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소녀는 마음속으로 적들을 센다. (둘,)

두 거한이 좌측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중 한 명은, 일찍이 소녀를 발견하고, 모두에게 경고한 남자다.

그는 검을 손에 쥐고,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함정에 빠진 사냥감을 보는 사냥꾼처럼, 죽음을 알리는 미소였다.

하지만,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시야를 옆으로 옮겼다. (셋,)

우측 뒤에 있는 거한은 소녀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곳에 있다.

그는 경고를 듣고 달려왔다.

(넷,) 소녀와 가장 가까운 도적과의 거리는 고작 다섯 보 정도밖에 안되었다. 그는 손에 큰 칼을 든, 근육질의 장정이다. 네 명 중, 그는 가장 연장자였고, 실력도 가장 뛰어났다. ……소녀는 오직 사부만을 상대해 왔기에, 실전 경험이 없었다. 실전 경험이 있었다면, 아무리 자신이 무공의 고수라고 해도,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상황은 피하려 했을 것이다. 홀로 잘 훈련된 도적 네 명을 상대하는 건, 죽음을 재촉하는 행위나 다름 없었다. 안타깝게도, 소녀는 이런 『상식』을 알지 못했고, 그녀의 무정한 사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적들과 그녀 사이의 거리는 겨우 다섯 걸음.

소녀가 고대 검 『헌원(軒轅)』을 감싸던 천을 걷어내고 이를 역수로 쥐었다.

검을 쥔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 이는 그녀의 마음을 무엇보다도 평온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후에 일어날 일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소녀가 날아갈 듯한 몸놀림으로 뛰어오른다.

착지한 순간, 검은 이미 거한의 가슴에 꽂혀있다.

검을 뽑고, 몸을 돌린다——너무 빠른 속도라, 피가 흘러나올 여유조차 없다.

곧바로 다음 상대를 향해 검을 찔러 넣는다, 흉악한 웃음을 짓던 남자의 표정은 굳어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네 명의 적은 이제 두 명이 되었다—— 너무 쉽다.

……소녀는 찰나에 이런 각본을 구상하였다.

그녀의 무공과, 고대 검 헌원이라면——

——이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도적들이 네 걸음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소녀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럴 가치가 없었기에. 고대 검 헌원(軒轅)은—— 이런 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눈앞의 네 명은, 이 보검의 진면목을 볼 가치가 없다.

이 검은 고대의 선인들이 종횡하던 시대부터 이어진, 천만 년의 시대를 겪은 검.

이것의 주인은 무림전설, 유일한 진선(眞仙), 신주의 수호자 『정위진인(精衛眞人)』이다.

역자 주:

동해(東海): 둥하이, 동중국해(東中國海)를 의미한다.

29년 전, 정위진인은 동해(東海)에서 한 고아 소녀를 제자로 받아들여, 검을 가르쳤다.[\s]

태허 제7검 진소의와 『묵염향(墨染香)』이란 이름이, 강호를 뒤흔들었다.

정위진인이 우화등선(羽化登仙)한 후, 진소의는 은거하여 삼십 년이 흐르니, 그 명성은 예전만 못하였다.

그녀와 『천공자』 이신과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만이, 미담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십 년 전, 일찍이 강호를 떠났던 어머니는 『묵염향』을 어린 소상에게 물려주었다,[\s]

태허오온(太虚五蘊)에 더욱 정진하여, 『천하제일』을 이루라는 기대와 함께.

이것은 바로 천하무쌍의 신이 내린 무기, 그 칼끝은 강자만을 향한다.

어찌 이 눈앞의 녹록한 무리들의 피로, 이 검의 위광을 더럽힐 수 있겠는가?

——도적들이 세 걸음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의 거만함과 만족감이 소녀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하, 이정도 녀석들로는——

——두 걸음.

——『시검(試劍)』할 가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