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무언가 마력 같은 힘이 있다. 어떤 소란이 일든, 이곳에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파도와 거품만이 변함없이 떠돌며, 모든 것을 고독으로 삼켜버린다.

파도 사이를 뚫고, 위로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잠수함은, 쪽배에 탄 3명의 사람을 향해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고는, 조용히 바다에 떠 있었다.

그 와중에, 불쌍한 괴물 「레비아탄」은 푸른 하늘 아래 서서히 신음 소리를 내며 죽어가고 있었다.

괜찮으신가요, 비앙카님? 다, 당연하지. 이런 물에 빠진 생쥐 꼴을 당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이쯤이야. ——아, 수건 고마워.
맙소사! 이, 이건…… 왜 그래요? 뭐 알고 있는 거 있어요, 할아버지? ……아니, 전혀 뭔지도 모르겠다네. 내 살면서 이런 건 본적도 없다네. 완전히 쇳덩이로 된 커다란 물체가…… 「레비아탄」의 배를 종이 찢듯이 가르고, 심지어 물 위로 솟아오르기까지 하다니—— ——자네들 세계의 배는 400년 사이 이렇게나 강력해진 건가? …… 할아버지, 뭘 이런 걸 가지고 놀라시나요. 알아두세요——저희들의 수송선 「헤스티아」는 눈앞의 깡통 양동이보다 만 배는 더 강하다고요! ……물론, 이 세계로 그 전함을 가져올 방법은 없었지만요. 상관없어요, 할아버지! 저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라 한들, 저희들도 대응할 수단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엥? 성유물의 에너지 잔량이……전혀 회복되지 않았잖아?) 보세요! 잠수함에서 누군가 나오고 있어요! ……깃발을 들었다? 저, 저건—— ……해적 깃발? 해적기를 내건 강철의 괴수가 4척의 작은 배를 내렸다. 3척은 「레비아탄」의 근처로 가 절단 작업 비슷한 걸 하고 있었고. 남은 한 척은 세 명의 노인과 소녀들이 타고 있는 쪽배로 곧장 다가왔다. 그들은 「일반적인」 해적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 배의 리더로 보이는 소년이, 오히려 자기가 해적을 만난 것 마냥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 저, 저기…… 죄송해요…… ……뭐? 그, 그러니까…… 당신들의 사냥감을 뺏은 거 같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 그래서, 그냥 사과만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작은 선장님? 아——아아뇨 아뇨, 전 선장이 아니에요. …… 진짜……나와서 설명 좀 해줘, 라일라 누나. 음…… ……동생아, 너 이런 쪽으로는 진짜 쓸모가 없구나. 여러분, 우리는 수륙양용 철갑선 「칼레도니아호」의 선원들입니다. 저는 갑판장 라일라, 여기는 기관사 지미——보시다시피, 해적이죠. 그렇기에, 당신들의 사냥감을 훔친 건 죄송하지만, 이 큰 녀석은 이제 우리 소유입니다. 그 대신 보상으로—— 저희의 선장님께서 당신들을 「칼레도니아호」로 초대하고 싶다는데……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잘 모르겠네요. …… 누런 백열등, 색 바랜 페인트, 녹슨 너트, 낡았지만 관리가 잘 된 고무 케이블. 비앙카·아타지나와 리타·로즈바이세에게, 이 「칼레도니아호」는 거대한 타임캡슐이었다—— ——마치 쥘·베른이 쓴 작품 속의 「전기 장치」로 가득한 세계에 온 듯했다.

