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상은 깜짝 놀랐다.
나찰인은 왼손을 들어 황금으로 된 십자가를 보였다.
금색 사슬이 반짝였다. 소상은 돌연 몸에 힘이 빠지며, 내공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건 잠깐뿐이었고,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나찰인의 손을 바라보았고, 그 십자가는 이미 연기처럼 사라져있었다.
나찰인은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켰다.
이소상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s]
나찰인의 얘기를 믿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머리는 이미 여러 단어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소상은 답답해하며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나찰인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시선을 소상쪽으로 향했다.
나찰인은 말을 하다 멈췄다 했다. 이소상이 이해할 수 있게 바꿔 말하는 게 상당히 버거워 보였다.
그 증거로——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전혀 땀 흘리지 않았던 나찰인의 뺨에 큰 땀방울이 여럿 흘러내리고 있었다.
옆의 이소상은 그 궁색한 모습을 보는 걸 상당히 즐기고 있었다.
나찰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소리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나찰인의 시선이 다시 관을 향했다.
이소상은 그의 시선이 신경쓰였다.[\s]
나찰인과 하루 동안 지내다 보니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찰인은 말하면서 웃기도 하지만, 관을 바라볼 땐, 바깥세상과는 철저히 격리된 채 고독에 빠져들었다.
전쟁 얘기엔 관심 없던 이소상은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나찰인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듯, 시선을 관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자기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나찰인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이미 다른 곳으로 날아간 버려, 텅 빈 몸뚱어리만 남은 것 같았다.
이소상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녀는 턱을 괸 채, 외양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멀리 떨어진 서역의 고국을 그리워하는 걸까?[\s]
아니면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는 걸까?
소녀는 문득 그 나찰인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틀을 함께 했지만, 소녀는 딱히 나찰인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질 못했다.[\s]
이름을 물어도, 이상한 발음이라 외우길 포기했고, 이젠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전기해금: 「나찰인」
이소상은 조금 울적해졌다.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나찰인을 사부에게 데려가면 그와 작별해야 한다는 것을.[\s]
이제 그와 동행할 수 있는 시간은 한나절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짧은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소녀는 알 수 없는 실의에 빠졌다.
15년의 세월 간,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게 되어, 함께하는 즐거움과 이별의 슬픔을 맛보게 되었다.
긴 밤, 잠을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해가 뜰 때까지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