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밑, 로켓 연구 센터—— 좋다는 것이에요. 이제 그 비밀 원격 서버가 완전히 통제하에 들어왔다는 것이에요. 더 이상 로봇들이 해킹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셸리 회장, 당신에겐 이 도시의 어떤 역사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에요. 「잊혀진」 역사에 대해. …… 「파우스트 박사」는 누구냐는 것이에요? 서버에 있던 로그에 따르면, 당신을 아는듯했다는 것이에요. ……그는 오래전 연구 동료였다. 18년 전, 인간의 뇌를 활용한 컴퓨터를 만들려다 도시에서 추방당했지. ……그렇군요. 진정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것이에요. 비록 이 서버는 「파우스트 박사」에 의해 만들어졌지만——세상을 떠난 이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에요. ……세상을 떠났다, 라는 것이군. 네. 약 이틀 전이었다는 것이에요. 사인은 「과로사」로 보인다는 것이에요. …… 그가 죽기 전, 로봇 해킹 프로그램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 것이에요. …… 도서관에서 지미를 납치한 건 파우스트의 부하들이었다는 것이에요. 파우스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서버를 유지할 능력이 부족했기에, 그들은 급한 대로 지미를 비롯한 세 명의 학자들을 납치했다는 것이에요. ——물론, 유괴 사건을 쫓던 동료들이, 지금쯤이면 파우스트의 기지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을 거라는 것이에요. ……별문제 없을 거라는 것이에요. 지미와 그 서버 이외에 그 기지에 남아있는 생존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에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뭐?! 지미——그 녀석한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거야?! 기지에 유독 가스로 인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에요. 다행스럽게, 지미는 서버에게 구조되었고, 현재의 건강 상태도 정상이라는 것이에요. ……서버에게 구조되었다고? 무슨 의미야? 선장, 지금 당신이 들은 말 그대로라는 것이에요. 파우스트는 사람의 뇌를 사용한 컴퓨터를 만드는 데 집착했고——그 결과, 자아를 가진 서버를 만들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기계에 저장된 기록에 따르면—— ——그 서버는 귀여운 모습의 인간형 단말 인터페이스를 가져, 스스로를 「앨리스」라 부르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 아하하하! 잠깐만, 지미 녀석…… 설마 반해버린 거 아냐?! 귀여운 기계 인형이랑, 한 방에 단둘이서, 게다가 생명의 은인이라니—— 아하하하하하! ……흠흠. 여하튼, 객관적으로 보면, 그 기계는 도시의 질서를 해치려 한 테러리스트라는 것이에요. 그리고 방금 전에 언급한 가스 유입 사고에서도, 그녀는 인질들과 파우스트의 조수들이 죽어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그녀는 상대편이 먼저 「개인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하지만——이건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에요. 셸리 회장? 물론이야. 이곳의 법에 따르면, 아무리 가벼운 형벌을 내려도 10년 이상의 의무 노동과 거주지 감시가 될 것이에요. 게다가 그녀는 기계라는 특수한 신분을 가지고 있으니, 상황이 더 복잡해지겠네요. ……아니, 「기계」라는 정체에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요? 무슨 얘기죠? 방금 다들 「앨리스」가 인간의 뇌로 만들어졌을 거라 했잖아요? 그럼, 「인간의 뇌」가 그것의 근원 아닌가요? 적어도 현행법상으로 보면, 「앨리스」는 여전히 「여러 개의 근원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죠, 안 그래요? 그건…… 정말 억지스러운 해석이군요. 그래서요? 그러면 평범한 사람의 사건처럼 재판을 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힌 죄, 독가스 유입 사건에 대한 죄에 대한 판결을요. 게다가, 상대는 기계니까, 증거도 명백하겠죠——안 그래, 슈뢰딩거 선생? 그렇다는 것이에요. 현재 저희가 관리자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그 서버의 모든 기록과 기억, 심지어 현재의 감정까지도 모두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들으셨죠? 그리고 딱히 놀랄 것도 없겠지만…… 아마 그 기계에 쓰인 뇌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된 외지인들이겠죠? 그런 면에서 보면, 종합해서, 「앨리스」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하겠네요? 