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한 1층에 비해, 2층의 프라이빗 공간은 딱 잘라서 말해 지옥이다. 여자의 침실을 사이에 둔 복도에서 이런 물건을 보게 되다니, 몇 분 전의 웰트는 절대로 상상 못 했을 거다──. 젠가처럼 겹쳐 쌓여 있는 피자 박스. 휴지가 산처럼 쌓인 쓰레기 상자. 난잡하게 널은 브래지어와 팬티에 하이삭스. 어디에 쓰는지도 모를 전자기기는 구석에 난잡하게 겹겹이 쌓여, 먼지를 덮어쓰고 있었다. 설마, 청소부가 2층에 안 갔던 걸로 이런 무서운 광경으로 됐을 줄은. 그리고, 만에 하나, 만약 이 광경이 많은 독신 여성에게 있어 일반적이라면──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놀라고, 슬퍼할까? 적어도 웰트는, 우울한 기분으로 203호를 찾았다. 「똑똑」 …… 「철컥」 의외로 문은 바로 열렸다── 가 아냐! 안쪽에서 열쇠를 돌린 소리다! ……테슬라 박사! 이, 일부러 올라온 게 아니라! 앙? 꿈이라도 꾸는 거야? 웰트 조수? 실내에서 들려온 거칠고 힘찬 소리는──확실히 테슬라 본인의 목소리다. 아니, 다르다고…… 어음, 그게…… ……아인이 널 깨우라고 했어…… 안 잤거든! 그, 그런가. ……어쨌든, 우리는 이제부터 가장 먼저 출발하는 비행기로 아메리카에…… 잠깐잠깐잠깐── ──어디로 간다고? 아메리카. ──이제부터? 응…… U.S.A……(United States of America)의 「아메리카」(America)? 어……서부……몬태나…… ……맛대가리 갔냐? 나도 이유를 모른다고! 그저, 그 반팔──아니, 안경──이 아니라, 핀란드인이 이상한 편지를 아인슈타인 박사에게 넘기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변해서…… ……뭔데 그건? 아니……옛날 게임을 발견했다면서…… 응……또 내가 못 읽는 글자도 있었어…… 아, 맞다! 서명은 Sch……어라? 슈(Schr)뭐시기가── ──슈뢰딩거(Schrödinger)겠지! 그래! 슈뢰딩거. 플랑크년, 또 자기 학생을 써서 작업 걸 생각이냐! ……어? 넌 몰라도 돼! 응…… 내껀데! ……이제 42 실험실도 있는데! ……그런데── 이 주제는 엄청 위험한 모양이다. 방 밖에 있는 웰트는 귀를 막고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쨍그랑 콰앙 겁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 준비 다 됐어! ──덜컹. 불쌍한 청년은 피자 박스 젠가에 뒤로 자빠지며, 어리둥절했다. 어떤 예고도 없이 열린 문에 놀란 웰트는, 뒷걸음질 치다 피자 박스 젠가에 발이 걸려, 불운하게도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하지만, 중점은 그게 아니다. 테──테── 성가시네! 머리 부딪쳐서 바보라도 됐어? 발 치워! 테슬라 박사! 밖은 여름이 아니거든! 앙? 뭔 소릴 하는 거야? 저기……너너너…… 너너? 뭐야, 시끄럽네. 비켜! ……아니, 너 잠옷 바람인데!?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세계(Welt)는 순간적으로 허무가 되었다. 아──야야.

운전사──금테 안경 핀란드인──와 함께, 급하게 빌린 비틀의 앞좌석에 앉는다. 웰트는 자기 머리에 살짝 손을 댄다.


역시, 혹이 나버렸다.


하지만……그렇게나 용서 없는 일격을 받고도 살아남다니, 이것만 해도 행운에 감사해야겠지?

백미러를 흘끗 보니, 만악의 근원은 유유히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빼내고 있었다. 웰트는, 어째서 자기 방을 뒷좌석에 앉은 아인슈타인의 머리 모양보다도 심하게 어지른 채로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더구나, 나갈 때 옷 갈아입는 것도 까먹다니.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녀는 어디에서 주름 하나 없는 팔랑팔랑한 숄과 원피스를 꺼낸 거지? 그 피자 박스 젠가를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4차원 옷장을 가졌다고 말해도 반드시 믿을 거다.