역자주:

쥘·베른(Jules Gabriel Verne), 19세기의 공상 과학 소설가. 본 작품에 나오는 잠수함의 모티브가 된 「해저 2만리」등 후대의 공상 과학 소설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작품들을 많이 썼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기체 디자인…… ……대체 이 「수륙양용 철갑선」은 어디서 구한 거야? 저한테……물으신 건가요? 그럼 누가 있겠어. 너네 기관사는 제대로 말도 못 하는데, 걔한테 물어봐서 뭐해? 어……지미는 사실 말이 많은데——그냥 당신과 친하지 않아서 그런 걸 거예요, 그렇지? 어……네. 아, 아마도요. ……그래서 너희 잠수함은 어디서 가져온 거야? 너희 옷을 보면, 전혀 20세기에서 온 사람들로는 안 보이는데?! 아니죠. 하지만, 그렇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요—— 나중에 선장님께서 당신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 주실 테니——제가 여기서 주제넘게 나설 필요는 없죠. …… 자, 선장님이 함교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20세기……아니, 아마도 21세기의 여러분—— 「칼레도니아호」에 잘 오셨소! 선장 「바르바로사」가, 이곳의 모든 선원을 대표하여, 여러분을 환영하오! 쳇. 분명 해적 무리 인건 맞는데, 행동은 무슨 연극하는 거 같네. 「국왕 극단」을 칭찬해 주셔서 감사하오. ……? ……「국왕 극단」? 셰익스피어의? 그렇소. 여기, 해적 선장 「바르바로사」의 역을 맡은 건—— ——「윌리엄·셰익스피어」 본인이오. ……?! 뭐. 이 연극이 별로였다면, 내가 「네모 선장」이라도 해줄게. 어차피……나도 선장일은 잘 몰라, 그냥 누가 버린 난파선을 주워 온 거라서. 주워요? 맞아. 바람이 부는 맑은 아침, 바다 앞에서 발성 연습을 하려는 극단장은—— 돌연, 이 강철 괴물이 "펑" 하며 심연의 소용돌이에서 튀어나오는 걸 목격했다네—— 안에는 아무도 없고, 항해일지도 일부만 남아있고 ……나에게 있어서의, 「네모 선장」과 그의 「노틸러스호」,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기묘한 이야기라니. ……너 지금 장난하는 거야? 장난? 아, 그래, 이건 분명 「운명」이라는 연극의 적당한 장난. 하지만, 인정해야겠네——질서를 뒤엎고, 운명을 바꾸며, 하늘을 대신해 벌을 내리는 것——정말 재밌기는 해. ……이 이세계에 질서가 있다고 보는 거야? 오, 질서를 매우 중요시 하는 것 같군, 이름 모를 「기사」 아가씨. ……그럼 에티켓을 따라, 우선 자기소개를 하는 게 어때? ……뭐? (어떻게 질서 얘기에서 갑자기 자기소개로 넘어가버린 거지?) 나는 마리안·윌리엄·셰익스피어, 「칼레도니아호」의 선장이며, 16세기 잉글랜드에서 왔어. 「마리안」이란 이름이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 그냥 「윌리엄」이나 「셰익스피어」로 불러. 상관없으니까. (16세기면, 1500년 이후……응?) 여기는 라일라·수주드·헤라, 갑판장이고, 나랑 같은 시대의 모로코에서 왔어. 여기는 제임스·"지미"·와트, 기관사, 18세기의 스코틀랜드에서 왔지. 「칼레도니아호」란 이름은 우릴 도와준 지미를 위해——

주:

칼레도니아(Caledonia)는 로마시대 지명의 이름으로, 오늘날의 스코틀랜드이다.

