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일행이 「장례식」에서 돌아왔을 때, 「칼레도니아호」의 선원들은 라일라 갑판장의 지시에 따라 상륙 지점에 임시 연단을 세워두고 있었다. 붉은 머리의 선장은 부하들을 불러 모아, 곧 연설을 시작할 듯했다. 흠흠. 모두 알고 있겠지만, 여러분의 선장은 허세 가득한 연설은 즐기지 않습니다. 물론, 이야기 속의 어떤 인물은 세 치 혀만으로 안토니우스로 하여금 카이사르의 원수를 갚도록 만들지만—— ——하지만, 그 영광스러운 독재자나 암살자들에 비하면, 그녀는 그저 역사에서 악의 축에 속한 광대에 불과할 뿐이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선장은 먼저 분명히 말해 두려 합니다. 우리의 현재 목적지는 유카탄 반도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를 완성시키려 보석을, 아니 그 부품을 찾으려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선장은 이 여정 중에 그대들을 부자로 만들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신 대륙, 평범한 이들은 올 엄두조차 못 낼 이곳이라면, 모두를 부자로 만들 기회는 충분히 넘치겠죠. ……그리고, 오늘, 정겨웠던 옛 대륙을 떠나는 이때—— ——그대들의 선장으로서, 모두에게 숨김없이 분명하게 알려줘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 왜 우리가 이 전례 없는 장거리 항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대서양만 가로지를 게 아니라, 태평양까지 가로질러, 4개 혹은 5개의 대륙에 우리의 발자취를 남기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일에는 돈과 명예를 아득히 뛰어넘는 커다란 목적이 있죠. 다들 알다시피, 선장은 그대들이 단지 「칼레도니아호」의 해적일뿐만 아니라, 「국왕극단」의 배우임을 항상 강조해왔습니다. ——여러분, 이건 선장이 예전 직업을 그리워해서, 혹은 그대들에게 연기를 익히게 해 언젠가 무대에 내보내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 선장이 하고 싶은 말은, 이 세계라는 커다란 무대에서, 여러분 하나하나가 각자의 멋진 삶을 연출하고 있는 최고의 배우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해적입니다. 해적의 가치는 간단하죠, 한 단어로 말하자면, 「자유」. 이 넓은 바다 위, 우리를 구속할 법이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모든 걸 빼앗고, 모든 걸 나누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날도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그건 우리의 목에 감긴 올가미가, 시시각각 우리의 목을 조여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올가미에, 이미 수많은 이국의 수호신들이 죽어갔습니다. 죽은 그들의 이름은 바로—— 잉글랜드, 스코트랜드, 아일랜드, 프랑스, 네덜란드, 도이치, 스칸디나비아, 폴란드, 보헤미아, 헝가리, 왈라키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알바니아, 그리스, 이탈리, 그리고 이베리아.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들 이들이 하나의 이름으로도 불려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유로파」. 오래전, 크고 작은 신들의 보호 아래, 유로파의 사람들은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평화롭게 살아갔습니다. 그곳은 우리에게 있어 진정한 도원향, 이른바 황금의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지중해를 지나갈 때, 항상 보아왔을 겁니다——높은 벽 너머의 광활한 황무지,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도 없고, 그 누구도 거주할 수 없는 그곳. 그리고 이 비극의 시작은 한 전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가을 어느 날, 암스테르담에 황제가 상륙했다.」 지금은 그 「황제」가 누구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자의 통치 방법이 이전의 왕, 시장, 그리고 사제들과는 현저히 달랐다는 겁니다. 노인은 말했습니다. 「이국의 황제는 수하들을 데리고 길거리에서 위용을 과시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지.」 「그를 본 사람 중 절반이 자신도 모르게 처음부터 황제의 하수인으로 태어났기라도 한 마냥 그를 따르기 시작했어.」 「황제의 수하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잠을 자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황제를 둘러싸곤, 알 수 없는 언어로 노래를 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어.」 