아니, 애당초 저 귀여운 소녀를 본 사람이라면, 그 더러운 방이 그녀의 방이란걸 믿지도 않을 거다.

겉은 예쁜 젊은 여성이 거울을 덮을 듯 하다. 웰트는 황급하게 시선을 돌린다. 그런 도중, 언뜻 핀란드인의 입가가 이상하게 약간 올라간 것이 보였다. …… 운전에 집중하라고! 여기요. 웰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아인슈타인이 뒤에서 봉투를 넘겨줬다. 이건……나에게? 웰트는 봉투를 받았다. 내용물은 몇 가지 딱딱한 책들인 것 같다. 예. 열어보십시오. 곧 쓰게 될 겁니다.
…… 내용물 중 하나는 여권이다. 그리고 제국 연구원 신분증, 출입국에 필요한 서류도 몇 장 있었다. 웰트·조이스? 여권에는 반은 알아도, 반은 모르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아……조이스는 작가에서 가져온 거네. 『율리시스』라고 알고 있어?

주:

『율리시스』(Ulysses)는 아일랜드의 모더니즘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1922년 출간한 장편소설.

소설은 시계열을 바탕으로 1904년 6월 16일 주인공──고뇌에 잠긴 더블린의 소시민, 광고인 레오폴드 블룸(Leopold Bloom)──이 더블린에서 보낸 일상의 하루를 다뤘다.

『율리시스』는 의식의 흐름의 소설 중 대표작이며, 『20세기 영어 소설 100선』에서도 으뜸이라는 평을 받는다. 해마다 6월 16일은 「블룸즈데이」로 잡혀 있다.

율리시스? ……라틴어 『오디세우스』 말이야? 다르다고…… 뭐……네가 알 리가 없으려나, 잊어줘. 하지만, 받은 이름은 제대로 기억해 두라고, 출입국관리소에서 티가 안 나게끔. 티 안 나……설마, 이거 위조는 아니지? 「웰트」는 아인이 적당하게 붙여줬는데 설마. 네가 받아들이기 나름이지. 그걸──「민간인이 멋대로 발행한 관급증서」라고 생각하면 돼. 무슨 의미야? 아무튼, 조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는 거야! 근데, 네 상태가 부자연스러우면, 스코틀랜드 야드의 정의로운 심문은 못 피할걸──나, 그런 꼴은 못참아. 스코틀랜드 야드라면 형사 경찰이잖아!? ……거참, 기억상실 주제에 왜 그런 건 어정쩡하게 아는 거야! 「스코틀랜드 야드」는 경찰청이야, 경찰청! 그러니까…… 릴랙스하시죠. 이름을 똑바로 기억하면 문제없습니다. ……응. 앗. 왜 그래? 네가 아니야. 핀란드인, 네 아들은 어떻게 할 거야? 「아들」. 웰트는 순간, 그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놓쳤다. 괜찮습니다. 이미 학교에 전화해뒀거든요. 요아힘도 이런 적은 처음이 아니니, 문제 없을 겁니다. 요아힘. 아무래도 핀란드인의 아들 이름 같다…… 가만. 아들? 그렇단 건, 이 금테 안경에겐 학교에 보낼 아이가 있단 거야? 뭘 멍때려? 이 멍청아! 빨리 이름을 외워! 트윈테일의 손날이 웰트의 후두부, 혹이 난 곳을 직격한다. 절대 고의다. 아야야야야야…… 어, 어떻게 내가 이름을 안 외우고 있는 걸 안거야! 흥. 바로 보이거든. 핀란드인이 부러운 거지? 야…… Miss "Young". 어? 하인리테·양, 젊고 유능한 고고학자. 중국과 독일의 하프인 미인이고, 저 핀란드인의 진짜 부인이야. 다만── 1년에 겨우 십여 일만 집에 있는 초 바쁜 사람이야. 너도 혼자 아기돌보기 해볼래? 아니…… 하하하……학교에 보내서 상당히 편해졌지요. 그리고, 제 아내의 일은 우리가 모두 서포트할 만한 일이니까요. 어떻든, 지금 네 임무는 자신의 이름을 외우는 것. 이름과 성. 그거 말고는 생각하지 마! 비행기에 올라타면 얼마든지 시간은 있으니까! 트윈테일은 웰트의 뒷덜미를 꾸욱 당기고, 용서 없이「지시」한 다음──뭔가 생각이 있는 듯 옆의 천연 파마 소녀에게로 돌아섰다. 뭐어……하지만, 아무개 씨는 시간이 있어도, 나와 뭘 하고 싶진 않지? 설령, 비행기 같은 지루한 곳에서도. …… 뭐야. 저번엔 놀아주지 않았잖아, 혼자서 책이나 읽고. 마치 내 시간은 엄청 귀중하다고 말하는 듯이. …… 천연 파마 소녀는 무표정하게 트윈테일의 두 눈을 본다. 이번에는 트윈 룸에서 묵겠습니다. …… ……에? 에? 정말? 와앗! 싱글 아니지? 후후후, 해냈다고!! 사랑해! 리제를! 너무 좋아!! ──당신이 술 마시고 욕조에서 나가더라도 착실하게 옷을 입어준다면요…… …… …… ……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아하하하…… ……엑, 진심이냐── ──으왁!?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자리에 앉은 불쌍한 청년은 머리가 눌려진 채 신음하며, 좌석에서 웅크렸다. 닥쳐 웰트!!
먼저 런던에서 뉴욕으로 날아간다. 8시간. 환승해서 시카고로. 2시간. 다시 환승해서 빌링스. 또 2시간. 여기에는 탑승이나 환승의 대기 시간 등은 안 들어갔다──그들이 VIP여도 어쩔 수 없었다. 이만큼 긴 여정이라면 제트엔진의 굉음이 있어도 손쉽게 사람을 잠으로 유혹한다…… ……창 바깥의 배경이 넓게 펼쳐진 바다 일색에서 안 변하면 더욱. 그러니까, 웰트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서 눈을 뜨더라도── ──순간, 자리를 떠나기 싫다고 생각해버린 것은 무리도 아닐 거다. 코 고는 소리를 내는 트윈테일의 오른팔을 몸 위에서 치우고, 통로 쪽의 핀란드인의 흘러내릴 것 같은 안경을 걸쳐 주며── ──겨우 복도로 나간 웰트는 잠에 쓰러진 승객 속, 창문에 비치는 불빛에 의지하여 책 읽는 아인슈타인을 발견한다. 아인슈타인은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춰, 때때로 노트에 뭔가를 적기도 했다.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올게.

