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금테 안경 핀란드인──와 함께, 급하게 빌린 비틀의 앞좌석에 앉는다. 웰트는 자기 머리에 살짝 손을 댄다.
역시, 혹이 나버렸다.
하지만……그렇게나 용서 없는 일격을 받고도 살아남다니, 이것만 해도 행운에 감사해야겠지?
그녀는 어디에서 주름 하나 없는 팔랑팔랑한 숄과 원피스를 꺼낸 거지? 그 피자 박스 젠가를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4차원 옷장을 가졌다고 말해도 반드시 믿을 거다.
아니, 애당초 저 귀여운 소녀를 본 사람이라면, 그 더러운 방이 그녀의 방이란걸 믿지도 않을 거다.
주:
『율리시스』(Ulysses)는 아일랜드의 모더니즘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1922년 출간한 장편소설.
소설은 시계열을 바탕으로 1904년 6월 16일 주인공──고뇌에 잠긴 더블린의 소시민, 광고인 레오폴드 블룸(Leopold Bloom)──이 더블린에서 보낸 일상의 하루를 다뤘다.
『율리시스』는 의식의 흐름의 소설 중 대표작이며, 『20세기 영어 소설 100선』에서도 으뜸이라는 평을 받는다. 해마다 6월 16일은 「블룸즈데이」로 잡혀 있다.
알겠습니다.
안 쉬는 거야?
조금 묘한 것을 봐서 말이죠.
뭘 본 거야?
리만 가설입니다.
수학 문제?
모든 자명하지 않은 영점은 전부 직선 1/2+ti 위에 있다.
전혀 모르겠어.
무리도 아닙니다. 복소수의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은 어렵죠.
하지만, 이 헤어날 수 없는 문제는 수학계의 성배라고 하기도 합니다.
성배!?
예를 들어, 넓은 의미로 리만 가설에서 골드바흐의 추측을 도출했습니다.
골드바흐의 추측이 뭔지 알고 있습니까?
몰라……
5 이상의 모든 홀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2 이상의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
아무튼, 엄청 대단하네.
그 가설을 증명하는 거야?
아뇨.
이건 제게 벅찹니다.
그리고 제 전문은 수학이 아닙니다. 그냥, 리만이 내게 준 영향은 크다, 그뿐입니다.
그 사람은 네……수학 선생님?
그렇다고 할까요.
다만, 그는 저를 모릅니다. 저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그의 리만 다양체를 베이스로 한 것도요.
여하튼, 그는 100년도 넘은 과거의 고인입니다. 제 조부가 태어나기 전에 타계했다고요.
일반 상대성 이론?
간단하게 말해, 만유인력이 시공을 구부린다는 이론입니다.
……
뭔가 나라도 상상할 수 있는 좋은 비유는 없을까?
소용돌이를 본 적 있을 겁니다.
소용돌이 속에 나무 공이 떨어졌다고 하죠. 그럼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응.
──즉, 만유인력에도 비슷한 착시가 있다고?
그렇습니다.
나무 공에게 있어선, 휜 수면 자체가 나선운동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그건 별도 마찬가지.
어떠한 물체도 자신의 질량으로, 그게 존재하는 시공을 왜곡해서, 크고 작은 소용돌이를 형성합니다.
인력이란, 그러한 왜곡의 표현방식에 지나지 않아요.
상상해 보세요. 지구의 표면 곳곳에 이러한 잔물결이 있고, 우리가 올라탄 비행기도 그런 파도에 올라탄 겁니다.
뭔가 철학적이네……
수학적 기호가 없는 물리는 원래가 철학입니다.
그 때문에 뉴턴 경의 명작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죠.
읽어 본 적 없는데……
읽어도 이해 못 하실 겁니다.
현재의 사람이 보기에, 그 시대 수학기호는 해독 불가이거든요.
해독 불가……
그러고 보니, 슈뢰딩거의 편지에 읽을 수 없는 부분이 있던데, 그건 무슨 의미야?
이름입니다.
5만 년 전의 어떤 정보처리장치의 이름이죠.
어?
아니, 그러니까……「정보처리장치」가 뭐야?
오토마타가 관리인을 하는 도서관을 상상해주세요.
……오토마타?
……5만 년 전?
지금으로서는──
그냥, 그런게 있구나 정도면 됩니다.
지금 가르쳐줘.
귀찮은데요.
부탁해.
때가 되면 누군가가 알려줄 겁니다.
아마 그라면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그러니까, 봐주세요.
에이, 심술쟁이 아인.
당연합니다.
p.s. 상상하니까, 당신의 그 말투 기분 나쁘네요.
마침 잘 됐습니다. 수학 강의를 하죠.
……진심?
예.
e^(πi)+1=0의 증명은 알겠습니까?
알 리가 없잖아!
그런가요. 그럼 미적분의 기본 정리부터 시작합니다?
아니, 기왕 가르칠 거면 데데킨트 절단부터 시작하는 게 좋으려나?
아니지, 이렇게 갈 거면 차라리 근본적인 집합론부터 시작하는 것도……
……잠이나 자야지.
좋습니다.
그래 준다면 저도 책을 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