「그런 식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대륙 중심에 있는 고대 도시의 폐허에 이르렀지.」 「여기서 황제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해. 하지만 폐허가 갑자기 에너지로 충만해지더니, 거울 같은 벽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어.」 「그 벽은 마치 온 세상의 모든 불꽃과 번개를 담고 있는듯하였어. 모든 사람, 동물 그리고 식물들은 그것에 닿자마자 하얀 먼지가 되어 증발하듯 날아가 버렸지.」 ——그대들의 선조들 때 일어난 일입니다. 한 세기 후, 이 파괴 불가능한 벽은 이미 대륙 전체를 집어삼키고 말았죠—— ——특히 5년 전, 지브롤터까지 완전히 삼켜졌다는 참담한 소식을 다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다음 우리에게 어떤 불운이 닥칠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 모든 것을 부숴버리려 하는 재해에 맞서 싸워, 그 「황제」의 손아귀에서 우리의 세계를 되찾아야만 합니다. 모두들! 이 세계를 훔쳐냅시다! 해적으로서, 이보다 더한 목표가 어디 있을까요? 시간이 흘러 우리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우리의 자손들은 이 모험을 그 무엇보다도 부러워할 겁니다! ……모두들, 그대의 선장은 언제나 가볍고 생각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준비도 없이 전쟁을 치르지는 않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무기를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가 우리들의 눈앞에 있습니다! 나오세요, 철가면 뒤로 모습을 숨긴 여행자이자, 다른 세계에서 온 학자! 지난 30년간의 차원을 넘나드는 전설과도 같은 경험을 모두에게 얘기해 주세요! 선장이 가리킨 방향에서, 「철가면」은 처음으로 맨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성검 듀란달도 이에 호응해, 무기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들 안녕하시냐는 것이에요. 제 이름은 에르빈·레아나·슈뢰딩거라는 것이에요. 모종의 이유로 진짜 신분을 숨긴 점, 사과드린다는 것이에요. 어쨌든, 선장의 부탁도 있으니, 이번 기회에 얘기해 드리려 한다는 것이에요.
대부분의 여러분들과는 달리, 저는 제 의지로 제가 살았던 세계, 우주를 떠났다는 것이에요. 네, 최근에 합류한 두 발키리들과 비슷하다는 것이에요. 더 자세히 말하면, 그들과 저는 같은 세계에서 왔고, 저 역시 그들과 같은 조직에서 일해 왔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그것도 이미 수십 년 전의 얘기라는 것이에요. 그때, 저는 어떤 위기 상황에 휩쓸렸다는 것이에요. 그때, 일련의 사고로 인해, 물질적 실체로서의 「안정성」을 잃고 말았다는 것이에요. 허수 에너지가 폭주해, 입자 단일성을 잃어버리는—— 그 세계의 사람들은 이 보기 드문 현상을 이렇게 불렀다는 것이에요. 「양자화」. 실체가 사라지고, 의식이 흐려지며, 결국 「양자의 바다」 밑바닥까지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아무런 에너지도 거의 남지 않은 세계의 틈 사이에 갇혀버리게 되는…… ……원래대로라면 그런 결말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천천히 심연 아래로 가라앉던 중, 천만다행으로 우연히 이 성검이 손에 닿았다는 것이에요. 당시, 이것은 그저 영혼을 잃은 금속 덩어리에 불과했고, 저 역시 실체 없이 떠도는 유령에 불과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 검을 통해 제 존재를 안정시킬 수 있었고, 그 검 역시 저를 통해 원래의 힘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에요. 결국, 우리는 심연에서 「도약」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모으는데 성공했다는 것이에요. 그러나, 그 시점에선 이미 우리는 원래의 세계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었고—— ——심연 위에 우리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표식」도 남겨두지 못한지라, 「어디로」 도약할지 장소를 특정하는 건 불가능했다는 것이에요. ……그 결과는 지금 보시는 바와 같다는 것이에요. 우린 불안정한 상태로 「이 세계」에 이르렀다는 것이에요. 저는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이 왜곡된 세계에, 이 검만이 해낼 수 있는 임무가 있다고 확신한다는 것이에요—— ——바로 우리를 위협하는 저 재앙의 벽을 무너뜨리는 임무. ……선장, 잠깐 「아프리카의 별」을 빌려도 되냐는 것이에요.

