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꿈꾸는 일 없이 편안한 잠을 잤다. 질 좋은 수면. 이른 아침의 공기는 바닷가 특유의 소금기를 띠고 있다. 습기로 얼룩진 이불을 기세 좋게 몸 위로 다시 덮었다. 커튼의 뒤로부터, 창틀의 네모 모양을 따라 빛이 비치고 있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다. 짐을 정리하고 차로 런던에 도착할 무렵이면, 에이다의 암호 해독 결과도 나와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쩐지 묘하게 마음이 술렁거린다. 왠지 모르게,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운명에 큰 변화가 일어날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예전부터 스스로 마주하길 피했던 것. 때가 오면 그때 생각하면 되겠지라며 자신을 타이르고, 그걸 핑계로 사고를 그만두었던 것. ……이 런던이라는 도시에서의 삶이, 그만큼이나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같은 지붕 아래에 함께 지내온 사람들끼리, 서로 상대의 존재가 당연하게 되어 버렸을 뿐이다. 웰트 역시도,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의 일원이었던 것처럼 느끼고 있다. 이렇게 조용한 나날이, 계속 이어진다면 좋을텐데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주:

『미국 독립 선언』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전체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된다.」

주:

『공산당 선언』

전문은 「계급과 계급 대립으로 얼룩진 낡은 부르주아 사회 대신에, 하나의 연합체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는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전체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된다.」

그리고, 천명같은 군사 조직은, 생명에 관한 권리 이외의 것들은 간단하게 짓밟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생사를 가르는 상황과 마주하기 때문에, 천명에 있는 이상 분명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하지만, 오로지 그 하나의 권리만 추구하게 되면, 종종 그 권리 자체에 위해를 가하는 모순적인 일이 일어난다. 만약 군사 조직의 근본이 되는 「원칙」이 이러한 자가당착을 불러오게 된다면—— ——과거에, 스스로 멸망을 초래한 적들과 마찬가지로, 그 조직 또한 서서히 비열하게 변모해 갈 것이다. 설령, 그 리더가 조지 3세, 나폴레옹 1세처럼 문무에 뛰어나든, 또는 찰스 1세나 루이 16세처럼 무능한 얼간이든.
그 사람, 「H.A」는 영상 속에서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그녀는, 천명 기관의 이념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천명」이 역사 속에서 멸망해버린 무수한 제국들처럼—— 소수의 인간에 의한 욕망이 모여 형성된, 기형적인 조직이란 게 증명된다면……. 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반대되는 위치에 서야만 한다. 하지만……. 그 천명에 대항하는 쪽은 사사로운 원한을 전혀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복수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엔진 같은 존재다. 프린세스 낸시……. 아니. 햄릿. 처음에 제너럴 메카트로닉스 「GME」의 CEO와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에게 이러한 인상을 남겼다. 낸시 토마스 에디슨. 진정한, 현실판 햄릿. 감정이나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세세한 면에서 보면, 그녀는 무리해서라도 정을 떨쳐 버리고, 객관적인 이득과 손해만을 생각하며 무엇을 쓰고 무엇을 버릴지를 냉정하게 선택한다. 자신의 가족을 위해, 혹은 인류 전체를 위해, 자신의 손으로 붕괴에게 복수한다. 그걸 위해 그녀는, 어떠한 「방해물」이라도 제거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조금도 쉴 생각이 없다. 자기 자신, 자신의 회사, 자신이 사는 나라, 천명이라는 조직……그녀에게 있어서는 모두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한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그런 인생, 뭐가 재미있는 거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녀 스스로가 소원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주위의 사람들과 비교해 봐도 정말 이질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테슬라는 감정적인 녀석이지만……그녀와는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 그녀에 비하면, 훨씬 알기 쉽지. ……. 좀 더 자자. 오늘은 긴 하루가 될지도 모르니까. 똑똑……똑똑……. 으~응……지금, 몇 시……누구야, 노크하는 건……. 둥지 머리……보러 갔다와……. ……. ……응? 뭐야, 벌써 일어나서 어딘가로 가버렸네……. 80 넘은 할머니도 아니면서, 이렇게 일찍 일어나 뭐 하는 거야……. 똑똑……똑똑……. 시끄러워! 지금 일어났다고, 멍청아! 좋은 아침, 테슬라 박사. ……. ……너, 누구? 시간을 조금 거슬러, 그날 이른 시간—— (……웰트 님, 잠깐만요.) ……누구? 저입니다. 리타에요. 오, 오너 씨? 복도에서는 좀. 이쪽으로 와주시길.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하지만……. 무……무슨 일이죠? 클리닝 맡기셨던 옷 말입니다만, 건조가 늦어져서……. 이곳은 한 번 정전이 되면 반나절 정도 계속됩니다……. 그러니, 내일 돌아가실 때, 그 옷으로 갈아입으실 필요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어……. 하, 하지만 따로 갈아입을 옷은 가져오질 않았는데요! 다른 옷도 모래사장에서 더러워졌고——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저의 과실이니, 웰트 님의 옷은 이쪽에서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마침 남성용 양복이 있는데……사이즈가 맞는지 측정해봐도 되겠습니까? 아……좋네요! 역시 딱 맞습니다! 음……뭐랄까……마치 오더 메이드로 재봉된 것 같이, 너무 딱 맞는데요……. 아하하, 저의 스타일 보는 눈은 정확하답니다! ……아, 그렇지. 다른 손님으로부터 웰트 님에게의 선물을 맡았습니다. 다른 손님? 그게……후카 씨였던가? 친구라고 하셨습니다만. 후, 후카? 어, 어째서 그녀가……. ……여기서 열어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어, 어째 화려한 물건이 나왔는데……. ……고추 스프레이? 엇? 여자가 호신용으로 쓰는 스프레이입니다. 얼굴에 「슉」하고 한 번만 뿌려도, 나쁜 사람들에게 매운맛을 보여줄 수 있죠. 안의 압축공기는 몇 번 밖에 못쓰지만, 쉽게 다룰 수 있어서……. 손님에게 있어선, 상당히 실용적인 것이 아닐까요? ……실용적이라니, 언제 쓰라고! ……그리고 이 패키지, 장난감처럼 싸구려인 거 같고, 별로 신용도 안 가는데요! ……애초에, 후카는 왜 내가 이런 스프레이가 필요할 거라 생각한 거야! 앗핫핫핫하! 고추 스프레이래! 다음에, 주교가 찝쩍대면 써버리라고. 주교도 불쌍하네, 자기 관할의 발키리한테 바보 취급이나 당하고! ……아, 맞다. 선물 상자 안에, 잘 보니까 글자가 쓰여있었어—— 「기슭은 멀고, 모래는 평평하네. 해가 저문 돌아가는 길의 저녁놀은 환하구나.」