(……제임스·와트? 그 증기기관을 만든? 어떻게 나보다 더 어려 보이는 거지?) ——계속해서 「노틸러스호」라고 부르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배의 모든 것을 고친 스코틀랜드 10대 소년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많은 선원들이 동의하길래. ……분명 그냥 그때 당신 자신이 이름을 바꾸고 싶어서였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다시 말하지만, 제가 특별히 잘한 건 없어요. 그냥 설명서대로 한 게 다니까요. …… 아, 맞다. 여기는 「철가면」, 1등 항해사.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익명으로 지내길 바라는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 그러니까 불필요한 사생활은 묻지 않길 바라. ……야, 너무 수상한 거 아냐? 뭐, 너희 같은 생면부지보다는, 이쪽이 더 솔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멤버 같은데. …… 됐어. 「철가면」이든 뭐든—— ——선장님께서 자신의 배경을 소개해 주셨으니, 우리도 우리의 사정을 알려줘야겠지. 나는 비앙카·아타지나, 이쪽은 부관 리타·로스바이세. 천명의 명령 아래, 이 세계를 탐험하고 있는 발키리야. ……? ……? …… ……「천명」? 「발키리」? 그게 뭔데? ……뭐? 아하하하하하하! ……? 정말로 말한 대로네, 나의 친애하는 1등 항해사, 아니 철가면 “선생”! 아하하하하하하하! ……극단장, 실례입니다. 야! 대체 뭐라 하는 거야, 이 빨강 머리 난쟁이가?! 쳇, 남을 욕하면 못써, 작은 아가씨. ……다시 말할게. 애초에, 난 네가 말하는 「천명」이 뭔지 전혀 몰라. ……뭐?! ——하지만 「철가면」이 말해줬지. 그녀가 말하길, 다른 이세계에는, 그 「붕괴」라는 에너지가 비정상적으로 많다고 하더군—— 음……거의 마법 세계의 얘기인 것 같았는데. 특히, 「붕괴」의 영향을 받아, 그 세계에는 마물이 넘쳐 온 세상이 깊은 고통을 받고 있고—— ——그리고 그 고난에 맞서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선 자, 바로 「천명」이라 불리는 조직. 「천명」이 있는 그 세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군. 그리고 소녀들 중에 그 마물들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택 받은 전사들을, 「발키리」라고 부른다고. 그 「발키리」들은 「붕괴」의 침식에 저항하고, 인류를 위한 싸움을 위해 붕괴의 힘을 이용한다. ——스스로를 「발키리」라고 한 거기 둘, 이런 전설 같은 얘기가 너희의 세계에선 실제 일어나는 역사란 말이지? …… …… 네가 하는 설명을 들으니까 이상한 느낌이긴 한데…… 맞아. 네가 말한 것들은……사실이야. 그럼 둘에게——내 다음 충고는 좀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충고」? 아, 사실은 엄청 기본적인 거야. 한마디로——이 세계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미래를 위해 총알을 아껴두라는 거지. …… 별거 아냐. 애초에 붕괴 에너지 보급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보충되는 속도가 수백 배는 느려. 우리 「칼레도니아호」도, 대규모로 개조를 했지만 어뢰 6기로 무장한 게 전부야. ……어쩌면, 너희들이 어릴 때부터 받은 여러 훈련들이, 오히려 「붕괴」의 힘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게 만들었으려나? 이봐,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너, 나랑 대련해 볼래? 나는 붕괴 에너지를 쓰지 않을 테니까! 하하하하하! 어떻게? 근접 격투로? 1등 항해사, 이 말괄량이가 무슨 재주가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 ……거절합니다. 봤어? 너네 사람들도 너랑 엮이기 싫어하는데? ——하지만, 극단장이 이번 달에 추가 보너스를 준다면……생각해 보겠습니다. 뭐? 이 자식, 용병이었어? 하하하하하! 좋아! 추가 수당을 안 주는 극단장을 좋은 선장이라곤 할 수 없겠지! …… …… 그렇다면, 여기 리타·로스바이세가 하나 부탁드릴게요. ? 만약 셰익스피어 선장께서 자신의 부관을 대련에 내보낸다고 하신다면—— ——같은 부관으로서, 저는 비앙카님을 대리하길 희망합니다. 애초에, 대련에서 중요한 건 적절한 상대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아하하! 재밌네! ……그럼 이렇게 하자. 나와 비앙카양, 리타양과 「철가면」—— ——양측이 서로 한 번씩, 어때?
헉……헉……! 너무 강해요…… 아냐, 너희들도 정말 대단한 전사들이야. 자신들의 익숙한 기술과 무기를 쓰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어. 영광이야. ……훈련을 계속한다면, 분명 격투에서는 우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운동으로 기분도 좀 풀었으니까—— ——이제 진짜 정보들을 교환하자고. ……? “너희 모험의 목표는 대체 무엇인지.” 그 대신, 우리도 「칼레도니아호」의 항해 목적을 네게 알려줄게. ……. “노 코멘트”라는 거야? 그럼 우리 「칼레도니아호」의 승객이 될 기회를 잃을 텐데도? …… 쳇…… ……음. 혹시 내가 알면 안되는 거라면—— 할아버지는 그냥 계세요! ……! ……아녜요. 일단, 저희에게 있어 할아버지는 은인이니까요……그러니까, 자신을 제3자라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리타, 설명을 부탁해.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좋아요, 비앙카님. 우선——여러분들은 「양자의 바다」란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간단하게, 너희의 임무는 「양자의 바다」라 불리는 다른 차원을 추적해, 「에테르 앵커 포인트」라는 특별한 구조물을 찾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양자의 바다」는 기존의 4차원 우주에 속하지 않는, 우리가 있는 "이곳"과 평행하게 존재하는 「평행차원계」를 말한다. 그리고 「에테르 앵커 포인트」, 「차원 다양체」 간의 위상 변환의 일종으로, 그 실체는 자연 구조물이거나, 인공적인 기계일 수도 있다.