주:

「아프리카의 별」은 Cullinan Diamond의 별칭입니다. 인간이 찾아낸 가장 큰 다이아몬드로 3106 캐럿이다(약 621 그램).

대영제국 정부가 1907년에 다이아몬드를 얻은 후, 세공인이 9개의 큰 조각(그리고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잘라 추가로 가공하였고, 그중 가장 큰 부분(530.2캐럿)은 왕의 홀에, 두 번째로 큰 조각(317.4캐럿)은 왕관 앞쪽에 사용되고 있다.

어? 너 설마 이걸로…… 칼을 시험해 보려는 거야? ……딱히 내다 팔 생각도 없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에요? …… …………그래, 아무리 좋은 원석이라도 결국은 잘라야 가치가 있으니. 예쁘게 잘라주는 거지? 10분 후, 가지처럼 큰 다이아몬드 원석이 선장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울 정도의 크기였지만, 그것의 거칠고 흐릿한 표면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저 유리 조각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를 직접 만져본 이들은, 손의 체온이 금새 녹아들어가는 특이한 질감에, 이것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순수한」 결정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모두가 이 다이아몬드에 주목하는 동안, 슈뢰딩거 박사는 암초 한가운데에 성검을 가볍게 찔러 넣었다. 칼자루를 감싸고 있는 그녀의 오른손은 보라색 빛을 내뿜으며, 마치 이 이상한 무기에 에너지를 주입하는 것처럼 보였다.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에요.」 박사는 평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왼손을 뒤로 뻗었다. 「다이아몬드를 건네달란 것이에요.」 그녀는 이 보물을 가볍게 손에 쥔 채, 마치 대패로 나무를 밀어내는 목수처럼, 혹은 찰흙을 다루는 도공처럼—— ——바위에 꽂힌 성검의 옆면에 원석을 대며, 천천히, 그리고 흔들림 없이, 빵에 버터를 바르듯, 쓸어나갔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박사가 다시 보석을 들어 올리니, 매끄럽고 빛나는, 마치 「버터가 발린듯한」, 결정 단면이 눈에 들어왔다. 선원 모두가 숨이 막힐 듯한 놀라움에 취해있는 사이, 박사는 감자 껍질을 벗기듯, 담담히 보석을 뒤집거나 돌려가며, 표면에 남아있는 흠집들을 없애갔다. 작업이 끝난 후, 그녀는 가공된 보석을 조용히 선장에게 돌려주었다. 「보석 세공은 제 전문이 아니라, 크기를 최대한으로 보존하는 게 최선이었다는 것이에요.」 「……가치가 떨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에요.」 박사가 무표정으로 암초에 박힌 성검을 뽑으니, 검의 표면이 뿜어내는 광채가 사라졌다. 그녀는 저절로 갈라지는 인파를 지나, 눈송이처럼 부서지는 파도를 건너, 다시 연단으로 돌아갔다. 우와, 슈뢰딩거 박사, 방금 연출은 정말 환상적이었어! 「아프리카의 별」을 반으로 쪼개버릴까 봐 무지 걱정했는데! 아, 나중에 책임만 안 물으시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에요. ……그나저나, 거기 두 발키리 분——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에요. 털어놓고 솔직하게 말해보는 건 어떻냐는 것이에요. …… 그…… 다, 당신이 그 유명한, 「죽었으면서도 살아있는」 「슈뢰딩거」에요? ……네? ……아마 비앙카 님은 「죽었으면서도 살아있는 고양이」를 말하려는 것 같아요. ……아, 그거. 왜 하필, 저를 보고 떠올리는 게, 그런 지루한 사고 실험 따위냐는 것이에요. ……네? 지, 지루해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굉장히 유명한 비유 아닌가요? 뭐라고 해야 할지…… 그건 그저 「고의적인 오류」에 바탕을 둔 엉터리로 만든 모순에 불과하다는 것이에요. 휴우. 그게 왜 유명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 ………… 됐다는 것이에요. 지금은 과거의 얘기 같은 걸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과거의 일은 마음대로 해석하라는 것이에요. 지금 정말로 중요한 건 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에요. (……) ……단지 몇 가지 의심되는 게 있지만, 아무래도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것이에요. ……? 