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얘기하지. 신주의 서쪽엔 유로파라는 대륙이 있다.[\s]

신주의 무림계엔 여러 문파가 있지만, 지금의 유로파엔 오직 천명파 하나만이 존재한다.」

「천명파는 세명의 사람이 세웠다. 들은 얘기론 선대의 무공은 세상을 집어삼킬 정도로 강하여, 천하무적이었다.」 「천명은 수년 내 유로파 대륙에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되었고, 후엔 여러 신전, 영령관(英靈宮), 형관문(荆冠門) 등의 여러 문파를 합병해 매우 거대해졌다.」 「천명은 유로파 대륙을 지배하게 되었지만, 번잡한 일이 많아져, 혼자서 모든 걸 다스리긴 어렵게 되었다. 이에 천명은 3개의 가족…… 3대 종문이 다스리며, 이를 천년이나 이어왔다.」 「우와, 천년이나!」 이소상은 깜짝 놀랐다. 「와, 정말 대단합니다. 우리 6대파 중에서도, 천년의 역사를 지닌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 천명이라는 곳, 검파입니까? 어떤 무공을 연마합니까?」 「검술도 있고, 창술도 있다. 하지만 천명의 진정한 독보적인 무공은 네가 말하는 『요술』이나 『마법』이 되겠지.」 나찰인은 왼손을 들어 황금으로 된 십자가를 보였다. 「너희 문화에 맞춰 얘기하면, 법구라고 부르는 게 맞겠군.」

금색 사슬이 반짝였다. 소상은 돌연 몸에 힘이 빠지며, 내공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건 잠깐뿐이었고,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나찰인의 손을 바라보았고, 그 십자가는 이미 연기처럼 사라져있었다. (어라, 이 느낌……)

「천명파의 3대 보물 중 하나: 『유다의 서약』이다.

이건 붕괴능――즉, 『진기』의 흐름을 봉쇄하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어젯밤, 널 치료하는 데 쓴 건, 또 다른 보물 『백화흑연』이다.

이건 사람의 몸을 치유하고, 뼈와 근육을 자라게 한다. 진기만 충분하다면, 아무리 심각한 부상이라도 고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네 앞에 있는 건 모두 원본이 아닌, 모조품이다.」 나찰인은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켰다. 「여기엔 천명파도 모르는, 나만의 법구――『허공만장』이 있다.」 「봤거나, 만져 본 것, 혹은 이해하고 있는 모든 것을, 허공만장은 진기를 써서 『의태』해, 실체화시킬 수 있다.[\s] 그런 이유로, 난 천명파의 3대 보물의 힘을 조금씩 모방하여 쓸 수 있다.」 「……」

이소상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s]

나찰인의 얘기를 믿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머리는 이미 여러 단어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잠깐만요, 잠깐. 천명파 얘긴 재밌었는데 법구 얘긴……」 소상은 답답해하며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왜 갑자기 얘기가 거기로 가는 겁니까? 그건 따로 설명 안 해도 됩니다. 당신이 대단한 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천명파의 얘기를 이어주시죠.」 「그러지.」 나찰인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시선을 소상쪽으로 향했다. 「천명은 유로파 대륙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 야심은 더욱 커져, 결국 더 넓은 땅과 자원을 가진 이웃 나라들을 노리게 되었지.」 「20년 전, 천명파는 군대를 보내어――아니, 신주를 방문해――그래, 비무를 하길 바랐다.」 「너희 신주의 군대는 매우 강했지만, 천명의 발키리――아니, 한 여협의 비술을 통해, 비무에서 이길 수 있었다.」 나찰인은 말을 하다 멈췄다 했다. 이소상이 이해할 수 있게 바꿔 말하는 게 상당히 버거워 보였다. 그 증거로——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전혀 땀 흘리지 않았던 나찰인의 뺨에 큰 땀방울이 여럿 흘러내리고 있었다. 옆의 이소상은 그 궁색한 모습을 보는 걸 상당히 즐기고 있었다. 「천명은 거의 승리를 손에 쥘 듯 했다. 하지만, 그 때 선인이 나타났다.」 「그렇게, 난 그때 그녀를 만나게 되었지……」

「역시나 선인이라 해야 할까?……

그녀는 손을 한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하늘엔 천둥소리가 진동하였고, 땅엔 얼음이 솟아나며, 바람도 없는데 불길이 퍼져나갔다.[\s]

여러 기묘한 현상들은 천명의 진형을 격멸해 나갔고, 성기사들이 이를 막으러 나섰지만, 그녀에겐 상대가 안 됐다.」

나찰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소리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최강의 발키리…… 『서약의 십자가』를 다루는 천재조차,

그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나찰인의 시선이 다시 관을 향했다.

이소상은 그의 시선이 신경쓰였다.[\s]

나찰인과 하루 동안 지내다 보니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찰인은 말하면서 웃기도 하지만, 관을 바라볼 땐, 바깥세상과는 철저히 격리된 채 고독에 빠져들었다.

「그 안엔 뭐가 들어있습니까?」 전쟁 얘기엔 관심 없던 이소상은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자꾸 거기다 말을 거는데, 안에 누가 있는 겁니까?」 「아니……」 나찰인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듯, 시선을 관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자기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당신도 모르는 겁니까? 열어본 적도 없나요?」 「……」 나찰인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이미 다른 곳으로 날아간 버려, 텅 빈 몸뚱어리만 남은 것 같았다. 이소상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녀는 턱을 괸 채, 외양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em italic](고향을 생각하고 있으려나?)[/em]

멀리 떨어진 서역의 고국을 그리워하는 걸까?[\s]

아니면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는 걸까?

[em italic](……나찰인에게도 부모가 있으려나?

아, 바보, 당연히 있겠지~

사람이 바위에서 갑자기 솟아날 수도 없고.)[/em]

[em italic](친구나 애인은?

분명 있겠지…… 설마 벌써 결혼했으려나?

스승은 있으려나? 그 천명파인가 뭔가의 제자겠지?)[/em]

소녀는 문득 그 나찰인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틀을 함께 했지만, 소녀는 딱히 나찰인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질 못했다.[\s]

이름을 물어도, 이상한 발음이라 외우길 포기했고, 이젠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전기해금: 「나찰인」 [em italic](좀 더 얘기해 볼 걸……)[/em] 이소상은 조금 울적해졌다.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나찰인을 사부에게 데려가면 그와 작별해야 한다는 것을.[\s]

이제 그와 동행할 수 있는 시간은 한나절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짧은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음…… 사부님은 그를 며칠이나 머무르게 해주시려나?」 소녀는 알 수 없는 실의에 빠졌다. 15년의 세월 간,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게 되어, 함께하는 즐거움과 이별의 슬픔을 맛보게 되었다. 긴 밤, 잠을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해가 뜰 때까지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