만약 배심원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을까 걱정이라면, 이런 방향으로 설명해도 되지 않을까요? …… 뭔가 원하는 게 있나 본데, 셰익스피어? 그냥 본론부터 말하는 건 어때? 어라. 하하하하, 들켰네요. ……그럼 솔직하게 얘기하죠, 언젠가 때가 되면 「지혜의 결정」을 저희에게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바다에 있는 「벽」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에요. 비앙카·아타지나는 자갈길을 지나는 트럭의 적재함으로부터 전해지는 요동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침의 자유 시간 파트너로 정해졌던 지미·와트도,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비앙카는 지미의 말주변이 별로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해결된 방법이, 그녀에게 있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기지의 깊은 곳에서, 어쩔 줄을 모르는 소년소녀 한 쌍을 발견했다. 지미라는 소년과, 앨리스라는 소녀. 지미는 그 기지에 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비앙카 등의 동료들과 재회하고 나서도, 그 녀석의 얼굴에는 자유를 되찾은 기쁨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녀석은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 없이 비앙카에게 팩스로 날아온 종이를 건넸다. 그것은 「도시관리협회 회장」의 서명이 있는 문서로, 그들이 어떻게 지상 작전 팀보다 먼저 기지를 장악했는지에 대한 설명과, 현장과 거기서 발견된 소녀에 대한 의견들이 덧붙여져 있었다. 소녀는 지미에게 있어선 생명의 은인이지만, 사람들을 죽는 걸 보고도 방치한 범죄 용의자이기도 하다. 또한 객관적으로 보면 도시에 일어난 소동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 있어 그녀 자신은 무고한 듯 보이지만. ……또한, 그녀는 컴퓨터다. 이렇게 생각하니, 눈앞의 지미의 태도는 매우 이상해 보였다. ……너무나도 이상해서, 비앙카조차도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정도였다. 동료들과 재회하고 나서도, 「앨리스의 일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녀를 점검하는 건 결국 누가 되느냐」 같은 질문만을 할 뿐이었다. ……어쩌면 공돌이라는 건, 이런 괴팍한 사람들이나 하는 직업이려나? 설마—— 설마, 인형한테, 아니 컴퓨터한테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건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비앙카는 힘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에게 있어, 이런 이상한 관계의 두 녀석들을 부러워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렇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불가능했다. 3일 후—— 쳇. 낚시도 다했는데, 이 재판——아직도 안 끝났네? 음…… 아무래도 배심원들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구나. 아무래도 심리 대상이 인간의 뇌로 만들어진 「컴퓨터」다보니—— ——흠, 솔직히 나 같은 늙은이에겐,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해하기 버겁구나. ……그런가요. 전 이상한 걸 많이 봐와서, 점점 더 무뎌지더라고요. 하지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어요. 할아버지도 충분히 빠르게 받아들이고 계시니까요. 그 얄미운 셸리가, 「오직 도시의 시민만이 재판에 방청할 수 있다」라며, 저희를 쫓아내지만 않았다면! 음, 그나저나 리타는 어떻게 남아 있을 수 있던 거지? 하하, 리타 양은 나가서 증언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 증인은 「시민」이나 「비시민」으로 나뉘지 않으니까. ……윽, 할아버지한테 앞에서 투덜거릴 생각은 없었는데. 댕——댕——댕—— 앗. 드디어 재판이 끝난 건가? ……오, 오래 기다리셨어요! 파, 판결이 「유죄」가 나왔을 땐 정말 놀랐어요——하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네요. 그렇지, 앨리스? 네! ……아, 아니, 제말은…… 정말 송구스럽네요. 배심원분들이 그렇게 너그럽게 봐주실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자, 그래서 판결 결과는 어떻게 됐어? 거주지 감시 10년, 의무 노동 20년, 시스템 관리 권한은 50년간 압류될 것이에요. 하지만 사생활은 보장될 것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처벌의 감독관이 바로 우리 지미 씨라는 것이에요. …… 참나. 너네 둘한테는 진짜 싸게 먹힌 거네, 안 그래? 죄송해요. 