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 -50,29 +50,29 @@할로윈은 즐기고 있는가?
어딘가의 주교님이 할로윈을 아주 중시하는지라, 본부에서 매년 성대하게 장식을 달아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지. ……그래, 동봉된 사진은 올해의 장식이야.
+어딘가의 주교님이 할로윈을 아주 중시하는지라, 본부에서 매년 성대하게 장식을 달아야 한다고 들었다네. ……그래, 동봉된 사진은 올해의 장식이야.
덧붙이면, 이번 달부터 우리 실험실은 경사스럽게도, 나 혼자만 남아서──라는 이유로, 보는 대로 사진도 셀카로 찍을 수 밖에 없었어.
최근 답장이 없는데, 분명 새로운 만남으로 생활이 활기로 가득한거지? 대서양의 왕복, 아주 즐거웠다고 들었다. 하지만, 북미 지부의 평판은, 본부에선 계속 안 좋아. 만약, 서로 간에 뭔가 재미없는 일이 일어나면,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상당히 골이 깊으니까.
+최근 답장이 없는데, 분명 새로운 만남으로 생활이 활기로 가득한거지? 대서양의 왕복, 아주 즐거웠다고 들었다. 하지만, 본부의 북미 지부에 대한 평판은, 계속 좋지 않아. 만약, 서로 간에 뭔가 재미없는 일이 일어나면,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상당히 골이 깊으니까.
……크크, 나도 바보 같군. 신들의 다툼이, 우리에게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건지. 아무래도 좋아. 런던의 날씨는 어떤지 모르지만──빈은 오늘, 달이 아름다워. 이런 달은 여간해선 볼 수 없지. 술의 힘도 빌려서, 오늘은 평소엔 그다지 안한 이야기를 해볼까. 나는 그저 이야기할 뿐이고, 너는 그저 들을 뿐, 거창한 얘기는 아니야.
네가 독서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어. 근데……생각해본 적 있나? 붕괴와의 항쟁 중에, 우리 인류가 몇 번 좌절하고, 비참한 손실을 당했는지. 대체 어디가 뒤떨어져서, 번번이 붕괴에게 선수를 빼앗겨, 싸울 때마다 피폐해지는 걸까.
+네가 독서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어. 근데……생각해본 적 있나? 붕괴와의 항쟁 중에, 우리 인류가 몇 번이나 좌절하고, 비참한 패배를 당했는지. 대체 어디가 모자라서, 번번이 붕괴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싸울 때마다 더욱 망가져가는 걸까.
혹은 이렇게 말해야 되나……어째서, 언제나 언제나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게 되는 걸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는 확실하게 진보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이 방해받은 적도 없지. 하지만, 내가 보고 온 것은 그 흐름의 선두에 서서,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고독하게, 상처투성이로, 그리고 때로는 같은 편이 원인이 되어 패배를 당한, 아무것도 모른채 괴로워하는 사람들. 그들은,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더라도 물질적으로는 취약하지. 그 정신은 긴 시간을 걸쳐 이어져, 나중엔 누구라도 인정하는 최고의 보물이 되지.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는 확실하게 진보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이 방해받은 적도 없지. 하지만, 내가 보고 온 것은 그 흐름의 선두에 서서,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고독하게, 상처투성이로, 때로는 같은 편에 배신당해 패배해버린, 뭐가 잘못된 지도 모른 채 괴로워하는 사람들. 그들은,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더라도 물질적으로는 취약하지. 그 정신은 긴 시간에 걸쳐 계승되어, 나중엔 누구라도 인정하는 최고의 보물이 되지.
전에 성녀 카렌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그 위대한 인격에 반해, 극히 평범한(카스라나의 혈통은 분명 평범은 아니다만……절대적 정의에서는 타인과 다를 바 없어) 소녀의 몸이 얼마나 연약하고, 작았는지──속물들에게 사형을 선고 당하고, 붕괴수 따위에게, 그렇게나 간단히 목숨을 빼앗길 줄은.
+전에 성녀 카렌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그 위대한 인격에 반해, 극히 평범한(카스라나의 혈통은 분명 평범은 아니다만……절대적 정의에서는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어) 소녀의 몸이 얼마나 연약하고, 작았는지──속물들에 의해 사형을 선고 당하고, 붕괴수 따위에게, 그렇게나 간단히 목숨을 잃게 될 줄은.
이런데 무슨 도리가 있겠어?
+이게 정말 도리에 맞는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렇게나 논리를 거스르고, 등가교환의 원리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다니!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렇게나 논리에 맞지 않고, 등가교환의 법칙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다니!
