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어디에서 주름 하나 없는 팔랑팔랑한 숄과 원피스를 꺼낸 거지? 그 피자 박스 젠가를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4차원 옷장을 가졌다고 말해도 반드시 믿을 거다.
- 아니, 애당초 저 귀여운 소녀를 본 사람이라면, 그 더러운 방이 그녀의 방이란걸 믿지도 않을 거다.
+ 그녀는 어디에서 주름 하나 없는 팔랑팔랑한 숄과 원피스를 꺼낸 거지? 그 피자 박스 젠가를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4차원 옷장을 가졌다고 말해도 분명 믿을 거다.
+ 아니, 애당초 저 귀여운 소녀를 본 사람들에겐, 그 더러운 방이 그녀의 방이라고 말해줘도 믿지 않을 거다.
-
……
- 내용물 중 하나는 여권이다.
- 그리고 제국 연구원 신분증, 출입국에 필요한 서류도 몇 장 있었다.
+ 내용물 중 하나는 여권이었다.
+ 그리고 제국 연구원 신분증, 출입국에 필요한 서류들이 몇 장 있었다.
웰트·조이스?
- 여권에는 반은 알아도, 반은 모르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 여권에는 반은 알지만, 반은 모르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아……조이스는 작가에서 가져온 거네.
- 『율리시스』라고 알고 있어?
+ 아……조이스는 어떤 작가 이름에서 가져온 거야.
+ 『율리시스』라고 알아?
- 주:
+ 주:
『율리시스』(Ulysses)는 아일랜드의 모더니즘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1922년 출간한 장편소설.
- 소설은 시계열을 바탕으로 1904년 6월 16일 주인공──고뇌에 잠긴 더블린의 소시민, 광고인 레오폴드 블룸(Leopold Bloom)──이 더블린에서 보낸 일상의 하루를 다뤘다.
- 『율리시스』는 의식의 흐름의 소설 중 대표작이며, 『20세기 영어 소설 100선』에서도 으뜸이라는 평을 받는다. 해마다 6월 16일은 「블룸즈데이」로 잡혀 있다.
+ 소설은 시계열을 바탕으로 1904년 6월 16일 주인공──고뇌에 잠긴 더블린의 소시민, 광고꾼 레오폴드 블룸(Leopold Bloom)──이 더블린에서 보낸 일상의 하루를 다뤘다.
+ 『율리시스』는 의식의 흐름의 소설 중 대표작이며, 『20세기 영어 소설 100선』에서도 으뜸이라는 평을 받는다. 해마다 이를 기념해 6월 16일에 「블룸즈데이」라는 날이 있다.
율리시스? ……라틴어 『오디세우스』 말이야?
- 다르다고……
+ 그건 다른 거야……
뭐……네가 알 리가 없으려나, 잊어줘.
- 하지만, 받은 이름은 제대로 기억해 두라고, 출입국관리소에서 티가 안 나게끔.
+ 하지만, 거기에 적힌 이름은 제대로 기억해 두라고, 출입국관리소에서 꼬투리 잡히는 일 없게.
- 티 안 나……설마, 이거 위조는 아니지?
- 「웰트」는 아인이 적당하게 붙여줬는데 설마.
+ 꼬투리를 잡혀……설마, 이거 위조는 아니지?
+ 「웰트」라는 이름은 아인이 적당하게 붙여줬던 건데 설마.
네가 받아들이기 나름이지.
- 그걸──「민간인이 멋대로 발행한 관급증서」라고 생각하면 돼.
+ 그걸──「민간인이 멋대로 발행한 공문서」라고 생각하면 돼.
- 무슨 의미야?
+ 무슨 소리야?
아무튼, 조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는 거야!
- 근데, 네 상태가 부자연스러우면, 스코틀랜드 야드의 정의로운 심문은 못 피할걸──나, 그런 꼴은 못참아.
+ 근데, 네 행동이 부자연스러우면, 정의로운 스코틀랜드 야드한테서 심문을 받게 될 걸──나, 그렇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 스코틀랜드 야드라면 형사 경찰이잖아!?
+ 스코틀랜드 야드라면 강력반 형사잖아!?
……거참, 기억상실 주제에 왜 그런 건 어정쩡하게 아는 거야!
