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응」은 검객이 아닌, 군인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것도 검법이 아닌, 군도술이었다.
그래서, 그가 역으로 자루를 잡을 땐, 습관적으로 손목을 비틀어,
날이 항상 적을 향하게 한다.
그러나 오늘 밤——[\s]
오늘 밤, 승패와 생사 모두를 결정짓는 그 순간,
「노응」의 머릿속에서 기묘한 생각이 떠올랐다.[\s]
이 생각은 그가 검무를 출 때부터, 어느새인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있었다.
(검술과 도법은, 다르니……)
단지 하나의 생각에 불과했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s]
단지 하나의 생각에 불과했지만, 이는 생사의 경계에 있는 「노응」이 버릇대로 손목을 비틀려는 것을 멈추게 했다.
이것이 그에게 찰나의 시간을 절약해 주었다.[\s]
만약 이 찰나가 없었더라면, 검이 소녀를 베기 전, 그가 먼저 죽고 말았을 것이다.
소녀의 수도가 마치 번개처럼, 곧바로 그의 머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노응」은 검자루를 역으로 쥔 채, 그대로 들어 올렸다.[\s]
검은 도와 다르다. 양쪽에 날이 있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이것이 만드는 차이는 찰나에 불과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쇠도 가볍게 베어버릴 검이 달빛을 가른다.[\s]
칼끝이 소녀의 몸에 닿아, 그대로 통과하며, 소녀의 몸에 작별을 고하듯 이를 부드럽게 둘로 나눈다.
이는 마치 얇은 종이를 자르는 것처럼 쉽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 어딘가에 멈춰, 더이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s]
치명적이었던 수도도 곧 모든 힘을 잃고, 움직임을 멈춘다.
「노응」은 소녀를 죽이고, 검을 빼았는다.
괴롭고, 처절한 싸움이었지만, 결국 승리를 거둔 건 그였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하지만 검이 이소상의 허리를 베기 직전, 「노응」의 진기가 돌연 사라지고 말았다.
긴 세월동안 쌓아올린 내공이 갑자기 모두 사라지며, 마치 애초에 존재한 적도 없는 것 같았다.[\s]
그가 아무리 애를 써도, 비어버린 경맥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em italic]이럴 수가——[/em]
공포라는 이름의 서늘함이 「노응」의 혈관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em italic]이럴 수가——이럴 수가——이럴 수가——이럴 수가——[/em]
그의 호흡이나 기의 흐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 정도로 주화입마가 일어날 일 따윈 전혀 없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s]
그러나, 그가 승리를 눈앞에 둔 그 순간, 그 일이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오늘 밤, 그가 내공을 잃은 건 이걸로 두 번째였다.
「노응」은 무언가 깨달았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그의 손엔 검을 잡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헌원」은 공중에 있는 소녀를 베어,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기고, 「노응」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소녀의 수도가 그의 뺨에 부딪힌다.[\s]
따귀 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크나큰 고통과 씁쓸함이 그를 덮쳐왔다.
[em italic]어째서?[/em]
부서진 두개골로부터 엄습해 온 어둠이 그를 감싸려 했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리곤 미친 듯이 눈알을 굴리며 무언가 찾기 시작한다……
[em italic]어째서————!?[/em]
그는 보았다.[\s]
저 멀리, 오래된 역참의 응접실, 그가 가장 아끼던 의자 앞에, 한 남자가 서있었다.
[em italic]나찰인……[/em]
그 남자의 곁에는, 관 하나가 조용히 서있었다.
[em italic]네 녀석……[/em]
그 남자는 멀리서 그를 바라본다. 등불이 흩날리지만, 그는 눈에 힘을 주며 그 남자가 무슨 표정을 짓는지 확인하려 했다——
[em italic]네 녀석!!!!!![/em]
그의 사고는 거기까지였다.
그의 분노가 극에 달할 때, 어둠이 그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