주:

다양체(Manifolds)란, 국소적으로 유클리드 공간의 위상동형인 위상 공간. 유클리드 공간의 곡선과 곡면의 개념을 일반화한 것이다.

베른하르트 리만(Bernhard Riemann)은 다양체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리만 기하학을 확립시켰다. 덧붙여 "Manifolds"는 독일어의 "Mannigfaltigkeit"로부터 유래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고전 차원」과는 달리, 「양자의 바다」는 「산산조각」 난 상태로—— 기본적인 물리 수치나 좌표의 이탈이 계속되는, 마치 비눗방울처럼 불안정한 세계—— ——하지만 그런 조각난 차원의 틈에도, 무수한 「에테르 앵커 포인트」로 고정된 「안정적인 지역」이 존재한다. 그 세계에서는, 우리와 같은 고정된 법칙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지. 태양계의 「양자의 바다」에서의 「투영」은, 어느 「에테르 앵커 포인트」의 「좌표」에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 있다. 요컨대, 그 「투영」에 의해 발생한 「양자의 바다」로의 전이가 가능하다면…… ……어쩌면 이곳과 거의 비슷한 「지구」를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탐색의 가치가 매우 높다. 다행히, 전 문명 기술이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양자의 바다」를 오갈 수 있는 실험 장치를 몇 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게니우스」. 이론상, 「게니우스」를 사용하면 언제라도 「투영 세계」로부터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출발하는 경우, 기술적 한계로 인해,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시공의 창」이 열려 있을 때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가장 가까운 시기의 「창」은 그린란드 국립공원 1054호, 2월 29일 11시 15분부터 12시 15분 사이에 나타나 약 100초간 지속될 것이다. 이 현상은 금성의 일면통과 현상보다 드물기에——다음 「창」이 열리려면 아마 몇 세기를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역자주:

금성의 일면통과 현상, 금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위치하여 금성이 태양 위로 지나가는 검은 점처럼 보이는 천문 현상이다. 243년의 큰 주기를 가져, 8년 간격으로 두 번 일면통과가 일어난 후, 121.5년, 105.5년 간격을 두고 발생한다. 21세기 첫 번째 일면통과는 2004년 6월 8일, 두 번째 일면통과는 2012년 6월 6일에 일어났으며, 다음 일면 통과는 121.5년 후인 2117년 12월 10일~11일에 일어나게 된다.

——어떤가, 해 볼 마음이 생겼나?
……정리하자면, 이렇게 된 거랍니다. 저희의 임무는 「에테르 앵커 포인트」를 찾는 것——이 존재에 대해, 여러분들은 무언가 단서가 될만한 걸 알고 계시나요? 난 모르겠구먼……내 늙은 머리론 오리무중이나 다름 없네, 하하하하. ……철가면, 네가 말한 거랑 좀 비슷하지 않아? 다중우주인가 뭔가. ……그럴지도요. 어쨌든……그들의 「주교」는 확실히 뭔가를 아는 듯합니다. 그럼……「양자의 바다」 속에서 기본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해 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