저는 우리가 있는 이 「세계의 거품」에 수명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에요——「정규적인」 세계의 수명보다 훨씬 짧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가능한 한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 「벽」의 주인이 바깥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어쩌면 바깥세상은 전혀 존재가치가 없다고 여길 거라 생각되는 것이에요. 그건…… 물론, 이건 그냥 직감적인 추측 불과한다는 것이에요——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이에 반하는 증거도 아직 없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어쩌면 「벽」 안의 사람은 밖으로 오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에요. ……하하하하!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는 그만두고, 바깥 날씨나 신경 쓰는 건 어때? 날씨? 폭풍이라도 오는 거야? 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내 말은, 이번 항해의 목적지가 열대 지방이라는 거야. 거기서도 지금처럼 이중 삼중으로 껴입고 있을 생각은 아니지? 하지만 안심하시라, 너희들의 선장이 이미 너희를 위해 준비한 게 있으니—— ——와서 다 같이 좀 입어봐! ……? 자, 잠깐, 왜 갑자기 멋대로 옷을 떠넘기는 거야? 꼭 여기서 갈아입어야 돼? 그리고, 이 옷들—— 뭐가 문제야? 남자들만 못 들어오게 하면 되잖아? …… 비앙카님, 걱정 마시길. 제가 몸을 가리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리타!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저기…… 이거 상의 사이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어라? 이 스타일은 확실히 비앙카 님에게 잘 어울립니다만…… ……리타한테 하는 말이 아냐. 거기 너! 왜 네 옷은 갈아입기 전이랑 별 차이가 없는 건데! 나? 난 선장이니까, 내 모습이 너무 바뀌어버린다면, 선원들이 어색해하지 않겠어? 아, 선내가 너무 더울 땐, 수영복만 입고 있어도 돼. ……야! 미리 말해두지만, 전 예외라는 것이에요. 무슨 말이야, 박사, 넌 어차피 체온을 조절할 필요도 없잖아. ——어쨌든, 모처럼 몸매도 좋은데 조금 뽐내는 게 좋지 않아? 「발키리」니까, 예쁘고 귀여운 옷을 입는 게 맞지 않겠어? 너, 너 지금 뭘 잘못 알고 있어! 대체 발키리가 뭔 줄 아냐고——아! 리타! 으, 읍…… 음, 사이즈는 문제없네요. 그럼 이제 스커트를…… 우와, 정말 핏이 딱인데! ……그, 그, 그래? 네, 특히 리본 부분이 정말 귀엽네요, 그렇지 않나요? …… 좋아, 다들 만족하는 듯하니, 이제 「생중계」를 시작해 볼까? ……새, 새, 생중계!? ……아마 무선 영상 통신을 말하려는 것이에요. 요전에 그녀가 칼레도니아호와 알렉산드리아 항구 간의 통신 채널의 준비를 제게 부탁했다는 것이에요. ——이렇게. 치——치——직—— 이건…… 슈뢰딩거 박사님? 다들 벌써 대서양에 있는 거예요? 그렇다는 것이에요. 셸리 회장은 바쁘다는 것이에요? 음, 서재에 계세요. 바꿔드릴까요? 아냐, 중요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지미나 불러줘—— ——지미에게 누구 옷이 가장 귀여운지 물어보자. ……야! ……풋.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미! 선장님이 부르셔요!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13세기 어느 날, 트로이 외각의 아이다 산에, 하늘의 여왕 헤라, 지혜의 여신 아테나,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글이 새겨진 황금 사과를 파리스 왕자에게 건넸습니다. 「멋진 지미·파리스 왕자님, 이 크고, 화려한, 진귀한 사과에 걸맞은 이는 우리들 중 누구인가요?」 「나는 헤라·셰익스피어, 만약 내게 황금 사과를 준다면, 널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로 만들어주지.」 「파리스 님, 저는 아프로디테·로즈와이즈에요. 만약 제게 황금 사과를 주신다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동안 떨어지지 않도록 축복을 내려드리겠어요.」 「흥, 멍청한 녀석, 얼른 황금 사과를 나 아테나·아타지나에게 넘겨! 그럼 최신 무기와 전투 기술을 줘서, 널 무적의 영웅으로 만들어줄게!」 ——에헴, 위의 얘기는 그냥 해 본 소리야. 애초에 바깥 세계는 겨우 2012년 3월 5일밖에 안됐고——양자의 바닷속의 어느 거품 우주에서도, 이 여신들이 질투심에 서로 싸운 경우는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별들이 움직이며 다시 태양이 바다 위로 떠오를 때, 칼레도니아호의 선원들은 다른 이의 목숨이 걸린 분쟁에 휘말리게 되지. 다음날, 유카탄 하얍 12.19.19.17.18, 2-수석——

