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거침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위쪽의 녀석들이 금사방이라 불리는 건 아실 테지요.

저들은 몹쓸 놈들입니다, 온갖 나쁜 짓을 하고 다니죠.」

「소녀는 사부에게 명을 받아 이 화를 제거하려 왔습니다. 호협(豪俠)이라 하죠, 악을 벌하고, 정의를 신장하며, 세상에 공정함을 가져오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어, 이야기꾼들이 이렇게 말하고 다닙니다.」 그녀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수줍게 나찰인을 보았다, 그가 흥미롭다는 듯이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을 알자, 조금 기뻐졌는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목소리도 엄숙해졌다.

「금사방 자체는 작은 도적들의 무리로, 두려울만한 게 못됩니다.

하지만 『노응』이라는 자가 이들의 두목입니다.」

「그 자는 쉽지 않습니다, 사부께서는 그가 수련가라고 하셨으며,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부님도 절 보내지 않으셨을 겁니다.」

「이번 일은 첫째로 막북 백성들의 해를 제거하는 것이요,

둘째로 제 자신의 시험이기도 합니다.」

조금은 과장된 얘기여서, 소상은 내심 꺼림칙했다. 하지만 나찰인이 별말 없이 들어주는 것을 보자, 소녀는 이 금발의 이국인이 아주 훌륭한 대화 상대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우리 자재문(自在門)의 무공은 「태허검기」라는 것으로, 무림에서 전설과도 같은 정위선인의 절학이며, 강호의 그 무엇보다도 심오한 무공입니다.」 「태허검기의 다섯개의 온(蘊)은, 심(心), 형(形), 의(意), 혼(魂), 신(神)이 있습니다. 소녀의 검심(劍心), 검형(劍形)과 검혼(劍魂)은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헌원검의(軒轅劍意)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하고 있지요.」

「검의(劍意)의 수련법은 사부님께서도 모르시고, 제 어머니가 알고 계십니다. 어머님께서는 「헌원과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되면,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이건 그냥 검인데, 대체 어디에 마음이 있다는 겁니까? 이것에게 십몇 년이나 얘기를 걸어봤지만, 한 번도 반응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대답이라도 해주면 감사할 텐데. 에휴, 좀 더 알기 쉽게 어머님께 물어보고 싶지만, 집을 나온 지도 오래되었으니……」 「아, 아직 말을 못 했는데, 헌원검은…… 음, 변명은 아니고…… 검을 도적들에게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시길, 금방 회수할 겁니다, 그리고 그 회수할 방법에 대해선——」 「이 소녀가 묘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녀가 두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s]

비록 그녀의 말은 두서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았지만, 나찰인은 재미있게 듣고 있었다.

「전, 사부를 따라 검을 배운지 십 년이 되었습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사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다른 고수들과 비무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검을 수련하는 것과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 하셨지만, 저는 검을 사용하는 것이 딱히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어리다고 무시하진 말아주세요, 저도 나름 실력이 뛰어나니까요. 방금도 4명의 남자를 물리쳤지만,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힘의 정도를 잘 조절해야 하기에,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일이지요~」 「너는 살인하지 않는다, 어떻게 금사방을 물리치지?」 나찰인의 질문은 절묘했다, 그의 신주어는 별로였지만, 소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 그게, 죽여야 할 땐 죽여야지요.

한 명을 죽여 백 명을 구한다면, 좋은 일…… 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인명이니까 말입니다! 가능하다면 살육은 적게 하고 싶습니다만……」

「그래서, 저는 그 『노응』이란 녀석을 곧바로 때려눕힐 겁니다.

이 악인만 없으면, 도적들은 자연히 흩어져, 별거 아니게 될 테니까요.」

「그렇군.」 나찰인이 대답하자, 소상은 그가 관심을 가지는 줄 알고, 기쁜 기색이 만연해졌다. 「제가 당신——아윽!」 손목에 족쇄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양 팔을 당겨 팔에 통증이 왔다. 금사방이 그녀에게 준 『절기산』은 극약으로, 하단전의 진기를 흔들어 경맥에 흐르는 것을 막아, 깊이 쌓아올린 내공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하지만, 소녀가 배운 것은 『태허검기』.

정위진인의 절학은, 강호의 수많은 무공과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내공으로 단전을 단련하고, 그곳에 진기를 저장한다.

『태허검기』는 달랐다.

『검심』을 단련한 자는,

천지를 단전으로 삼고, 육체를 경맥으로 삼는다.

『무(武)』야말로 『기(気)』의 근원이니, 숨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상에겐 하단전이 막힌 것은 조금 불편하긴 해도,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아, 이런 상태로 말을 이어가긴 불편하니, 먼저 족쇄를 제거하고——」 「내가 해주지.」

말이 끝나자마자, 소상은 단단했던 두 족쇄가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며, 손발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s]

그녀의 두 손과 다리 모두 상처 하나 없고, 그녀의 옷 역시 흠집 하나 없었다.

「다…… 당신……」 이소상의 말문이 막혔다, 이 아름다운 나찰인을 만났을 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요법으로 의자와 유리잔을 사라지게 하니, 족쇄를 조각내는 것도 무리한 일은 아니려나……[\s]

……설마!!!!

그녀는 눈앞의 관과 함께 다니는 이상한 사람을 다시금 바라보았다.[\s]

「그」는 혹시 숨어있던 절정 고수가 아닐까?