주:

『남향자 안원사평(南郷子・岸遠沙平)』. 오대십국시대, 후촉(後蜀)의 시인 구양형(歐陽炯)의 작품.

전문은 「기슭은 멀고, 모래는 평평하네. 해가 저문 돌아가는 길의 저녁놀은 환하구나. 공작은 자신의 금빛 푸른 꼬리를 어여삐 여겨, 물을 마주 보네. 사람이 지나가는 걸 알아채도 놀라 일어나지 않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흐~음. 소중히 여기면 되잖아. 뭔가 곤란한 일이 있을 때, 그 시를 읊으면 그녀가 도우러 와 줄지도 몰라. 어……. 크큭, 혹시 테슬라 박사, 질투하는 겁니까. 지, 질투 따위 안 하거든! 왜 내가 질투해야 하는데! 있잖아……. 어, 뭔데? 아ー……그게……. 그 주교 말인데……이대로 놔둬도……괜찮을까? ……못 놔두겠으면, 어떻게 하게? 아니, 뭐……그런다고, 내가 어떻게 한다는 건……. 그래그래, 알겠어. 하여튼, 걱정도 팔자라니까. 까놓고 말해서……. 여차하면 우리 모두가 에디슨 쪽으로 갈아타면 되는 거라고……큰일은 아니야. 어……그녀를 싫어하던 게 아니었어? 응. 싫어. 근데, 그게 어쨌단 건데?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우리가 널 포기할 거라 생각한 거야? 아……아니……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흥, 그럼 더 이상 이러니저러니 하지 말 것. 설령, 이 세계의 끝이 다가와도, 네가 허둥댈 필요는 없어. 게다가, 나는 네가 면전에서 녀석의 콧대를 꺾은 용기를 높이 산다고. 둥지 머리도 그렇지?
시간은 지나, 그 날의 늦은 시간—— 여러분, 혼강의 암호 해독이 끝났습니다. 내용물은 2가지. 문장과 영상입니다. 문장 쪽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괜찮을까요? 언제나처럼, 에이다는 문자를 공중에 직접 투영했다. 그것은 영어였다——

"Follow the Freedom Trail, then visit Lexington in the midnight."