- 「스코틀랜드 야드」는 경찰청이야, 경찰청!
+ 「스코틀랜드 야드」는 그냥 런던 경찰을 통틀어 말하는 거야, 그냥 경찰!
그러니까……
- 릴랙스하시죠.
+ 진정하시죠.
이름을 똑바로 기억하면 문제없습니다.
@@ -349,33 +349,33 @@
왜 그래?
- 네가 아니야.
+ 너 말고.
핀란드인, 네 아들은 어떻게 할 거야?
「아들」. 웰트는 순간, 그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놓쳤다.
괜찮습니다. 이미 학교에 전화해뒀거든요.
- 요아힘도 이런 적은 처음이 아니니, 문제 없을 겁니다.
+ 요아힘에게도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라서, 문제없을 겁니다.
요아힘. 아무래도 핀란드인의 아들 이름 같다……
가만.
아들?
- 그렇단 건, 이 금테 안경에겐 학교에 보낼 아이가 있단 거야?
+ 그렇단 건, 이 금테 안경에게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있단 거야?
- 뭘 멍때려? 이 멍청아! 빨리 이름을 외워!
+ 뭘 멍때려? 멍청아! 빨리 이름이나 외워!
트윈테일의 손날이 웰트의 후두부, 혹이 난 곳을 직격한다.
- 절대 고의다.
+ 절대 고의로 그랬다.
아야야야야야……
- 어, 어떻게 내가 이름을 안 외우고 있는 걸 안거야!
+ 어, 어떻게 내가 이름 안 외우고 있는 걸 안거야!
흥. 바로 보이거든.
@@ -383,50 +383,50 @@
핀란드인이 부러운 거지?
- 야……
+ 아니……
- Miss "Young".
+ Ms. "Yang".
어?
- 하인리테·양, 젊고 유능한 고고학자. 중국과 독일의 하프인 미인이고, 저 핀란드인의 진짜 부인이야. 다만──
- 1년에 겨우 십여 일만 집에 있는 초 바쁜 사람이야. 너도 혼자 아기돌보기 해볼래?
+ 하인리테·양, 젊고 유능한 고고학자. 중국과 독일의 하프인 미인이고, 저 핀란드인의 명실상부한 부인이야. 다만──
+ 1년에 겨우 십여 일만 집에 있는 엄청나게 바쁜 사람이야. 너도 혼자서 육아해 볼래?
아니……
- 하하하……학교에 보내서 상당히 편해졌지요. 그리고, 제 아내의 일은 우리가 모두 서포트할 만한 일이니까요.
+ 하하하……학교에 다니게 되고 나서는 상당히 편해졌지요. 그리고, 제 아내의 일은 가족 모두 도와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 어떻든, 지금 네 임무는 자신의 이름을 외우는 것. 이름과 성. 그거 말고는 생각하지 마! 비행기에 올라타면 얼마든지 시간은 있으니까!
- 트윈테일은 웰트의 뒷덜미를 꾸욱 당기고, 용서 없이「지시」한 다음──뭔가 생각이 있는 듯 옆의 천연 파마 소녀에게로 돌아섰다.
+ 어떻든, 지금 네 임무는 자신의 이름을 외우는 것. 이름과 성. 그거 말고는 생각하지 마! 비행기에 올라타면 딴짓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 트윈테일은 웰트의 뒷덜미를 꾸욱 당겨, 무자비하게 「명령」한 다음──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듯 옆의 천연 파마 소녀에게로 돌아섰다.
- 뭐어……하지만, 아무개 씨는 시간이 있어도, 나와 뭘 하고 싶진 않지?
- 설령, 비행기 같은 지루한 곳에서도.
+ 뭐어……하지만, 아무개 씨는 시간이 남아도, 나와 뭘 하고 싶어하진 않겠지?
+ 설령, 비행기 안 같은 지루한 곳에서도.
……
- 뭐야. 저번엔 놀아주지 않았잖아, 혼자서 책이나 읽고. 마치 내 시간은 엄청 귀중하다고 말하는 듯이.
+ 뭐야. 저번에도 안 놀아 줬잖아, 혼자서 책이나 읽고. 마치 내 시간은 엄청 귀중하다는 듯.