알겠습니다.

부스스한 머리의 소녀는, 그렇게 적혀진 종이를 내세웠다. 이건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지 말라고, 넌지시 웰트에게 가르치는 건가? …… 어색함을 배운 청년은 화장실을 우선하기로 했다.
시간상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웰트는 금방 돌아왔다. 잔다…… 아인은 안 쉬어?

안 쉬는 거야?

「로마에 갔으면 로마법을 따라라」, 웰트도 종이로 답하기로 했다.

조금 묘한 것을 봐서 말이죠.

돌아온 종이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기내의 온도가 조금 떨어졌는지, 상대는 어느새 재킷을 걸쳤다. 물론, 그들 사이에는 폭풍수면 중인 모 트윈테일이 있다.

뭘 본 거야?

리만 가설입니다.

수학 문제?

모든 자명하지 않은 영점은 전부 직선 1/2+ti 위에 있다.

전혀 모르겠어.

무리도 아닙니다. 복소수의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은 어렵죠.


하지만, 이 헤어날 수 없는 문제는 수학계의 성배라고 하기도 합니다.

성배!?

예를 들어, 넓은 의미로 리만 가설에서 골드바흐의 추측을 도출했습니다.


골드바흐의 추측이 뭔지 알고 있습니까?

몰라……

5 이상의 모든 홀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2 이상의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


아무튼, 엄청 대단하네.


그 가설을 증명하는 거야?

아뇨.


이건 제게 벅찹니다.


그리고 제 전문은 수학이 아닙니다. 그냥, 리만이 내게 준 영향은 크다, 그뿐입니다.

그 사람은 네……수학 선생님?

그렇다고 할까요.


다만, 그는 저를 모릅니다. 저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그의 리만 다양체를 베이스로 한 것도요.


여하튼, 그는 100년도 넘은 과거의 고인입니다. 제 조부가 태어나기 전에 타계했다고요.

웰트는 시간을 들여, 이 어려운 이야기의 요점을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상대가 설명하기 쉬운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그는, 그녀가 글을 쓰는 모습이나, 해설하려는 모습을 보는 걸 즐기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트윈테일이 자고 있을 때는.