프리덤 트레일을 따라 가라. 그리고, 밤중에 렉싱턴을 방문해라…….

주:

프리덤 트레일은 붉은 벽돌(1951년부터)로 표시된 보도. 보스턴 중심부의 독립전쟁기 사적 16곳을 연결하고 있다.

이건……보스턴 관광지를 가리키는 건가? 정말. 지구 여기저기를 오고 가게 할 작정이려나? ……우선 영상을 보죠.
영상 속에 있던 것은, 역시 그 수상한 인물, H.A였다—— 하지만, 지난 영상 때에 비해, 좀 더 나이를 먹은 것 같았다. 먼저, 암호 해독 축하해. 머나먼 미래의 탐구자들. 너희 시대에 대양을 왕복하는 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네, 어쩌면 간단한 일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생각해 줬으면 해……. 최후의 혼강을 발견한 후, 너희가 그 정보를 써서 무엇을 할 것인지. 내가 전에 말했던 결론, 기억하려나? 천명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법으로는 붕괴에게 이길 수 없다. 물론 이건 나 개인의 견해야……그건 인정하지. 하지만 나는, 이 결론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 물론, 내 생각을 너희한테 억지로 강요할 마음은 없어. 완전하게 같은 생각을 가진 인간 같은 건 없는걸. 이전의 영상에서는 젊은 시절의 나와 만났을 거야. 혈기 왕성하며 악을 미워하고, 잠깐의 여유조차 아까워하는, 그런 느낌이려나. 뭐, 내가 크게 달라졌다는 건 아냐—— 하지만, 은둔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이 세계를 보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거든.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적대시하는 게 아닌, 통찰력을 높이는데 정진한다. 너희도 그랬으면 좋겠어. 너희의 주장이 무엇이든, 나는——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그렇게 당신들이 되어 주기를 바라. 이 세계에서 무엇보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잘못된 판단을 해서, 시간을 헛되게 날려버리는 것. 부디 알아줬으면 좋겠어. 행동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상이야말로 진정으로 향해야 할 곳이니까. 그러니까……. 당신들은 조금 더 고생해서, 고대 문명의 역사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나라에 다시 가줬으면 해. 미합중국으로. 미국은 그런 사람들의 손으로 성립됐어. 그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존중하고……정의를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맞섰어. 아, 슬슬 내 진짜 이름을 가르쳐줘도 좋은 타이밍인가. 나는 하모니(Harmony) 아예트(Ayette). 원래 성은 모티에(Motier). 라파예트 후작, 질베르 뒤 모티에의 자손이지. 아니면, 비즈니스 세계의 별명으로 불러줘도 괜찮아—— 「대부(갓 파더)」라고. 라파예트 후작이라고? 그, 그에게 이런 자손이 있었어? 그 사람, 누구야? 옛날 귀족이야? 야! 라파예트 후작도 몰라? 믿기지가 않네! 윽……그래서 그 후작이 누군데……. 18세에 미국 독립 혁명에 가담했고, 36세에 프랑스 혁명에 참여. 72세에 다시 프랑스 7월 혁명에 참여했다고. 「두 대륙의 영웅」이라 칭해질 정도야. 그런 위대한 인물을 모르는 거야? 아니……그치만 나, 프랑스 사람도 미국 사람도 아닌데……. 얌마, 보스턴 근처만 해도 5개의 도로가 「라파예트 스트리트」라 불리고 있거든——생각 좀 해. ……크흠. 그녀의 선조는 그녀의 선조, 그녀 본인은 그녀 본인. 그런 표면적인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죠. 다만……. 결국, 우리가 뭘 발견하게 될지는, 여전히 모르는 상태네요. 설령, 안다고 해도……. 어쩌면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무르려고 해도 무를 수 없게 될지 몰라요. ……. 테슬라. 웰트. 여기서 손을 떼고, 좀 더 권력이나 지위가 있는 녀석에게 진상을 맡기고 싶나요—— 아니면, 이 「대부」가 애써 오늘까지 숨겨왔던 비밀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내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