검파의 당문은 탐색전을 그만두었다.
임조우는, 사매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임조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소미는, 과거의 일엔 전혀 흥미가 없었다.
임조우도 그건 알고 있었지만,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무림계의 누구나 그 총명함을 인정하는, 『지계무쌍(知計無双)』이란 이명을 가진 소미임에도,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임조우의 마음속에, 갑자기 차가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소미를 싫어한다 해도, 내심, 그녀에겐 뭔가 생각이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20년 전, 그녀가 일곱 제자를 모아, 천하무적의 진선인 정위를 암살할 계획을 세웠을 때 처럼.
——시간과 함께, 세상은 바뀌어갔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태허칠검도 예전과는 달라지고 말았다.
임조우는 의심스러워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소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임조우를 응시하는 그 눈엔, 더욱 깊은 의미가 있는듯했다.
소미는 임조우의 얼굴을 지긋이 보더니, 갑자기 시선을 옮겼다.
소미는 뭔가 재밌는 게 생각났다는 듯,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임조우는 뒤로 물러섰다. 돌연, 잔주름이 늘어난 볼에 통증이 느껴진다. 늙음은 태허검파의 당문의 긍지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녀는 순간 10년이나 더 나이가 든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가식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소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눈엔 안개가 끼인듯하였다.
그 입에서, 희미하게 말이 내뱉어졌다. 소미는 어찌할 바를 모르듯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기억을 잃은 한 노인이, 과거의 유물이 산더미처럼 쌓인 곳에서 자기도 잘 모르는 보물을 찾아낸 것처럼.
그렇게 얘기하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대화가 끝에 이른듯했다.[\s]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 노인의 환영은 사라져있었다. 임조우의 앞에 서있는 건, 냉정한 무쌍문의 주인만이 남아있었다.
『수단』…… 그 말은 임조우를 조금 불쾌하게 만들었다.
소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거기엔 슬픔도 섞여있었다.
함께 보낸 30년의 세월이 가느다란 바늘이 되어, 태허검파의 여당문의 가슴을 꿰뚫었다.
임조우가 조용히 말했다.
임조우는 눈앞의 붉은 머리의 여인을 지긋이 쳐다봤다.[\s]
그녀는 한때, 자신의 사매이자, 친구, 동료, 그리고 연적이자 숙적이기도 하였다. 결별을 고했을 땐, 죽을 때 까지 상종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임조우의 마음속엔 만감이 교차하여, 전혀 정리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소미는 불운관에서 나가, 천궁봉의 정상에서 두 팔을 펼치고는 원을 그리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