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그저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역참(驛站)이다.
지금부터 1400년 전, 유랑하던 튀르크인들은 이곳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그들은 신의 가호에 감사하며, 이곳의 맑은 물을 마음껏 마셨지만, 오래 정착하는 일은 없었다.
300년이 흐른 후, 안국(顔国)에서 온 상단의 긴 행렬이 이곳을 지나갔다.
보석과 비단을 한가득 나르던 상단은, 한 명의 외교 사절과 함께했다.
이 자는 서역으로 나아가 동맹을 확보해야하는 중책을 맡고 있었기에, 그는 상단이 나르고 있는 모든 금은보화의 가치보다도 훨씬 중요했다.
상인들은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막북(漠北)을 벗어나지 못했고, 아무도 그들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740년 전, 반유(班俞)라는 부족의 유목민이 이 오아시스 근처를 거점으로 삼았다.
족장은 그녀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오아시스가 있기에, 우리 반유 사람들은 더 이상 떠돌이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100년 후, 북쪽에서 흉노족들이 쳐들어왔다. 그들은 반유 부족의 마을을 완전히 쓸어버리고, 노인들과 남자를 전부 죽인 후, 여자와 아이들을 데리고, 머나먼 서역을 향해 떠났다.
……흉노족들이 떠나간 이 오아시스는, 다시금 모두에게 잊혔다.
세월은 물처럼 흐르고, 세상은 빠르게 변해간다.[\s]
문명은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사람들은 오고 가다 결국엔 역사라는 긴 강물 속에 휩쓸려 사라져버리고 만다.
오아시스의 현 거주민이, 오래된 벽이 만든 그늘 아래서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었다.[\s]
찌는듯한 모래 바다, 이미 석 달 동안이나 보아온 똑같은 광경
남자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사막의 황량함과 열기는 그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시야의 모든 것이 똑같았다——
태양, 하늘, 모래…… 모두가 정체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공기마저 멈춰버린 듯, 주변에 바람 한 점 없었다.
상대방도 남자가 던진 말이 그저 무료함을 풀기 위해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래로 둘러싸인 찜통 속에서, 대화는 일종의 사치와 다름없었다.
입을 연다는 건 정신이 흐트러지고, 수분을 잃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금사방(金沙帮)』의 보초는 이런 사사로운 것에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욕설을 하며, 불만을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작아, 동료가 들었더라도 무엇에 대해 욕하는지는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그는 방주가 신참인 자신을 무시해서 이런 일을 맡긴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금사방의 방침상, 공교롭게도 지금의 책무를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그는 무법자였다. 그의 양손은 피비린내로 물들어 있었고, 무수한 시체들을 발밑에 두며 지내왔다.
약탈, 강도, 능욕, 살인이 바로 그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칼날에 튀는 피가 바로 그가 얻고 싶은 보상이었다.
남자가 믿는 자신의 가치는 바로 [em bold color=#ff0000]전투[/em]와 [em bold color=#ff0000]살육[/em]이었다.[\s]
만약 『악』의 정도를 가린다면, 이 남자는 진정으로 흉악에 속할 것이다.[\s]
그는 폭력을 수치스럽게 여기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오랜 기간 계획을 세워온 『한탕』에서 제외된 그의 마음속에는
굴욕에 가까운 분노가 나타났다.[\s]
분노 때문에 초조함에 쫓겨, 목이 타고, 짜증이 났다.
남자의 시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막북에서 흔히 보이는 「신기루」도 아니었다.[\s]
저 소녀…… 먼 사막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소녀는 의심할 바 없이, 진짜였다.
갑작스래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는 금새 대기중으로 흩어졌다.
무의식중에, 남자는 금사방의 금기를 어기고 말았다.
첫째, 경황망조.[\s]
둘째, 경거망동.[\s]
만약 그가 금사방의 고참이었다면, 절대 이렇게 놀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의 머릿속은 금세 의구심에 휩싸였다.
막북을 휩쓸고 다니는 금사방을 스스로 찾아오는 여자 손님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