일반 상대성 이론?

간단하게 말해, 만유인력이 시공을 구부린다는 이론입니다.

……


뭔가 나라도 상상할 수 있는 좋은 비유는 없을까?

소용돌이를 본 적 있을 겁니다.


소용돌이 속에 나무 공이 떨어졌다고 하죠. 그럼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응.


──즉, 만유인력에도 비슷한 착시가 있다고?

그렇습니다.


나무 공에게 있어선, 휜 수면 자체가 나선운동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그건 별도 마찬가지.


어떠한 물체도 자신의 질량으로, 그게 존재하는 시공을 왜곡해서, 크고 작은 소용돌이를 형성합니다.


인력이란, 그러한 왜곡의 표현방식에 지나지 않아요.


상상해 보세요. 지구의 표면 곳곳에 이러한 잔물결이 있고, 우리가 올라탄 비행기도 그런 파도에 올라탄 겁니다.

뭔가 철학적이네……

수학적 기호가 없는 물리는 원래가 철학입니다.


그 때문에 뉴턴 경의 명작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죠.

읽어 본 적 없는데……

읽어도 이해 못 하실 겁니다.


현재의 사람이 보기에, 그 시대 수학기호는 해독 불가이거든요.

해독 불가……


그러고 보니, 슈뢰딩거의 편지에 읽을 수 없는 부분이 있던데, 그건 무슨 의미야?

이름입니다.


5만 년 전의 어떤 정보처리장치의 이름이죠.

이야기 내용이 갑작스러워, 웰트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

상대는 「정보처리장치」에 밑줄을 그어서 강조한다.

아니, 그러니까……「정보처리장치」가 뭐야?

오토마타가 관리인을 하는 도서관을 상상해주세요.

……오토마타?


……5만 년 전?

지금으로서는──


그냥, 그런게 있구나 정도면 됩니다.


지금 가르쳐줘.

귀찮은데요.

부탁해.

때가 되면 누군가가 알려줄 겁니다.


아마 그라면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그러니까, 봐주세요.


에이, 심술쟁이 아인.


당연합니다.


p.s. 상상하니까, 당신의 그 말투 기분 나쁘네요.

청년은 익살떨듯 혀를 쏙 내밀었다. 소녀도 흉내 내서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종이를 회수했다.

마침 잘 됐습니다. 수학 강의를 하죠.

……진심?

예.


e^(πi)+1=0의 증명은 알겠습니까?

알 리가 없잖아!

그런가요. 그럼 미적분의 기본 정리부터 시작합니다?


아니, 기왕 가르칠 거면 데데킨트 절단부터 시작하는 게 좋으려나?


아니지, 이렇게 갈 거면 차라리 근본적인 집합론부터 시작하는 것도……

……잠이나 자야지.

좋습니다.


그래 준다면 저도 책을 읽죠.