제가 생각해도 처벌이 너무 가볍—— ——저, 저기, 앨리스, 비앙카가 한 말을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리타 씨와는 다르게, 비앙카는 농담을 좋아하니까. ——그, 그렇죠? …… 그래, 그래, 그냥 그런 거라고 해. …… 요 녀석, 며칠 안 보였다고, 아주 그냥—— ——간땡이가 부었잖아! 엉? ……그래서, 너랑, 그리고 그 독일 장교는, 이 도시에 남는다고? ……네, 이, 이민 수속도, 실은 어제 다 끝났어요. 애, 애초에 저는 다른 사람이 「앨리스를 감시하는 게」 불편해서…… 그, 그래서, 재판 전에 쓸모 있을만한 신청서는 다 넣어봤거든요. 그리고, 만프레드 씨는 줄곧 자신의 비행기를 고칠 생각을 하셨는데——그런 일엔, 앨리스랑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서요. 쳇, 뭔가 「흑막」의 냄새가 나는데? 그 셸리가 너흴 뒤에서 도와준 거지? ……아하하, 아하하하. 그러고 보니, 앨리스가 어떤 의무 노동을 하는지 아세요? 응? 뭔데? 「막노동」은 아닐 거 아냐? 셸리 회장의 말로는, 원래 설계자의 의도대로, 앨리스를 크게 조정하는 일 없이, 많은 로봇을 제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해요. 이런 종류의 작업은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해서, 앨리스의 인격을 유지하는데도 딱히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회장이 「지혜의 결정」을 셰익스피어 선장과 당신에게 돌려주고 싶어서예요. 다들 알고 있죠? 셸리 회장의 그 「보석」이, 실은 보검 「듀란달」에 박혀있던 「지혜의 결정」이었다는걸요. 응. 이미 그 「보석」을 선장에게 보냈다는 건 들었어.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같지만. ……근데 그게 왜? 그, 그게…… 보석을 넘기면 도시를 지탱하던 「강력한 인공지능」을 잃게 되니, 앨리스의 능력이 절실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무, 물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압박이 엄청났어요. 결국 셸리 회장 스스로도 며칠 뒤의 임시 총회에서 책임을 떠안고 사퇴할 계획이래요. 하지만 폭풍은 일시적이겠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셸리 회장은 자기가 한가할 때 저와 함께 앨리스를 업그레이드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앨리스가 모두에게 있어 미래에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요. ……당연히, 앨리스도 이걸 바라고요. 물론 여론 문제 때문에, 로봇이 활용되는 분야는 앞으로 몇 년간은 크게 제한될 거지만요—— 하지만, 로봇 사용을 완전히 그만두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정말 바뀌어야 하는 건 우리들이겠죠. 법원에서 탈레스 소장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 사회의 질서는 우리 인간들에 의해 정해졌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로봇, 그리고 기타 지적 객체가——」 「——이 사회에 자신의 자리를 찾게 해줄 의무가 있다.」라고. 아, 선장님이 오셨네요. 어때, 비앙카, 우리 조그만 공돌이가 갑자기 다 자란 거 같지 않아? 쳇, 다 자랐기는 무슨, 예전보다 더 애처럼 변했는데. …… ……이런 말이 있지. 성장은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이라고. 그가 앨리스와 함께 안팎으로 성장해나간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닐까? …… 뭐, 뭐야, 이 친한척하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또 뭔 프랑켄슈타인 서버짓이야? ……아, 슬프구나. 단지 외양이 바뀌었을 뿐인데, 이 아가씨들은 내가 누군지 알아보질 못하네. …… 그래서 누군데? 정말 귀찮게 하네, 나는 나라고—— 이제 겨우 몸과 눈을 되찾고, 너희들과 나머지 보석들의 행방을 찾으려 하는—— ——바로 너희들이 「듀란달」이라고 부르는 그 검이라고. 혹시 이름이 너무 길다면, 「란달」이라 불러도 좋아, 응응. ……뭐?! 이건 거짓이 아닙니다. 「지혜의 결정」은 강력한 인공지능입니다——바꿔 말하면, 독립된 자아를 가지고 있죠. 그것의 인식에서 보면, 검 「듀란달」은 그것의 몸, 그리고 보석은 그것의 뇌가 되겠네요. ——내가 보석을 칼에 끼우니까, 갑자기 작동하기 시작하더라고…… 이게 「혼강」이란 거야? 스스로 이렇게 변하다니. …… 셰익스피어 선장, 너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뇨, 이번에 셰익스피어 님은 결백하다고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 다만…… ……다만 뭐? 란달 님, 당신이 스스로 혼강을 다뤄 형태를 바꿀 수 있다면—— 응? 「란달 님」? 나쁘지 않은 호칭인데? 헤헤. 그럼…… 당신은 이른바 「성유물」——전 문명의 제식 무기는 아닌가 보네요? ……전 문명? 저번에 너희들이 말한—— 쉿. 입 좀 다물어봐. 음…… 당연하지. 내가 「제식 무기」 따위 일리가 없잖아. ——엄밀하게 말해서, 나는 원래 너희 인간들이랑 딱히 관계가 없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