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지만, 「노응」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
낡은 역참의 응접실에는 등불이 밝혀져, 이 불빛은 어둠과 함께 바깥의 중정(中庭)을 둘로 나누고 있었다.
「노응」은 그 중정에 서 있었다. 그리고, 가장 신뢰하는 8명의 부하들이 옆에 서서, 그의 검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응」은 검객이 아니기에, 그의 검도(劍道)엔 깊이가 없었다. 그는 원래 군인이었기에, 도법(刀法)을 익혀왔을 뿐이었다.
검과 도는 엇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소위 「검령도력(劍靈刀力)」. 검에 정진하면, 백가지 기교를 부리고, 도에 정진하면, 힘으로 모든 걸 깨부술 수 있다.
검을 배운 자가 도를 사용하면, 결국엔 검법을 쓰게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노응」은 검을 휘둘렀지만, 실은 도를 휘두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이 보검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기에, 이렇게 여흥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토록 완벽한 신기(神器)는 본 적도 없었다.
「노응」이 검을 들고, 빠르게 달려나갔다. 손목을 가볍게 털며, 검화(劍花)의 춤을 세 번 반복했다.
이는 마치 먹을 가득 머금은 붓과도 같았다. 검이 가는 곳에는 암회색 문양이 길게 남아, 한 폭의 서예를 보여주는 듯하였다.
검에 새겨진 문양의 아름다움은 다른 무엇보다도 빼어났다.
「노응」은 검을 재빠르게 내지르고는, 빠르게 팔의 힘을 거두었다. 검신은 움직이지 않고, 검 끝만이 웅웅거리며 진동했다.
검신의 유연함은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조화 그 자체였다.
다시 검의 기세를 낮추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천천히 거두어들였다. 칼날이 가슴팍에 닿자, 서늘하며 날카로운 기운이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검에서 전해지는 기운은 그 차가움이 뼛속까지 사무치는 듯하였다.
「노응」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머리칼 한올을 검 위에 올리고 손을 놓자, 그 머리칼은 두 동강이 났다.
검의 날카로움은 바람에 날려온 머리칼까지도 베어버릴 듯하였다.
이 네 가지가 한데 모여있으니, 가히 불세출의 신기라 할 수 있었다.
「노응」이 중얼거렸다.
「노응」은 결코 검을 좋아하거나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입을 열어 칭찬한다고 한들, 그저 산적이 전리품에 하는 평가에 불과했다.
만약 가치를 아는 사람이 그 소녀가 지니던 검을 보았다면, 나라의 모든 금을 쏟아부어서라도 손에 넣으려 했을 것이다.
허나, 그도 결국은 무인이었다.
예로부터 명검은 아름다운 옥과도 같아, 이에 탄복하지 않을 이는 어디에도 없다.
「노응」은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단순한 금은보화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신분을 나타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경, 자신과 같은 인물에게는, 그에 걸맞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게 당연했다.
금사방의 방주는 이소상의 『헌원』을 좌우로 살폈다, 그 검은 보면 볼수록 더욱 마음에 들었다.
「노응」은 대경실색해, 본능적으로 6척이 넘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앞엔 믿기지 않는 관경이 펼쳐져 있었다.[\s]
8명의 수하들이 어느새 의식을 잃은 채, 땅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직접 흑뢰에 가두라고 명령했던 소녀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s]
[em italic]어떻게!?!?[/em]
……만약 이것이 누군가의 장난이라면, 주모자를 여덟 조각으로 토막 내어, 말의 먹이로 던져 줄 것이다.
소녀는 겁이란 게 없는 듯,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노응」 혼란스러웠지만, 소녀의 발언은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 느낌이 싫었기에, 다시 대화의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다.
소녀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돌아보더니, 사방을 둘러보았다.
「노응」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s]
『재앙』이라고 느껴졌을 때, 즉시 처치해야 했다.
사람들이 재앙을 두려워하는 것은, 재앙이 여러 문제를 불러오기 때문이다.[\s]
「노응」은 나찰인을 잘 살피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지금 와서 후회해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 안전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사실 검을 든 사람은 그였기에, 딱히 필요 없는 행동이었다.[\s]
……하지만, 「노응」이 걱정하는 것은 소녀가 아니었다.
지금, 달은 무엇보다도 밝고 별들은 희미하게 흩어져 있었다. 흣날리는 촛불의 그림자가 푸른 바위 위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는 이때, 이때야말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적기였다.
소녀는 진실을 말하였다, 마치 거짓말이란 개념 자체를 모르는 듯 했다.
실로, 최악의 대답이었다.[\s] 사실, 「노응」은 눈앞의 소녀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s] 아무리 상대의 무공이 좋아도, 이렇게 순진한 꼬맹이에게 질리는 없다.
처음부터, 그는 나찰인을 오늘 밤 최대의 위험요소로 여기고 있었다.
그 나찰인의 향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에, 그는 자신감을 크게 잃고 말았다.
나찰인이 멀리 도망갔을지도, 아니면 어딘가에 숨어서 기회를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이 상황은 그의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있는 듯하여, 당장이라도 뽑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지지 못할 것 같았다.
소녀가 내밀고 있던 손을 거두고,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하며, 자세를 취했다.
「노응」이 반응하기도 전에, 소녀의 모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눈 깜짝할 사이, 팔에선 고통이 느껴지며, 보검이 그의 손에서 떨어졌다.
가슴에 주먹이 또 한 번.
「노응」은 비틀거리며 몇 보 물러났고, 급히 호흡을 가다듬으려 했지만, 오장이 뒤틀려, 쉽게 진정하긴 어려웠다.
주먹엔 내공이 담기지 않아, 충격은 있었지만 내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소녀의 경공은, 「노응」에겐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었다.
「노응」의 놀람과 분노는 더욱 커져, 그는 나찰인의 일은 일단 미뤄두고,
눈앞의 겨우 열몇 살에 불과한 상대를 다시 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