그렇게 쓰인 종이를 넘길 때, 소녀는 아까보다도 무구한 표정으로 혀를 내밀었다. 그건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내게 말을 걸다니 100년은 빠르다고」 …… ………… 셀 수 없을 만큼 사람을 죽였다. 셀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이 세계에서 자랑하던 건축물들을 싹 태워버렸다. 단말마의 절규는 이미 질리도록 들었어. 일이 여기까지 도달했는데, 바퀴 같은 생존자들은……어떻게든 일어설 생각이려나? 살아있는 채로 내 율자 코어를 빼가서, 그리고 개처럼 나를 매달아 보이게 하려나? …………………… 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습지 않아? 그 시공을 비틀고 구부려, 블랙홀을 만드는 기묘한 무기, 그 힘은 그렇게 해서 손에 넣은 거지? 알겠어……마음껏 그 힘을 써봐…… ……언젠가, 이 힘은 지금의 나보다 100배나 좋은 방법으로 너희에게 복수할 거야! 후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때는, 처형대에서 나를 내리지 말아 주렴── ──그래야, 이 눈으로 너희에게 정해진 비참한 결말을 볼 수 있지 않겠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 ………… ……………… 미친 듯한 웃음소리에 눈을 뜬 웰트는, 까라지면서 비행기 시트에 주저앉고, 거친 숨을 반복했다. 두 관자놀이에 핏대가 오른다. 아까 전 악몽은 묘하게 너무 현실미가 있었다──지나친 리얼함에, 웰트는 이게 진짜 자신의 기억이고, 플래시백 된 게 아닐까 의심이 일어날 정도다. 「율자」. 웰트는 이전, 실험실에서 그 단어를 들었던 적이 있다. 고대 문헌의 결론으로는, 붕괴 폭발의 순간 에너지가 1000 HW 이상이 되면, 재해 구역에 「율자」라 불리는 존재가 탄생할 수 있다고 한다. 「율자」란, 붕괴 적응도가 엄청나게 높은 인간이 변해버린 괴물이다── ──그녀들은 「율자 코어」로 획득한 초능력을 구사하여, 마음껏 인류의 세계를 파괴한다. 그래, 「그녀들」. 고대 문헌에 기재된 십여 명의 율자는, 예외 없이, 모두 여성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붕괴 에너지 적응성은 여성에 미치지 못한다──그리고 율자란, 극도로 높은 적응성을 가진 존재다. …… 지금 세계에 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대 문헌에 기재된 여러 의견은, 치졸한 창세신화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웰트는, 자신이 꿈속에서 대신했던 여성의 사고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두렵게 느꼈는지 신경이 쓰였다. Zzz…… Zzz…… Zzz…… 좌우를 보니, 동행자는 각자의 꿈을 향수하고 있다. ……악몽을 꾼 건, 그냥 운이 나빴을 뿐이야. 그렇게 자신을 달래고, 청년은 한 번 심호흡하고 눈을 감았다. 다시 잠들면, 이 무서운 픽션도 전부 잊힐 거다. 뉴욕 국제공항. 5개의 시간대를 넘은 것으로, 웰트는 점심을 먹은 지 10시간 후인 지금도 저녁해를 보는 게 가능했다. 아인슈타인 박사, 테슬라 박사. 완전 낯선 두 사람이, 갑자기 웰트의 사고를 차단한다. 실례지만 당신은…… 핀란드인이 경계하면서 두 여성 앞에 섰다. 아인슈타인 박사, 우리는 만난 적이 있을 겁니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는 아주 낮다. 웰트는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느꼈다. 우리에게 무슨 용무시죠? 천연 파마 소녀의 반응은 너무나도 냉담해서, 마치 서로 교류 따윈 한 적이 없는 듯했다. 이게, 여러분의 힘이 됐으면 한다는, 대주교님의 뜻입니다. 중년 남자는 들고 있던 가죽 가방에서 서간이 담긴 상자를 빼내어 핀란드인에게 내밀었다. 당신은 고대 문자의 전문가였지요. 뭐, 일단은…… 그럼, 이것을 아시겠군요. …… 핀란드인은 의심스러워하면서 목관을 열고, 한 장의 오래된──최근에서야 복구된듯한──양피지를 빼냈다. 아람어…… 「심판의 날」……「희생」……「노래」…… 이 형식……서, 설마 사해문서? 하하……역시 아시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이건 그중에서도 미공개 부분이지요. 그 안의 비밀이 당신들의 연구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래서 대주교는, 우리에게 뭘 시키고 싶대? 아무것도. 대주교님은 단지 최근 연구들 중에서도, 42 실험실의 힘이 되길 바랐습니다──그뿐입니다. 그렇다는 것은……이번에, 우리의 연구성과에 상당히 기대하고 있단 거네? 그야 당연하지요. 당신의 논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우리가 이쪽에서 활동하고, 북미 지부만의 공훈으로 안 삼으면 되지? 겨우 그만한 일에 사람을 보내다니, 유럽이랑 미국은 대체 얼마나 사이가 나쁜 거야. …… 아 그랬죠. 이건 선물입니다. 부디. 중년 남자는 테슬라에게 개의치 않고, 가죽 가방에서 보기만해도 고급스러운 초콜릿 상자를 꺼내어 아인슈타인에게 넘겼다. 그럼, 이걸로. …… 칫. 별일 없다는 듯이 얘기하면서, 속은 독재주의구만. 조직의 비대화니, 중앙집권이니……새로운 지부가 발달했더니 자기가 맨 먼저 겁내잖아. 완전히 변덕쟁이시네. …… 아인슈타인은 거기에 답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초콜릿 포장지를 까기 시작했다. 야! 이 둥지 머리가! 초콜릿 상자로 매수당할 거야!? 음식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했었잖습니까. ……너, 내 이야기 제대로 듣고는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