……
- 천연 파마 소녀는 무표정하게 트윈테일의 두 눈을 본다.
+ 천연 파마 소녀는 무표정하게 트윈테일의 두 눈을 바라본다.
이번에는 트윈 룸에서 묵겠습니다.
……
- ……에? 에? 정말?
+ ……어? 어? 정말?
와앗! 싱글 아니지? 후후후, 해냈다고!!
@@ -434,7 +434,7 @@
- ──당신이 술 마시고 욕조에서 나가더라도 착실하게 옷을 입어준다면요……
+ ──당신이 술 마시고 욕조에서 나올 때 착실하게 옷을 입어준다면요……
……
@@ -452,12 +452,12 @@
- ……엑, 진심이냐──
+ ……엇, 정말이었나──
──으왁!?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자리에 앉은 불쌍한 청년은 머리가 눌려진 채 신음하며, 좌석에서 웅크렸다.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자리에 앉은 불쌍한 청년은 머리를 누른 채 신음하며, 의자 위에서 웅크렸다.
닥쳐 웰트!!
@@ -472,22 +472,22 @@
2시간.
다시 환승해서 빌링스.
또 2시간.
- 여기에는 탑승이나 환승의 대기 시간 등은 안 들어갔다──그들이 VIP여도 어쩔 수 없었다.
- 이만큼 긴 여정이라면 제트엔진의 굉음이 있어도 손쉽게 사람을 잠으로 유혹한다……
- ……창 바깥의 배경이 넓게 펼쳐진 바다 일색에서 안 변하면 더욱.
- 그러니까, 웰트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서 눈을 뜨더라도──
+ 게다가 탑승과 환승 시의 대기 시간까지──그들이 VIP여도 어쩔 수 없다.
+ 이렇게 긴 여정에서는 제트엔진의 굉음이 있어도 금방 졸음이 쏟아진다……
+ ……창 바깥의 배경이 변함없이 넓게 펼쳐진 바다 일색이라면 더욱.
+ 고로, 웰트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서 눈을 뜨더라도──
──순간, 자리를 떠나기 싫다고 생각해버린 것은 무리도 아닐 거다.
- 코 고는 소리를 내는 트윈테일의 오른팔을 몸 위에서 치우고, 통로 쪽의 핀란드인의 흘러내릴 것 같은 안경을 걸쳐 주며──
+ 코 고는 소리를 내는 트윈테일의 오른팔을 몸 위에서 치우고, 통로 쪽의 핀란드인의 흘러내릴 것 같은 안경을 고쳐 주며──
- ──겨우 복도로 나간 웰트는 잠에 쓰러진 승객 속, 창문에 비치는 불빛에 의지하여 책 읽는 아인슈타인을 발견한다.
- 아인슈타인은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춰, 때때로 노트에 뭔가를 적기도 했다.
+ ──겨우 복도로 나간 웰트는 잠에 빠진 승객들 사이에서, 창문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에 의지하여 책을 읽고 있는 아인슈타인을 발견한다.
+ 아인슈타인은 페이지를 넘기다 손을 멈춰, 이따금 노트에 뭔가를 적기도 했다.
-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올게.
+ 잠깐 화장실에 다녀올게.
알겠습니다.
부스스한 머리의 소녀는, 그렇게 적혀진 종이를 내세웠다.
- 이건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지 말라고, 넌지시 웰트에게 가르치는 건가?
+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넌지시 웰트를 훈계하려는 건가?
……
어색함을 배운 청년은 화장실을 우선하기로 했다.
@@ -512,7 +512,7 @@
돌아온 종이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 기내의 온도가 조금 떨어졌는지, 상대는 어느새 재킷을 걸쳤다.
+ 조금 기내의 온도가 떨어졌는지, 상대는 어느새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물론, 그들 사이에는 폭풍수면 중인 모 트윈테일이 있다.
@@ -540,7 +540,7 @@
무리도 아닙니다. 복소수의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은 어렵죠.
- 하지만, 이 헤어날 수 없는 문제는 수학계의 성배라고 하기도 합니다.
+ 하지만, 이 풀리지 않는 문제는 수학계의 성배라고 하기도 합니다.
@@ -548,9 +548,9 @@
- 예를 들어, 넓은 의미로 리만 가설에서 골드바흐의 추측을 도출했습니다.