주:

정확히 말하면, 앞의 날짜(12.19.19.17.18)가 하얍이고, 뒤의 날짜 (2-수석)은 「촐킨력」(음력과 비슷하게 260일을 1년으로 하는 달력)이다.

마야의 달력은 일련 단위의 숫자를 사용해 날짜와 연도를 나타내었고, 대부분 20이 기준이다. 날짜의 단위는 킨(k'in)으로 시작하여, 20킨은 1위날(uinal/winal), 18위날은 1툰(tun, 360일, 약 1년), 20툰은 1카툰(ka'tun, 약 19.7년), 20카툰은 1박툰(bak'tun, 약 394.3년)이다. 「박툰」 보다 높은 단위들은 거의 쓰이지 않았는데, 픽툰(Pictun, 약 7885년), 칼랍툰(Kalabtun, 약 157703년), 킨칠툰(K'inchiltun, 약 3154069년), 그리고 알라우툰(Alautun, 약 63081377년)이 있다.

ps. 우리 세계에서, 2012년 12월 21일은 하얍으로는 13.0.0.0.0이다. (이런 식으로, 해당 날짜는 소위 「종말의 날」이라 불리게 되었다).

최후 통첩을 하러 왔다. 만약 교화를 여전히 거부하고, 그 야만적인 방식으로 「새 시대」의 도래를 축하하려 한다면—— 신성한 축일 휴전을 깨고, 폭력을 사용해서 강제로라도 너희들이 진보된 문화를 받아들이게 만들 수밖에 없다. 흥. 연방의 요사스러운 것들, 네 녀석들에게 신앙 따윈 없는 모양이구나! 그 「신성한 축일 휴전」은 너희 선조로부터 대대로 내려온 건데 벌써 잊어버린 것인가? 무례하다! 대사제님의 사상을 이해도 못 하는 야만인 녀석들, 어딜 감히——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다. 이미 결심을 내린듯하니, 우리도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너희들의 야만적인 풍습에 금성의 저주가 영원히 내릴지니! 잠깐, 전쟁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할머니, 연방 장군님! ……응? ……아둔한 것.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는데, 겨우 말 몇 마디로 이들을 돌려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냐? 흥. ……누구냐? 후후, 말해도 모를 텐데—— ——난 폭력으로 폭력을 막는 게 전문인 발키리예요! 그리고 나의 선장이, 당신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에헴. 웃으면 복이 온다라는 속담이 있지요——그러니까 다들 화 좀 가라앉히세요. 하늘의 뜻에 따라 지금 여기에 막 상륙했는데—— ——양쪽 모두 제 체면을 봐서, 병사를 물리고 휴전하는 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