소상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무림고수의 모습은 사부, 어머니, 혹은 훗날 자신의 모습,

이 눈앞의 나찰인과 그녀가 생각하는 무술의 달인의 모습엔 너무나도 거리가 있었다.

[em italic]하지만, 분명 재주는 비범한데……[/em] 그녀가 정신이 팔려있을 때, 나찰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 「네 묘책은?」 「음, 음…… 에?」 「네 계획.」 「아, 제가……」 왠지 모르게, 나찰인의 실력을 보고 난 후, 갑자기 그녀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저…… 원래는 도적들의 주둔지에 잠입한 뒤, 『노응』에게 도전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에휴, 사실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잘 풀리진 않았습니다. 원래는 족쇄를 부수고, 나가서 검을 찾으면서…… 천천히 방법을 생각하려 했는데. 별 묘책도 아닙니다, 전 그저…… 아…… 말 못 하겠어요.」 소녀의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졌다. 「이길 수 있나?」 「네?」 「네가 도전한다고 했다.」 「……네, 이길 수 있습니다.」 「좋아, 가지.」 「지, 지금요?」 「네 계획대로가 아닌가?」 「맞긴 한데요, 그래도……」 소상이 고개를 떨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한밤중인데…… 어느 대협이 밤중에 찾아가 비무를 청합니까? 광명정대하지 못하게……」 「광명정대……」 나찰인이 그 단어를 음미했다. 「낮인가? 모두가 일어나 있는 시간에, 그에게 도전한다고?」 「그렇습니다!」 이소상이 힘껏 대답했다. 「의문이 있다.」 「듣고 있습니다.」 「낮, 광명정대, 그 응이란 작자는 백 명의 부하와 함께 있는데, 과연 너의 도전을 받아줄까?」 「당연히 받을 겁니다, 그것이 강호의 도리니까요! 그는……」 이소상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당신 말에도 일리가 있군요.」

「그래서 낮은, 불가능하다.

이기려면, 밤뿐이다.」

「……네.」

「신주의 옛말을 들었다.

『물고기도 내가 원하는 것이며, 곰의 발바닥도 내가 원하는 것이다.』

두 개가 서로 상극이라, 선택이 어렵다는 의미다.」

「『광명정대』, 물고기.

『악인징벌』, 곰의 발바닥.」

「광명정대를 원하면, 악인징벌을 못한다.

두개를 동시에 얻을수 없으니, 물고기를 희생해 곰의 발바닥을 얻어야 한다.

세상사 모든 걸 할 수 없어, 득과 실이 있으니, 잘 선택해야 한다.」

「……」 나찰인의 손이 허공을 젓는 모습은, 꽤 시원스러웠다. 「그래서, 갈 건가, 소저?」 「아…… 좋아요.」

나찰인이 살짝 웃자, 하늘을 떠다니던 불꽃이 사라졌다.[\s]

……아니, 불꽃은 남아있었다.

불꽃은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나찰인의 손 근처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점점 더 격하게 타올랐다.[\s]

불꽃의 모습은…… 마치……

검?

소상은 나찰인의 『요법』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s]

정신을 차리고 나니, 불꽃은 이미 사라졌고, 감옥 문은 부서져 있었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디.」 「……」 이소상은 말없이 앞서가다 이내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고개를 돌려 한탄하였다. 「제게 나쁜 걸 가르쳐 주시는군요, 다…… 당신은 나쁜 나찰인입니다.」 「하아.」 나찰인이 한숨을 쉬는데, 그 목소리엔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듯하였다. 「그럴지도.」 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선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내 일은, 좋고 나쁨을 정의할 수 없다.」

그가 처음 흑뢰에 갇혔을 때, 여기를 지키던 사람은 두 명이었다.

그중 하나는 감옥에 나찰인을 얌전히 집어넣고 나서,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자리를 떳고, 다른 하나는 먹을 걸 주러 가다 혼비백산하여 다시는 그곳에 발을 들이려 하지 않았다.

「저게 사람이냐? 저건 요괴야! 등불이랑 얘기하는 거 너도 봤지? 나 못 가, 죽어도 못 가.」

그에겐 감옥의 이방인이 「노응」보다도 더 무서운듯했다.

더 이상한 것은, 「노응」이 그 말을 듣고도 땅이 뒤집힐 정도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백회인이 며칠 안에 올 테니, 인원을 조금 더 늘려라.」

그는 『증원』을 하기로 했다, 사람 십여 명이, 칼 열몇 자루와 함께 보내졌다.

새로 온 이들은 전전긍긍하며 감옥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고, 모두가 안심하며, 앞서 감옥을 지킨 두 사람을 비웃었다.

웃고 넘어가긴 했지만, 도적들은 방심하지 않고 스스로 2교대로 나눠, 5명씩 감옥의 문을 지켰다.

그때, 이 5명은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늘 밤은, 어딘가 이상했다. 맹주를 화나게 한 소녀가 감옥에 들어간 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목소리도, 잡음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경비들은 소리의 이상을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언가가 불에 타는 냄새였다.

타는 냄새는 점점 더 강렬해졌다. 다섯 명은 각자 칼을 쥐고, 문 앞에 모였다.

「내려가 볼까?」

한 경비가 작은 소리로 모두에게 물었다.

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문이 폭발했다.

5명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적홍의 불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