+ 예를 들어, 넓은 의미로 보면 골드바흐의 추측은 리만 가설에서 도출되었습니다.
- 골드바흐의 추측이 뭔지 알고 있습니까?
+ 골드바흐의 추측이 뭔지 아시나요?
@@ -568,13 +568,13 @@
아무튼, 엄청 대단하네.
- 그 가설을 증명하는 거야?
+ 그 가설을 증명하려는 거야?
아뇨.
- 이건 제게 벅찹니다.
+ 이건 저에게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제 전문은 수학이 아닙니다. 그냥, 리만이 내게 준 영향은 크다, 그뿐입니다.
@@ -586,16 +586,16 @@
그렇다고 할까요.
- 다만, 그는 저를 모릅니다. 저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그의 리만 다양체를 베이스로 한 것도요.
+ 다만, 그는 저를 모릅니다. 저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그의 리만 다양체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도요.
여하튼, 그는 100년도 넘은 과거의 고인입니다. 제 조부가 태어나기 전에 타계했다고요.
- 웰트는 시간을 들여, 이 어려운 이야기의 요점을 이해하려 한다.
- 그리고, 상대가 설명하기 쉬운 질문을 하기로 했다──
- ──그는, 그녀가 글을 쓰는 모습이나, 해설하려는 모습을 보는 걸 즐기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 웰트는 시간을 들여, 이 어려운 이야기의 요점을 이해해 보려 한다.
+ 그리고, 상대가 보다 설명하기 쉽게 질문을 하기로 한다──
+ ──그는, 그녀가 글을 쓰는 모습이나, 해설하려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 ……특히 트윈테일이 자고 있을 때는.
+ ……특히 트윈테일이 자고 있을 때라면 더욱.
일반 상대성 이론?
@@ -620,7 +620,7 @@
응.
- ──즉, 만유인력에도 비슷한 착시가 있다고?
+ ──즉, 만유인력에도 비슷한 오해가 있다고?
@@ -642,9 +642,9 @@
- 수학적 기호가 없는 물리는 원래가 철학입니다.
+ 수학적 기호가 없는 물리는 원래 철학입니다.
- 그 때문에 뉴턴 경의 명작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죠.
+ 그래서 뉴턴 경의 명작의 제목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죠.
@@ -654,7 +654,7 @@
읽어도 이해 못 하실 겁니다.
- 현재의 사람이 보기에, 그 시대 수학기호는 해독 불가이거든요.
+ 현대인이 보기에, 그 시대의 수학기호는 해독 불가이거든요.
@@ -669,7 +669,7 @@
5만 년 전의 어떤 정보처리장치의 이름이죠.
- 이야기 내용이 갑작스러워, 웰트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 생각지도 못한 답에, 웰트는 금방 이해하는 게 불가능했다.
어?
@@ -692,9 +692,9 @@
- 지금으로서는──
+ 지금은──
- 그냥, 그런게 있구나 정도면 됩니다.
+ 그냥, 그런게 있구나 정도만 알면 됩니다.
@@ -714,7 +714,7 @@
때가 되면 누군가가 알려줄 겁니다.
- 아마 그라면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그러니까, 봐주세요.
+ 아마 그라면 귀찮아하지 않을 테니까──그러니까, 좀 봐주세요.
@@ -733,7 +733,7 @@
청년은 익살떨듯 혀를 쏙 내밀었다.
소녀도 흉내 내서 혀를 내밀었다.
- 그리고 그의 손에서 종이를 회수했다.
+ 그리고 그의 손에서 종이를 다시 가져왔다.
마침 잘 됐습니다. 수학 강의를 하죠.
@@ -768,39 +768,39 @@
좋습니다.
- 그래 준다면 저도 책을 읽죠.
+ 그래 준다면 저도 책을 읽을 수 있으니.
- 그렇게 쓰인 종이를 넘길 때, 소녀는 아까보다도 무구한 표정으로 혀를 내밀었다.
+ 마지막으로 종이를 넘겨받을 때, 소녀는 아까보다도 무구한 표정으로 혀를 내밀었다.
그건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 「내게 말을 걸다니 100년은 빠르다고」
+ 「내게 말을 걸다니 100년은 이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