카렌의 짧은 인생을, 나는 영원히 잊지 않아.
@@ -80,19 +80,19 @@나는 확신하고 있어. 인류의 최대의 적은 붕괴 같은게 아닌,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영웅은 모든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지.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영웅의 뜻을 의심해버려.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진정한 정의를 돌아보지 않아.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서로를 위협하며 잠깐의 평화를 얻고, 「질서」다 「윤리」다 화려한 단어를 늘어놓으며 비열한 마음을 숨기지.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영웅은 모든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지.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영웅의 뜻을 의심해버려.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진정한 정의를 무시해버리고. 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서로를 위협하며 잠깐의 평화를 얻고, 「질서」다 「윤리」다 화려한 단어를 늘어놓으며 비열한 마음을 숨기지.
성녀……그녀가 성녀인 연유는, 본질적으로는 우리와 다를게 없는 연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녀만은, 우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연약함을 겁내지 않았다. 그 마음 안에서 솟아나오는 용기는, 우리에게 있어 그야말로 태양과도 같은 존재지.
-적어도 나는……그녀와 달리, 약한 겁쟁이고.
+성녀……그녀가 성녀인 연유는, 본질적으로는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연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녀만은, 우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연약함을 겁내지 않았다. 그 마음 안에서 솟아 나오는 용기는, 우리에게 있어 그야말로 태양과도 같은 존재지.
+그에 비해 나는……그녀와는 달리, 연약한 겁쟁이일 뿐.
우리는 모두, 「공포」라는 이름의 원죄를 짊어지고 전전긍긍하면서 인생의 답을 찾아다니고 있지.
+우리는 모두, 「공포」라는 이름의 원죄를 짊어지고 전전긍긍하며 인생의 답을 찾아다니고 있지.
성녀는 우리를 비웃거나 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 자신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의식할 때마다, 뭐가 어떻든 자신을 때려죽이고 싶게 되지.
+성녀는 이런 우리를 비웃거나 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 자신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의식할 때마다, 매번 스스로를 때려죽이고 싶게 되어버려.
생각해보게. 만약, 우리가, 사람들이 연약함에서 해방된다면, 「자신은 연약하다」라는 마음속 깊숙이 뿌리박힌 공포를 뿌리째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그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문화는 얼마나 관용이 있으며, 얼마나 자신감과 활력으로 가득할까! 그러면 그 「붕괴」도, 분명 우리 앞에선 사소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만약, 우리들이, 이러한 연약함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자신은 연약하다」라는 마음속 깊숙이 뿌리박힌 공포를 뿌리째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그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문화는 얼마나 관용이 있으며, 얼마나 자신감과 활력으로 가득할까! 그러면 그 「붕괴」도, 분명 우리 앞에선 사소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그런 세계야말로, 자신들의 성녀를 지키는 게 가능하다.
@@ -100,10 +100,10 @@그런 세계야말로, 성녀에 의해 지켜질 가치가 있다.
만약, 만약 카렌이 다시 한 번 세계에 빛을 발할 수 있다면, 이번에는, 너무나 작은 우리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거다.
+만약, 만약 카렌이 다시 한 번 세계에 빛을 발할 수 있다면, 그때는, 너무나 작은 우리들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거다.
오랜만에 와인을 마신 탓인지, 오늘은 조금 술기운이 지나치게 돌았군. 이 편지도 네가 본다면, 의미모를, 엉망진창인 문장이겠지.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이전까지는 계속 기관의 일원으로서 이야기했다만, 오늘은 아주 평범한 연구자로서 일방적인 푸념을 해버렸네.
+오랜만에 와인을 마신 탓인지, 오늘은 조금 술기운이 지나치게 돌았군. 이 편지도 네가 본다면, 의미 모를, 엉망진창인 문장이겠지.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이전까지는 계속 기관의 일원으로서 이야기했다만, 오늘은 아주 평범한 연구자로서 일방적인 푸념을 해버렸네.
아까 말한 동경하는 세계가, 정말로 찾아온다고는 생각 안 해. ……그래도 좋아. 그렇다고 해도 아직 할 수 있는 일은 많거든──그렇지?
@@ -184,7 +184,7 @@표본의 방부제로 자주 사용된다.
주:
푸아그라(프랑스어: foie gras)는 유명한 프랑스 요리. 거위 간으로 만든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오리 간을 원료로 하기도 한다.
@@ -214,18 +214,18 @@